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의 동화집으로 단편 14편을 3부로 엮었다. 표제작 <제망매가>는 작가 특유의 시적인 간결한 문장들이 아름답다. 절제된 가운데 깊이 있게 녹아든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가 오랜 여운을 남기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14편의 소박한 이야기들에 나오는 아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어디선가 있을 것 같은 우리네 아이들같다.

출판사 서평
는 강정규의 단편 14편을 3부로 엮은 동화집이다.
1부에서는 도시화로 인해 자꾸만 삭막해져 가는 세상살이의 이야기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려낸 등이, 2부에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일어나게 마련인? 자연파괴와 인간성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작 동화 와 가 있다.
특히 동화집의 표제인 가 수록된 3부에는 강정규 동화의 정수라 할 만한 수작들이 눈에 뜨인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못 받아 보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누이에 대한 절절한 아픔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는 작가 특유의 시적인 간결한 문장들이 아름...
는 강정규의 단편 14편을 3부로 엮은 동화집이다.
1부에서는 도시화로 인해 자꾸만 삭막해져 가는 세상살이의 이야기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려낸 등이, 2부에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일어나게 마련인 자연파괴와 인간성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작 동화 와 가 있다.
특히 동화집의 표제인 가 수록된 3부에는 강정규 동화의 정수라 할 만한 수작들이 눈에 뜨인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못 받아 보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누이에 대한 절절한 아픔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는 작가 특유의 시적인 간결한 문장들이 아름답다. 절제된 가운데 깊이 있게 녹아든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가 오랜 여운을 남기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부모님이 폭격에 비참히 돌아가신 후 떡을 팔아 손주를 기르시는 할머니의 힘을 덜고 싶어서 엿도가니의 엿을 받아다 파는 소년은 장사가 잘 되는 날이면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책을 사다 읽어드릴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에 부푼다. 그 소박하고 여린 꿈이 방앗간 집 아이의 훼방에 산산이 부서지는 . 는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아이들을 자기 휘하에 놓고 갖가지 악행을 저지르는 말대가리를 통해 아이들의 세계가 항상 천진하고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는 치졸하고 잔인한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세계가 펼쳐지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겪어내는 일 또한 녹녹치 않음을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살아가는 일은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때로 몹시 고단하지만 삶의 한켠에는 그 상처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곁에 머무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시리즈의 출간 이후 아동출판계에는 속된 말로 ‘환타지가 아니면 대박이 날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성인물시장에 팩션의 바람이 불고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 역시 아동출판계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영화로 치자면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라고 할 만한 초대형 베스트셀러들의 등장과 출판시장의 계속되는 불황이 겹쳐 ‘튀는’이야기 ‘잘 팔리는’이야기를 찾느라 혈안이 된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자 하는 모색이 다양성을 찾아가는 반가운 시도임에도 자칫 고전적인 스타일의 이야기들이 상품으로서의 가치판단에 가려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쓸데없는 걱정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의연히 자리를 지키며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는 작가군이 있다는 일은 무척 다행스런 일일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 즉 삶과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작가 강정규의 변함없는 관심사이자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의 주제들이다.
부모가 읽으며 공감하고 자녀들에게 읽힐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또 그 아이가 자라 자신의 자녀에게 읽히게 될 이야기란 어떤 이야기 일까?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아무리 많이 변할지라도 쉬이 변하지 않을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것은 이런 마음에서일 것이다. 14편의 소박한 이야기들에 나오는 아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어디선가 자라고 있는 아이들인 것 같고 한 번도 본 적 없으나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 부모님의 어린 시절인 듯도 하고 어쩌면 나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인 듯 느껴지는 것이야말로 작가 강정규만의 저력에서 비롯된 작품의 힘이다.

작가의 말

사랑으로 쓰고 싶은 열망으로

“내가 이제 가장 좋은 길을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 내가 (……)천사의 말을 한다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 그러므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
어디선가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글이지요? 맞습니다. 1977년 성서공회가 발행한 《공동번역성서》에서 고린도전서 13장을 옮겨 쓴 거죠. 몇 군데 (……)로 생략했으니 그렇지 전문을 옮겨 쓰자면 글자만 6백 55자에 이릅니다.
일찍이 야학운동을 했던 관계로 총각 때부터 주례를 섰습니다. ‘일찍이’란 복무 중 군주둔지 예배당을 빌어 시작한 야학이 제대 후까지 서울 구로동과 경기 안산 공업단지로 이어진 10년의 세월을 의미합니다. 이 야학은 대학 강단으로 이어져 30여 년의 직장생활 중에도 내려선 일이 없으니 그간 만난 젊은이가 얼마나 많겠어요. 그들로부터 자주 주례 부탁을 받게 된 거죠.
결혼식이 내일로 다가오면 나는 우선 이발소와 목욕탕엘 다녀와 손톱과 발톱을 깎습니다. 그리고 벼루에 먹을 갈고, 한지를 펴 놓고 앞에 인용한 바울선생의 편지 6백여 자를 세필로 옮겨 씁니다. 이것이 나의 주례사입니다.
그런데, 이 일이 그렇게 단순치가 않아요. 붓글씨라 그렇죠. 잘 나가다가 중간에서 먹물이 번지거나 받침이 하나 틀려도 난감해지거든요. 그 자리만 면도칼로 오려내고 풀질로 살짝 때워볼까 망설인 적도 있어요. 하지만 주례사에 어찌 구멍을 내고 땜질을 할 수 있겠어요. 첨부터 다시 쓰는 거죠. 그러다 또 틀려요. 틀리더라도 초장에서 틀리면 좀 덜한데 맨 마지막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라”는 데까지 와서 ‘랑’자의 이응 받침에 먹물이 그만 똑 떨어져 뭉개지면 그야말로 머리에 쥐가 나죠. 밤은 깊어 가는데, 팔목과 어깨는 뻐근해지고 눈 또한 침침해지고 벼루엔 먹물까지 말라가니…… . 그렇지만 새 종이 펴놓고 먹을 갈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붓을 듭니다.
지금도 그러느냐구요? 아뇨, 그 무슨 필기구회사에서 ‘붓펜’이라는 것이 생산되면서 형편이 좀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삼사십 년 동안 같은 책, 같은 구절을 수십 번 옮겨 쓰는 동안 나는 아주 중요한 것을 발견했어요. 처음엔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로 이어지는 ‘사랑의 찬가’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래서 그걸 강조했지요. 그런데 최근에 비로소 ‘가장 좋은 길’과 ‘천사의 말을 하더라도……’ 부분에 눈길이 머물더란 말입니다. 그야말로 ‘가장 좋은 길’을 아는데 그처럼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지금도 내가 무엇을 확실하게,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닐겁니다. 그런 눈을 갖게 되는 게 여전한 내 소망이니까요.
근래 한 제자가 학위논문으로 내 작품론을 쓰기 위해 목록을 정리하다보니 장편까지 포함하여 1백편 쯤 되더래요. 참으로 헛소리를 많이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무엇이 다르겠어요. 그래요, 여전히 사랑으로 쓰고 싶은 열망만으로 또 한권의 책을 묶습니다.

목차
1부
꾸러기의 달
돌아온 다람쥐
문어발
이야기가 된 꽃씨
2부
새
포도이야기1
포도이야기2
행복한 별나라1
행복한 별나라2
행복한 별나라3
3부
엿
대추나무
말대가리이야기
제망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