중국 역사상 초유의 대개혁을 단행해 백성을 구제하려 했던 송대의 재상 왕안석! 이 책은 왕안석을 일방적으로 미화하지도, 개혁 그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정치가일 뿐만 아니라 사상가이며 문인이었던 왕안석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그의 개혁이 어떤 맥락에서 추진되었는지를 살피는 데 중점을 둔다.
출판사 서평
1. 왜 지금 왕안석인가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개혁’이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는 것은 우리가 처한 위기를 누구나 감지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지, 어떤 요건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게다가 현재의 개혁은 세부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을 뿐이어서 총체적인 전망을 얻기 어렵다. 어쩌면 이렇게 허울뿐인 개혁은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책세상에서 출...
1. 왜 지금 왕안석인가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개혁’이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는 것은 우리가 처한 위기를 누구나 감지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지, 어떤 요건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게다가 현재의 개혁은 세부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을 뿐이어서 총체적인 전망을 얻기 어렵다. 어쩌면 이렇게 허울뿐인 개혁은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책세상에서 출간된《왕안석, 황하를 거스른 개혁가》 는 왕안석이 추진한 개혁의 공과를 통해 진정한 개혁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일본의 중국사학자인 미우라 쿠니오는 역사서, 상소문, 시와 편지 등 광범위한 문헌에 기초해 개혁가 왕안석(1021~1086)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중국 역사상 초유의 대개혁을 단행해 민생 안정과 부국강병을 도모했던 왕안석은 반대파에 의해 악법을 제정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간신으로 매도되어왔지만 이 책에서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의지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매력적인 인간으로 복원된다. 비록 시대의 탁류 속에서 개혁의 온전한 실현을 이루어내지 못했지만 백성을 위한 개혁에 평생을 바친 정치가이자 문인이며 사상가였던 왕안석의 삶을 통해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개혁의 본질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왕안석이 처음 관직에 오른 송나라 인종 당시, 정권은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각종 모순이 사회 여기저기에 누적돼 있었다. 이민족의 위협에 대해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세금이 소모되었고, 호족의 토지 과점화가 진행되어 수많은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착취당했다. 관리의 무능과 부패, 인력 낭비 등 관료 정치 체제에서 파생되는 각종 문제가 심화되었으며, 소비 경제가 발달하면서 나타난 사치 풍조와 향락주의 경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젊은 나이에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생활고를 경험했던 왕안석은 이런 상황에서 백성들이 겪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훗날 재상이 된 후 본격적으로 단행한 대개혁[신법(新法)]은 이렇게 현실의 모순을 꿰뚫어 보는 데서 출발했다. 그는 이 모순들이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파악하고, 개별 문제에 대한 단편적인 조치가 아니라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서만 근절될 수 있다고 보았다.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기득권 세력과 백성의 입장에서 개혁을 추진한 왕안석 간의 갈등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한편 왕안석은 실질적으로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했는데, 신법이라 불리는 이 개혁안은 주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낮은 이자로 자금을 융자해 중소 상인을 육성하려 한 시역법(市易法), 농가의 소득에 따라 세금을 걷고 이 돈으로 희망자를 모집해 차역을 대신하게 한 모역법(募役法), 조세의 징수 과정에서 수송 부담을 공평하게 하기 위한 균수법(均輸法) 등이 해당된다. 농본주의를 뼈대로 하면서도 발전하는 상업 경제를 장려했다는 점에서 선구적이었다. 이밖에 군사 제도 개편으로 국방력 증진을 도모하고, 교육 시설이나 과거 제도 보완으로 인재 양성 시스템과 실무 ? 기술직 양성에까지 주목하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개혁안이었다. 왕안석의 탁월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정책들은 틀을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을 필요로 했지만,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한 미봉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효한 투자였다. 그는 사회 전반을 조망하고 장기적인 수요까지 내다보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3. 왕안석에게서 배운다
그러나 왕안석의 개혁은 완전한 제도로 자리 잡지 못한 채, 보수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으며, 왕안석이 재상에서 물러난 후에 곧 폐지되고 말았다. 왜 그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정책을 시행하는 관리들의 무능과 부패다. 지방의 대토지 소유자가 주를 이루었던 고위관리들은 기득권을 지키느라 혈안이 되어 안석에게 협력하지 않았다. 타협을 모르는 고지식한 성품과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태도를 거론하며 왕안석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일삼을 정도였다. 하급관료들은 그들대로 무능력하고 비양심적이어서, 정책을 초기의 취지에 맞게 집행하지 않고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는 데 악용했다.
