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삶의 느린 지혜를 얻다! 세계 아이들의 얼굴을 담은 포토 & 여행 에세이! 몽골 초원과 시베리아 벌판, 타클라마칸 사막과 파미르 고원의 실크로드, 신들의 거처가 있을 법한 티베트 등 아시아 각지에서 만난 아이들의 얼굴들. 일상의 기쁨과 순수함을 일깨워 준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풍경 대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자'인 어린이들을 사진기에 담았다. 나라와 인종은 다르지만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 담긴 현자의 모습은 같은 형상을 지니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자들을 만났다
산과 강물이 길러준 눈빛일까?
밤하늘의 별과 달이 키워준 눈빛일까?
아이는 어디서 저리도 웅숭깊고 해맑은 현자의 눈을 갖게 된 것일까?
10여 년을 넘게 세계를 돌아다녔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곳도 들렀고, 각 나라의 산해진미도 모두 맛보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들로 인한 감흥이 사라져 버렸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피해 떠났던 여행도 권태가 찾아오는 것일까. 그 권태를 뒤흔든 것은 다름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아이들이었다. 아이, 인간의 가장 원형의 모습을 지닌 존재, 걱정도 두려움도 미움도 고뇌도 없는 순수한 모습들. 우리네 인생에 축복과도 같은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한다. 아이들을 보며 웃고, 아이들을 보며 눈물짓고, 아이들을 보며 에너지를 얻고, 아이들을 보며 현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 책은 아시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마주친 아이들의 미소와 그 삶을 통해 얻게 된 진지한 삶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다.

나그네, 절뚝거리는 다리로 먼 길을 나서다
산에 오르다가 다리 뼈가 두 대나 부러져 수술을 해야 했다. 부러진 뼈에 철심을 박고 한참동안 운신을 할 수가 없었다. 밖에선 광고회사의 잘 나가는 팀장으로, 집에서는 성실한 가장으로 지내면서도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녔던 저자 이희인. 그에게 꼼짝없이 두서너달 가량 도시에 갇혀 있는 시간은 끔찍한 천형의 시간이었다.
심하게 다친 다리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고 모든 소리와 향기가 어서 여기 산과 들판으로 나와보라고 그를 유혹하는 속삭임이었다.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꾸만 바깥이 궁금했다. 어쩔 수 없이 타고난 방랑자, 여행자의 피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여행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결국 그는 절뚝거리는 불편한 다리로 먼 길을 위한 행장을 꾸린다.
'우리들의 발에는 뿌리가 없다. 발은 움직이라고 생긴 것이다.' - 브르통, 《걷기 예찬》

얼마 뒤 이희인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베트남의 산길을 걷고 있었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이 자신을 짓눌렀고 절뚝거리는 걸음은 더욱 더뎌졌다. 폭염 속에서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빗줄기처럼 쏟아졌고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순간에도, 그는 마냥 좋았다. 그 뜨겁던 오후에 흙탕물에서 만난 검정소도 반가웠고, 카메라를 무심한 듯 응시하던 소 모는 아이는 또 얼마나 고마웠던지. 귓가에 터지는 셔터 소리에 나그네는 그때만큼 강렬하게 살아있음을 느낀 적이 없었다. 브르통의 말을 증명하듯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을 현실에 붙잡아두려는 온갖 상황 속에서도 행장을 꾸리고 여행자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여행의 어떠한 점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가? 이 질문에 길을 떠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행자 이희인의 대답은 한결 같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천진난만한 미소, 세상의 이치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닳아빠진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는 삶의 지혜를 가진 아이들. 삶을 돌아보게 하고, 위태로운 고비마다 자신에게 깨달음을 주는 ‘현자’ 같은 아이들이 바로 여행을 멈추지 않게 하는 이유다.
그 언젠가 흐뭇했던 추억, 잊고 살았던 뜨끈한 무엇, 흐릿해져버린 일상의 기쁨,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드넓은 대륙,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만난 아이들을 통해 깨달은 삶의 진리에 대한 성찰과,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순도 200%의 미소를 선물한다.

