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친의 산문학》은 광범위한 바흐친의 문학이론과 사상을 산문학, 대화, 종결 불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개념 안에 녹여낸 새롭고 획기적인 연구서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단일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바흐친의 사상적 정체성을 규명하고 바흐친을 현대 문학과 철학의 선구자로 밝혀낸다.
출판사 서평
1. 20세기 문학이론의 거인 미하일 바흐친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1895~1975)은 다성성과 비체계성으로 규정되는 20세기 문학(이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이론가의 한 사람이다. 그가 스탈린주?의의 탄압을 피해 은둔하면서 저술한 글들은 20세기 후반의 현대적 사유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는 측면에서 그는 시대를 앞선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로 규정되기도 한다. 또한 그는 탁월한 기호학자 또는 언어학자로, 사회이론가로, 심리학자 등 ‘백과사전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분야에 영향력을 미쳤다. 이번에 책세상에서 출간...
1. 20세기 문학이론의 거인 미하일 바흐친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1895~1975)은 다성성과 비체계성으로 규정되는 20세기 문학(이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이론가의 한 사람이다. 그가 스탈린주의의 탄압을 피해 은둔하면서 저술한 글들은 20세기 후반의 현대적 사유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는 측면에서 그는 시대를 앞선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로 규정되기도 한다. 또한 그는 탁월한 기호학자 또는 언어학자로, 사회이론가로, 심리학자 등 ‘백과사전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분야에 영향력을 미쳤다. 이번에 책세상에서 출간된《바흐친의 산문학》은 이처럼 광범위한 바흐친의 문학이론과 사상을 산문학, 대화, 종결 불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개념 안에 녹여낸 새롭고 획기적인 연구서이다. 지은이 게리 솔 모슨Gary Saul Morson과 캐릴 에머슨Caryl Emerson은 미국의 저명한 바흐친 연구자이자 러시아 문학 권위자로, 그들은 이 책에서 단일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바흐친의 사상적 정체성을 규명하고 바흐친을 현대 문학과 철학의 선구자로 밝혀낸다.
바흐친은 조국 러시아에서도 말년에야 재발견되어 1975년 사망 이후 숭배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는 바흐친 연구가 유행처럼 번졌다. 그의 사상적 스펙트럼은 워낙 광범위해서 그 사상을 특정한 사조나 주의ism 안에서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그의 사상은 특정한 틀 안에서 연대기적으로 파악되곤 했다.《바흐친의 산문학》은 바흐친을 폐쇄적 틀 안에 가두어 해석해온 연구들을 뛰어넘어 일상과 삶을 떠안는 산문학prosaics의 창시자로서의 바흐친을 조명한다. 또한 시대 구분에 따라 단절적으로 사상을 파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문학, 대화, 종결 불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총괄 개념으로 광대한 사상을 파악하려는 관점 역시 이 책이 지닌 새로운 미덕이다. 이러한 시각은 바흐친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사유 세계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연구 방식으로, 국내에서 시작된 바흐친 연구 붐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말의 미학》(길, 2006)이 올 초에 번역되었으며 현재 바흐친 전집 간행이 준비되고 있다].
2. 바흐친을 둘러싼 오해와 이해를 밝히다
바흐친은 뒤늦게 발굴되었다가 급속하게 각광을 받은 만큼 그를 둘러싼 오해와 논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말년 이래 바흐친은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대화’, ‘다성성’, ‘카니발’, ‘크로노토프’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바흐친 산업’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의 사후에도 이런 경향은 계속되어 그는 마르크스주의자, 아나키스트, 기호학자, 구조주의자, 형식주의자, 심리학자 등 하나의 ‘-주의자’로 인식되었다.《바흐친의 산문학》은 이와 같은 폐쇄적이고 ‘독백주의적’ 바흐친 인식을 비판하고 바흐친의 사상을 현대의 무수한 이론과 주의의 가능성과 한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두 가지 전제를 제시한다. 첫째, 바흐친을 마르크스주의자로 보는 것을 유보하라. 