두 번째 이유는 급격하게 이루어진 그의 개혁이 대중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혁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이 부족했던 백성들은 일시적인 시행착오나 행정에 대한 불만을 왕안석에게로 돌렸고 심지어는 기근에 대해서까지 그를 원망했다. 아무리 백성을 위한 개혁이라 할지라도 백성의 이해와 합의를 얻지 못하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단순히 백성들의 의식이 성장하지 못해서라거나 그의 개혁이 시대를 앞섰던 탓이라고 말하기에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타당한 목적이 설정되어 있었고, 현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수반되었으며, 이를 시정할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어 있었음에도 결국 실패로 끝난 왕안석의 사례는 개혁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감하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4. 파격과 자유, 시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실용주의
왕안석이라는 정치인의 인간적인 면모는 중국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개혁이 가능했던 이유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왕안석은 사고에 편견이 없는 자유로운 인간이었다. 제방이나 둑을 쌓는 수리 사업을 현장에서 몸소 지휘하는가 하면, 마을을 시찰할 때도 시종을 대동하지 않고 직접 짐말을 타고 다녔다. 천시되던 기능직과 실무직의 임금을 높여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려 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법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백성들을 보고는 잘못된 법을 시정하라는 건의를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실용주의는 사대부와 문치주의로 대표되는 송나라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경세제민은 훗날 도학의 폐단을 극복하고자 등장한 실학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20년 동안이나 관직을 수행하고 재상의 지위에까지 올랐으면서도 일생을 검소하게 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화에는 검소하다 못해 옷에서는 땟국이 흘렀고 음식은 젓가락 가까이에 있는 것만 먹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때로는 기이하게 보이기까지 할 만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5.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뛰어난 문인이었던 르네상스인, 왕안석
왕안석은 정치가인 동시에 문인이자 사상가이기도 했다. 당송팔대가의 하나로 불릴 만큼 뛰어난 문장가였던 왕안석의 시세계는 참신한 서정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소재도 매우 다채롭다. 이 책에도 왕안석의 시가 여러 편 실려 있는데, 자연에서 느끼는 경탄이나 현실에 대한 고민, 시집간 딸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까지 다양한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 그의 시를 단순히 가려서 실어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씌었는지를 그의 삶이나 사상에 투영시켜 밝히려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선(詩選)들과는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유 ? 불 ? 도의 사상을 조화한 사상가였다. 기본적으로는 유학자였으나 이단으로 배척되던 도교나 불교에도 편견을 갖지 않았다.《 노자(老子)》에 주석을 달고, 노자(老子)와 장자(莊子)를 재해석한 논문을 쓰는 등, 도교에서도 취해야 할 것은 허심하게 취하고자 했다. 만년에는 불교에 심취하여 여러 편의 불경에 주석서를 썼고 선(禪)의 기풍이 느껴지는 시도 많이 남겼다. 이런 사실은 강직하고 냉철한 개혁가의

목차
한국어판 서문
제1장 희세(希世)의 이인(異人)
제2장 목련꽃
제3장 마음의 벗을 찾아서
제4장 백성의 목숨은 천하에서 중하다
제5장 황제에게 올린 만언서
제6장 안석이 일어서다
제7장 간인 재상을 쳐라
제8장 현자는 비방하는 자가 많다 - 천상 심포지엄
제9장 종산의 눈
제10장 새봄의 꽃
후기
옮기고 나서
왕안석의 가계도
남경시 지도
왕안석 생존 당시의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