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30년간의 현지조사 및 연구 성과가 집대성된 ‘한국 가면극’의 모든 것
가면극은 ‘탈놀음’ ‘가면희’라고도 불리는, 가면을 쓰고 행하는 ‘놀음’이다. 놀음이나 놀이란 원래 고대․중세의 종?교의식의 흔적으로서, 가면극의 기원 역시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가면은 사람과 동물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초자연적인 존재 즉 신을 나타내기도 한다. 놀이가 종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놀이는 곧 신의 놀이다. 원시민족은 가면을 쓰고 놂으로써 풍요를 기원하고 재앙을 피하고자 했다. 가면은 형태가 비슷한 것에서 같은 상황이 생...
30년간의 현지조사 및 연구 성과가 집대성된 ‘한국 가면극’의 모든 것
가면극은 ‘탈놀음’ ‘가면희’라고도 불리는, 가면을 쓰고 행하는 ‘놀음’이다. 놀음이나 놀이란 원래 고대․중세의 종교의식의 흔적으로서, 가면극의 기원 역시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가면은 사람과 동물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초자연적인 존재 즉 신을 나타내기도 한다. 놀이가 종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놀이는 곧 신의 놀이다. 원시민족은 가면을 쓰고 놂으로써 풍요를 기원하고 재앙을 피하고자 했다. 가면은 형태가 비슷한 것에서 같은 상황이 생겨난다는 신앙, 즉 유감주술(有感呪術)에서 태어난 일종의 가장물(假裝物)이다. 우리 조상들이 귀신을 쫓기 위해(∏i邪), 그리고 양반계급의 풍자를 목적으로 놀던 가면극도 실제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상황을 가장한 놀이, 즉 신의 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가면극은 서민층의 생활상과 근대의식의 성장을 보여주는 전통극으로서, 현재의 가면극은 조선 후기에 기존 연희를 재창조함으로써 성립되었다. 이 책은 자연환경에 따라 그리고 문화의 발달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형성되어 발달한 가면과 가면극에 대해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해, 한국 가면극의 성립과 형성과정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5호 북청사자놀이를 전수했고 현재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저자는 1978년 대학 일학년 때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가면극 전승 지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명연희자들에게서 한국 가면극에 대한 소중한 자료들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1998년 『한국 가면극, 그 역사와 원리』를 출간한 바 있다. 그리고 이후 발견된 많은 문헌 기록과 도상 자료들로 한국 가면극에 관한 더욱 다양하고 심도있는 연구가 가능해졌는데, 이번에 선보이는 이 책 『한국의 가면극』은 그러한 제반 논의를 포괄한 한국 가면극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수년간에 걸친 현지조사와 기존 연구에서 얻은 성과들이 집대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광복 이후 북한에서의 연구, 가면극의 기능과 의의 등 여러 측면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특히 한국 가면극 연구사에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던 본산대놀이의 성립과 형성과정 등의 문제를 밝혀낸 점은 크나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가면극의 지역적 분포와 특징, 기원, 계통, 놀이꾼, 중국문화와의 연관성, 무속적 측면, 표현언어와 대사의 형성원리, 극적 형식, 한국의 사자놀이 등에 대해 깊이있으면서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제1장 「가면의 세계」에서 가면의 기능과 의의에 대해 한국의 가면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가면을 비교해서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 제2장 「가면극의 지역적 분포와 특징」에서는 현지조사와 광복 후 북한에서의 연구 성과를 수용해 논의했고, 제3장 「가면극의 기원」에서는 그 동안 가면극 연구에서 가장 논쟁이 활발했던 기원설을 산대희(山臺戱) 기원설, 산악(散樂)․백희(百戱) 기원설, 기악(伎樂) 기원설, 제의(祭儀) 기원설로 나누어 고찰했다. 제4장 「가면극의 계통」에서는 한국의 가면극을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 기타의 가면극으로 나누어, 새로 발굴된 자료의 성과를 반영해 본산대놀이의 성립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폈다. 제5장 「가면극의 놀이꾼」에서는 본산대놀이의 놀이꾼인 반인(泮人)에 대한 자세한 논의와 함께 각 지방 가면극 놀이꾼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제6장 「가면극과 나례」에서는 중국의 나례(儺禮)와 나희(儺戱)가 가면극에 끼친 영향을, 제7장 「가면극과 우희」는 가면극의 골계적 재담들이 우희(優戱)의 전통과 일정한 관련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제8장 「가면극과 북방문화」에서는 북방민족 출신의 연희자와 가면극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의 예를 들어, 한국의 가면극에 북방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음을 밝혔고, 제9장 「가면극과 무속」에서는 가면극에 나타난 무속적 측면을 고찰했으며, 제10장 「가면극 대사의 표현언어」에서는 기존의 연구성과를 두루 소개하고 나름의 견해를 전개했다. 제11장 「가면극의 대사와 가요의 형성원리」에서는 가면극 대사의 특징과 형성원리를, 제12장 「가면극의 극적 형식」에서는 다양한 극적 형식이 사용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제13장 「사자놀이」에서는 삼국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자놀이의 역사를 살펴보고, 한국의 대표적 사자놀이인 북청사자놀이의 연희 배경과 기능, 의의 등에 대해 고찰했다.