바흐친은 평생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인 체계적 사유와 유토피아주의, 변증법적 종합에 저항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까지 바흐친 연구 경향을 지배해온 문헌학적 전제와 시각에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들은 기존에 바흐친 주저로 인식되어온 저서들[《프로이트주의 : 비판적 스케치》(1927),《마르크스주의와 언어 철학》(1929) 등]은 그가 저술에 참여한 책이 아닐 수 있으며 이른바 ‘바흐친 모임’이라는 바흐친의 동료들(문학이론가 볼로시노프Valentin Voloshinov, 메드베데프Pavel Medvedev 등)의 책으로, 바흐친은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독창적인 사유를 펼쳤다고 주장한다. 둘째, 아나키스트로서의 바흐친 이미지를 경계하라.《라블레와 그의 세계》(1965)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카니발, 도취, 황홀경, 맹목적 파괴 등 바흐친 사상의 한 측면이 남긴 이미지들은 그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부정하는 아나키스트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저자들이 보기에 바흐친 문학이론의 핵심인 산문학은 무조건적인 부정과 파괴가 아니라 생산적·창조적 대화를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바흐친에 대한 아나키스트적 이미지는 제한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3. 바흐친 세계의 이미지―산문학, 대화, 종결 불가능성
1) 시학에서 산문학으로―문학 삶을 발견하다
《바흐친의 산문학》은 바흐친의 사상과 문학이론의 핵심을 산문학으로 규정한다. 산문학은 일차적으로 고대 그리스 이래 문학을 지배해온 ‘시학’의 상대적 개념으로 소설을 비롯한 근대에 탄생한 산문적 장르를 총칭하는 용어로 이해될 수 있다. 바흐친과 동시대에 생겨난 문학이론인 러시아 형식주의조차도 시학의 우월성을 옹호할 만큼 시의 소설에 대한 우위의 뿌리는 깊다. 바흐친의 산문학은 장르적 개념에 그치지 않고, 산문적인 우리의 일상 대화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 문화와 문화, 장르와 장르, 전통과 현대 등 사회적·시간적·이데올로기적 경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포함한다. 시학에서 산문학으로의 중심 이동에서 눈에 띄는 점은 문학이 비로소 일상을 그 근거로 삼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시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문학은 독자에게 지루하고 낯익은 일상을 벗어나 ‘낯설게 하기’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삼았다. 이에 비해 바흐친의 산문학은 문학과 삶은 별개가 아니며, 삶과 결별하거나 삶을 초월한 곳에는 문학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에서 진정한 자유와 창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문학이 삶의 반영이자 삶의 재창조라는 문학의 근본적 명제는 바흐친에 이르러서야 그 타당성이 입증된다.
2) 세계는 아직 열려 있다―대화와 종결 불가능성
“어떤 최종적인 것도 아직 이 세계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세계는 열려 있고 자유로우며, 모든 것은 여전히……언제나 미래에 있게 될 것이다”(《도스토옙스키 시학의 문제들》)라고 말한 바흐친은 세계의 자유, 가능성, 진정한 창조성을 찬탄했다. 또한 이러한 세계를 무대로 하는 문학의 복합성과 다층성에 주목했다. 전통적인 문학이 완결되고 닫힌 형식과 결말, 주제를 구현하려 했다면, 바흐친은 그러한 형식과 내용으로는 세계를 반영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다층적인 구성과 열린 결말을 보여주는 라블레Fran?ois Rabelais,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evsky 등의 문학을 높이 평가했다. 이들의 문학에서 그는 대화와 종결 불가능성이라는 두 개념을 추출해낸다.
바흐친의 대화는 말의 기저에 있는 대화적 성격에서부터 대화적으로 세계를 보는 방법까지 포함한다. 모든 말은 화자의 독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듣는 이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이질적인 요소들이 그 속으로 섞여 들어가며 말과 그 세계(문학)는 끊임없이 확장된다. 또한 이러한 끊임없이 확장되고 변주되는 세계는 닫힌 형식으로 구조화될 수 없으며 열린 채 끝나는 종결 불가능성을 띤다. 이러한 대화와 종결 불가능성은 타자의 시선을 요청하는 삶의 태도와 문화로도 확장될 수 있다. 즉 자신의 시선, 문화만을 주장하지 않고 타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은 다른 문화와 공동체를 더욱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인 것이다.
4. 독백에서 대화로, 바흐친 사상의 현재와 미래
바흐친이 복잡하고 다층적인 현대 이론 가운데 어느 하나의 틀로 재단될 수 없으면서도 여러 현대 이론에서 두루 각광받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가 엄혹했던 정치적 상황 아래 외부와 동떨어진 채 자신만의 내면에서 광대한 세

목차
전기적 스케치
약어표
머리말
1부 핵심 개념들과 시대
1장 총괄 개념들: 산문학, 종결 불가능성, 대화
2장 이력의 형성
3장 논란의 여지가 있는 텍스트들
2부 저자성의 문제
4장 메타언어학: 저자성의 대화
5장 심리학: 자아 저술하기
6장 다성성: 주인공 저술하기
3부 소설의 이론들
7장 장르의 이론
8장 산문학과 소설의 언어
9장 크로노토프
10장 웃음과 카니발레스크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번역된 바흐친(학파) 저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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