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이 묻고 이기주가 답하다

독일식 통일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재무부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부총리 등을 역임하면서 남북문제를 실무에서 다룬 강경식 씨와 외교부차관을 역임하고 특히 통일 후 독일에서 대사를 지낸 이기주 씨는 지금 우리에게 ‘통일’이 꼭 필요하냐는 의문을 던진다. 더구나 ‘독일식 통일을 이루리라는 꿈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출판사 서평
독일식 통일? 꿈 깨라!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의 소망은 당연히 ‘통일’이다. 통일을 꿈꾸는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바로 독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로 서로 체제를? 달리했던 서독과 동독은 1990년 10월 3일 무력충돌 없이 감격적인 통일을 맞는다.
2000년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들은 우리의 숙원 통일이 머지않아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희망에 찬물이 끼얹듯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북경협, 대북포용정책, 햇볕정책 등 남한의 ‘퍼주기 식...
독일식 통일? 꿈 깨라!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의 소망은 당연히 ‘통일’이다. 통일을 꿈꾸는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바로 독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로 서로 체제를 달리했던 서독과 동독은 1990년 10월 3일 무력충돌 없이 감격적인 통일을 맞는다.
2000년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들은 우리의 숙원 통일이 머지않아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희망에 찬물이 끼얹듯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북경협, 대북포용정책, 햇볕정책 등 남한의 ‘퍼주기 식 지원’은 실제로는 북한의 핵 개발 비용과 김정일 체제 유지에 악용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 역시 여전히 참혹한 상태 그대로이다.
독일식 통일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재무부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부총리 등을 역임하면서 남북문제를 실무에서 다룬 강경식 씨와 외교부차관을 역임하고 특히 통일 후 독일에서 대사를 지낸 이기주 씨는 지금 우리에게 ‘통일’이 꼭 필요하냐는 의문을 던진다. 더구나 ‘독일식 통일을 이루리라는 꿈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두 원로는 바로 이 책 《통일의 길, 바로 가고 있는가》에서 감상적인 동포애, 민족애만 내세우면서 독일식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 한반도 실정에는 어떤 형태의 통일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 없는 통일은 필요 없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원칙 아래 통일 정책을 입안해야
두 원로는 정책 입안자의 편의에 따라 달라지는 통일정책과 북한의 눈치만 살피는 통일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민족 최우선’을 내세우는 통일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드높인다.

“결국은 북한과 통일을 논의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왜’ 통일을 해야 하고, ‘어떤’ 통일이 되어야 하느냐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유와 기본 원칙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원칙에 대한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합니다. 누가 뭐래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는 절대로 양보해선 안 됩니다. 이 원칙을 북한 지역에 적용하는 통일이 아니라면 통일 자체를 논의할 가치조차 없음을 분명해 해야 합니다.
아무리 통일이 바람직하다고 해도 기본 인권과 자유를 저버리면서까지 통일에 집착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한의 체제 중 어느 쪽이 더 우월한 체제인가는 이미 증명되고도 남습니다. 우리 경제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비해 북한은 옛날에 잘 나가던 경제를 저렇게 망치고 주민들을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마당에, 어떻게 그쪽 체제를 따라가야 한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아무래도 이해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강경식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같은 민족끼리 합치면 되는데,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끼리라고 무조건 합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바로 문제이기도 하지만 같은 민족이기에 반드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시대에 뒤처진 생각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이 10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농촌지역에서는 국제결혼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민족이 아닌 ‘국가?국민?시민’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다민족이 한 나라를 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민족이 여러 나라로 나뉘어 살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같은 민족은 민족 단위로 하나의 국가를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민족끼리’를 너무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전승국들에 의해 우리 뜻은 전혀 배제된 가운데 분단된 현실이기에 우리들 스스로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지만, 통일을 앞세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민족통일 최우선’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경식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통일 개념
-정치적 통일이 능사는 아니다. 인적교류?물적교류를 늘리자.
꼭 하나의 나라로 정치적 통합을 이루어야만 통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두 원로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오히려 정치적 통합만 내세우느라 연방제 통일 혹은 흡수통일을 내세우는 안이한 정책 입안을 꾸짖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통일해야 통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서로 투자도 할 수 있고 사람이 왕래할 수도 있고, 심지어 같은 화폐를 쓸 수도 있습니다. 남북한 간에도 꼭 정치적으로 통일해야만 통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우선 남북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촉도 하고, 왕래도 하고, 경제활동도 하면서 비정치적, 기능적 통일을 지향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기주

