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담론을 넘어 영화계 안팎의 다양한 집단 간의 이해관계와 갈등 양상을 살핌으로써 새로운 관점의 영화사를 기술한다. 오늘날 한국 영화는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치면서 한류를 수출하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은 자기 비판 없이 상황에 편승함으로써 친일로 굴절된 조선 영화에 대한 반성을 통해 한국 영화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제시한다.
출판사 서평
영화사에서 소리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상영 방식의 변화를 비롯한 제작 시스템의 전환과 전문 영화 인력의 등장 등 일련의 변화를 불러온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일본어와 조선어가 병존하는 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성 영화 시대를 맞은 조선의 극장은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부침을 거듭했다. 영화인들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조선 영화’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은 친일이 아니면 침묵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조선 영화―소리의 도입에서 친일 영화까지》(책세상문고?우리시대 106)는 ...
영화사에서 소리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상영 방식의 변화를 비롯한 제작 시스템의 전환과 전문 영화 인력의 등장 등 일련의 변화를 불러온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일본어와 조선어가 병존하는 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성 영화 시대를 맞은 조선의 극장은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부침을 거듭했다. 영화인들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조선 영화’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은 친일이 아니면 침묵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조선 영화―소리의 도입에서 친일 영화까지》(책세상문고?우리시대 106)는 조선에 최초로 발성 영화가 도입된 1935년부터 해방을 맞은 1945년까지의 영화사를 돌아봄으로써 오늘날 한국 영화에 남아 있는 식민지의 흔적을 반성하고 우리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책은 식민지 영화인들을 친일로 끌어들인 역사적 맥락을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지만, 그 원인을 일제의 통제 정책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기술 혁신과 정치적 변혁, 산업 발전과의 연관관계에 대한 다각적인 통찰을 통해 발성 영화 시대 영화인들의 욕망이 당시의 정책이나 상황과 만나는 지점을 밝힘으로써, 식민지 시기 영화를 일제의 탄압과 민족의 저항이라는 구도로 단순화했던 기존 영화사의 민족 담론을 넘어 보다 역동적인 영화사를 쓰고 있다.

식민지 영화인들의 이상과 한계
1935년 제작된 조선 최초의 발성 영화 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제작자들을 중심으로 조선 영화의 활로 개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 시기 영화계의 쟁점은 크게 ‘영화’의 정체성을 찾는 것과 ‘조선적인 것’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신진 영화인들은 고전의 영화화뿐만 아니라 동시대 문학과의 교섭을 시도하고 합작과 수출로 이어지는 기업화된 시스템을 지향하며, 예술이자 산업으로서 영화의 위상을 확립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의 배후에는 발성 영화 제작에 따르는 제작 비용의 부담을 익숙한 소재의 영화화로 상쇄하려는 전략이 개입했고, 조선을 일본 영화의 시장으로 보고 이를 보호하려했던 일본의 영화 정책도 한 요인이 되었다. 한편 서구나 일본 영화와의 경쟁 과정에서는 ‘조선적인 것’의 재현이라는 과제가 대두했다. 조선총독부의 검열 때문에 민족 문제를 자유롭게 거론할 수 없었던 영화인들과 저널리즘은 지방색을 부각한 작품을 조선 영화의 전범으로 세우는데, 가난한 농촌이나 토속적인 풍물 등으로 재현된 조선은 식민지 이미지의 재생산일 뿐이었다. 게다가 태평양전쟁이 본격화되고 사회가 전시 체제로 재편되면서 조선 영화는 조선 청년의 동원을 선전하는 국책의 도구로 변질되기에 이른다.

조선 영화는 어떻게 친일 영화가 되었는가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발성 영화 국산화를 둘러싼 여러 의견과 함께, 조선에서 가장 대중적인 이야기인《춘향전》이 첫 번째 조선어 발성 영화로 선택된 배경과 1935년 작 의 의의, 그리고 변사들이 도시 문화 주변으로 밀려나는 과정을 살펴본다. 제2장에서는 문화와 예술의 한 영역으로서 조선 영화의 위상을 획득하기 위해 이루어졌던 문학과의 교섭과 산업으로서의 영화를 정립하려 시도했던 기업화 논의를 살핀다. 제3장은 이 시기 영화 담론이 강조한 지방색이 기존의 영화사들이 서술한 것처럼 민족적 리얼리즘의 발현이라기보다는 문화와 예술의 한 분야로서 영화의 위상을 정립하려는 시도이자, 외국 영화와의 경쟁에서 문화적 특수성을 이용하는 전략이었음을 살펴본다. 제4장에서는 1930년대 후반 조선 영화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만주와 국책 영화의 모델이 된 만주영화협회, 그리고 내선일체를 표방한 선전 영화들을 통해, 문화 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했던 발성 영화가 국책 협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런데 이처럼 상황에 떠밀려 친일로 귀결된 식민지 영화인들의 이상과 편력 간의 괴리는 오늘날 영화계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 영화는 문화적 특수성을 내세운 오리엔탈리즘으로 여전히 스스로를 주변화하고 있으며,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자국 문화 보호를 내세워 스크린쿼터를 사수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서는 미래도 없다. 오늘의 한국 영화를 성찰하기 위해 친일 영화로 귀결된 조선 영화를 반성하는 작업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목차
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제1장 조선영화, 말하기 시작하다
1. 토기국산화의 실현
2. 최초의 조선어 발성 영화
3. 변사 시대의 폐막
제2장 발성 영화시대의 장점 1 - 예술과 산업 속으로 돌진하라!
1. 새로운 영화세대의 등장
2. 문학과 영화의 교섭,의 경우
3. 조선 영화의 기업화를 향하여
제3장 발성 영화 시대의 쟁점 2 - 조선 영화와 조선적인 것
1. 조선적인 것의 발견과 재현
2. 은 어떻게 민족 영화가 되었는가
3. 로컬리즘과 농촌 이야기
4. 식민지의 불안과 자기 전시
제4장 식민지의 발성 영화와 제국의 조우
1. 영화 센체제와 식민지 조선 : 협력 혹은 침묵
2. 미완의 꿈, 만주: 만주영화협회와
3. 사랑하는 제국, 보은하는 식민지: 내선일체 영화의 논리
맺는말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식민지 말기의 발성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