한국형 판타지의 풍성한 토대
“다급해진 양반은 자기는 양반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똥, 개, 돼지, 소, 쐐기, 구렁이” 등으로 둘러댄다. 그러므로 영노가 양반의 정체를 계속 반복해 확인하는 내용이 전개되면서 양반의 권위와 체통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가면극은 양반층에 의해 부당하게 억압받던 서민층이 그들의 갈등을 해소하는 놀이판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과 형식을 통해 양반층을 풍자하는 것이다.” ―제11장 「가면극의 대사와 가요의 형성원리」, p.298.
여러 가면극 채록본의 인용문, 오랜 기간에 걸친 현지조사 끝에 얻은 실감나는 대사들, 99컷에 이르는 가면극 관련 도판 등은, 그 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가면극, 더 나아가 한국 민속학에 좀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저자의 일관된 관점과 서술로 선학들이 노정한 한계와 오류마저도 정정한 이 책은 한국 가면극의 ‘21세기판 교과서’라 할 수 있으며, ‘한국형 판타지’의 풍성한 토대가 될 것이다.

목차
책 머리에
제1장 가면의 세계
1. 가면의 유형
2. 가면극에 등장하는 가면의 특징
제2장 가면극의 지역적 분포와 특징
1. 서울, 경기도의 산대놀이
2. 황해도의 탈춤
3. 경상남도의 야류와 오광대
4. 기타 지역의 가면극
제3장 가면극의 기원
1. 산대희 기원설과 산악․백희 기원설
2. 기악 기원설
3. 제의 기원설
4. 실제적 목적 기원설
제4장 가면극의 계통
1.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
2.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
3. 기타 가면극
제5장 가면극의 놀이꾼
1. 본산대놀이의 놀이꾼
2. 각 지방 가면극의 놀이꾼
제6장 가면극과 나례
1. 중국의 나례와 나희
2. 한국의 나례와 나희
3. 나례의 구나형식과 가면극의 연극적 형식
제7장 가면극과 우희
1. 중국과 일본의 우희
2.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우희
3. 고려시대의 우희
4. 조선시대의 우희
5. 우희가 가면극에 끼친 영향
제8장 가면극과 북방문화
1. 몽골어의 차용
2. 팔먹중의 유래
3. 최괄이, 취발이의 유래
제9장 가면극과 무속
1. 가면극에 나타나는 무속적 측면
2. 무계 출신의 가면극 참여
제10장 가면극 대사의 표현언어
1. 국문체의 표현언어
2. 한문체의 표현언어
3. 국문체와 한문체 표현언어의 혼효양상
제11장 가면극의 대사와 가요의 형성원리
1. 반복의 방식과 대사의 형성원리
2. 과장 구성의 극적 형식과 대사의 형성원리
3. 등장인물간의 극적 형식과 대사의 형성원리
4. 기존 가요의 차용과 개작방식
제12장 가면극의 극적 형식
1. 싸움의 형식
2. 반복의 형식
3. 정체확인형식
4. 구나형식

제13장 사자놀이
1. 사자놀이의 유래와 역사
2. 북청사자놀이
주(註)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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