“만약 우리가 자유롭게 동남아나 일본, 중국을 여행하는 것처럼, 북한을 여행하거나 관광하고 친족을 방문하거나 물건도 사고팔 수 있다고 할 때, 그때에도 지금처럼 남북한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합창할 것인지, 생각해보곤 합니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얼마든지 편하게 볼 일을 보는 것처럼, 북한하고도 그렇게만 된다면 굳이 통일해서 한 나라로 만들어야 하겠다든가 하는 생각은 지금보다 훨씬 수그러들 것이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남북이 100만이 넘는 군대를 휴전선에 배치시켜 놓아 언제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처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면, 한 나라로 통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답답해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연방제 통일이고 뭐고 복잡한 얘기 할 것이 없이, 북한 지역을 자유롭게 내왕할 수 있도록 하면 통일을 향한 가장 획기적인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강경식
오히려 중국-대만, 중국-홍콩처럼 자유로이 왕래를 하면서 북한과 남한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을 허무는 것이 통일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양측이 정치체제를 달리하면서도 3통원칙(通航, 通商, 通信)에 의해 인적교류, 경제교류 등에 있어 그렇게 밀접하고 상호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세계 역사상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양측이 정치적으로 상대방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만으로서는 경제적으로 대륙보다 유복하여 대만 주민들이 자신의 정치체제에 우월감을 가지고 있고, 또 배후에는 미국의 강력한 안보지원이 있어 독립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대륙의 경우에는 인구와 국토 면에서 수십, 수백 배의 차이가 나고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후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대만이 중국을 넘볼 수 있는 가능성은 전무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경제관계를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대만의 대중투자 규모는 1천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2006년의 교역규모도 1천억 달러에 달하면서 대만이 크게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작년 약 440만의 대만인들이 중국을, 20만의 중국인들이 대만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은 극소수의 일부 민간품목을 제외하고는 대만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투자의 경우에도 일부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중국인들과 동등한 내국민 대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 이기주
“통일 전의 동서독 경제관계는 양측이 정치적?경제적으로 체제를 완

목차
들어가는 말 : 남과 북, 자유민주주의·상생의 통일을 위하여
Part I. 독일통일과 한국
1. 통일 전 동서독 관계와 남북한 관계의 차이
동서독 분단과 한반도 분단
통일에 대한 동서독과 남북한의 입장
통일 이전 동서독 간 정치교류
동서독 간 비정치적 교류
동서독 간 경제교류
통일을 위한 서독의 준비
독일통일 당시 주변국 사정
2. 베를린 장벽 붕괴에서 독일통일까지의 과도기적 과정
3. 통일 후의 동서독 통합과정
3. 우리에게 독일식 통일이 가능한가?
서독과 한국의 통일정책 차이
통일 전 동독의 정치상황과 현재 북한의 정치상황
서독의 대동독 상호주의와 한국의 대북경협의 차이
독일통일과 한반도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태도
통일 비용 부담능력
통일과 사회?심리적 통합
독일식 통일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아
Part II. 한반도, 올바른 통일을 위한 제언
1. 핵과 김정일
북한의 핵실험
6자회담 타결
김정일의 연명전술
2. 21세기 한국형 통일 모델
남북한 통일정책과 그 문제점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통일 개념
한국형 단계적 통일방안
3. 통일을 향한 과제
대담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