아이를 따라간 카메라, 그 끝에서 깨달음을 얻다
10년 동안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녔던 그가 언제부턴가 아름다운 자연 경관보다 더 마음을 뺏기는 것이 있었다. 바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앵글 한 귀퉁이로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들이미는 아이들이 그 어떤 훌륭한 풍경보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때부터 그의 카메라는 여행지에서의 아이들을 담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국가라는 미얀마에 갔을 때다. 불교유적이 많은 ‘바간’이라는 도시에서 그는 사원에 들어서거나 한적한 동네를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흠칫 놀라고는 했다. 사찰 안에 사방팔방으로 모셔진 부처의 얼굴에서 좀 전에 만났던 싱그러운 아이의 얼굴을 다시금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두 얼굴이 중첩되는 묘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얼굴에 깃든 부처를 보게 되었고, 이 어린 ‘현자’들과의 만남이야말로 이후 그가 길을 떠나는 이유가 되었다.
라오스의 한 냇가, 세찬 물살 앞에서 한참 당황하며 머뭇거리는 자신과 달리 용감하게 양팔을 휘저으며 물 한가운데로 나가는 꼬마의 자태는 흐트러짐 없이 당당하고 늠름했다. 그 이름조차 위압스러운 에베레스트 발치 아래 부스스 한가로운 늦잠을 깬 아이는, 새벽 산길을 허위허위 올라온 나그네를 향해 등반가의 도전과 영광 따위는 모두 부질없고 아무것도 아닐 뿐이라는 눈빛을 보낸다. 몽골 초원의 아이들은 바깥세상의 눈으로 보기에 가진 것 없고 궁핍해 보였지만 과연 누가 소중한 것을 많이 갖고 있는지 나그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아이들이 내게로 오는 것을 막지 마라”며 천국에 가까운 것은 어른들이 아니라, 바로 그들, 아이들이라고 했던 것일까.

아이야, 넌 우리네 인생의 단비이자, 샛별이고, 축복이다!

<하나 그리고 둘>
이란 영화에서, 초등학교 1학년 쯤 된 아이가 입학 선물로 자그만 자동 카메라를 받는다. 그런데 이 개구쟁이 녀석이 필름 비싼 줄 모르고 마구 찍어댄 사진들이 도무지 어른들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어른들의 엉덩이나 등짝을 무례하고 느닷없이 찍어대더니 이번에는 아파트 복도의 후미진 구석이나 계단, 방안의 구석 따위를 마구 찍어댄다. 자신의 사진에 대한 아이의 해석이 정말 위대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자기가 찍어 보여주려 했다는 게 첫 번째 작업의 주제란다. 그렇다면 두 번째 작업의 주제는 무엇일까? 바로 아파트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모기’를 찍으려 했다는 것이 이 녀석의 설명이다. 저자는 이 장면을 보면서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느낌이었다. 아이의 시각, 생각이 이토록 유별나고 기발할 수가 있구나!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어쩌면 적게 배우는 것이 많이 배우는 것일지 모른다. 라즈니쉬의 말처럼 배움은 지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들은 배움을 지식과 동일시해온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종종 우리가 잊고 살았던 시간을 되돌려준다. 어린 동생을 안고 집 앞을 서성이는 어린 여자아이는 어린 날 어머니의 모습이었고, 자신들만의 왕국인 골목을 힘차게 뛰어노는 아이들은 어릴 때 같이 뛰놀던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아시아의 거칠고 힘든 땅을 건너며 만난 아이들의 얼굴엔 잃어버렸던 유년의 소중한 기억이 비치기도 했고, 그들이 자리 잡고 사는 산과 호수의 빛깔이 잔잔히 담겨 있기도 했다. 아이는 있는 모습 그대로 어른들의 지친 어깨를 다독여주는 힘이 되기도 하고, 살아가는 지혜를 찬찬히 일러주는 무언의 가르침이 되기도 한다. 그가 길 위에서 만난 현자들은 하나같이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지혜와 가르침은 늘 새롭고 위대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린이를 조금 더 스승 삼아봐야겠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타히티를, 그대는 하나쯤 갖고 있는가?

잘 나가던 은행원의 자리를 버리고 문득 캔버스와 붓을 잡았다가 마침내는 홀연 남태평양의 외진 섬 타히티로 떠난 고갱. 그는 그 곳에서 섬의 자연과 아름다운 원주민들에게 강하게 매료되었고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타히티의 여인들>
등과 같은 자신의 예술인생 최고작품들을 완성했다. 가난과 고독에 시달리던 도시생활을 떠나 자신의 남은 여생을 보낸 타히티가 결국엔 고갱의 천국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타히티를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살고 있을까? 왜 우리는 살아가는 모든 날 동안 목이 뻣뻣하고 눈을 부릅뜬 긴장 속에서 지내야 하는가. 왜 우리는 한순간의 낭비와 허비도 없이, 한 치의 오차도 실수도 없이 반듯하게만 살아야 하는가. 매달 꼬박꼬박 부어야 하는 적금과 세금, 사람된 도리를 한다며 주말마다 쫓아다니는 지인들의 경조사, 다이어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비즈니스와 사업상의 약속들을 뒤로 한 채, 떠나고 싶은 자신만의 천국을 갖고 있는가?

저자는 진정 소망하고 바라왔던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잠시 뒤로 하고 가슴으로부터 살고 싶은 단 얼마간의 값진 시간을 위해 자신만의 장소를 준비해야한다고 말한다. 그간 세상을 돌며 만났던 마음 속에 오래 품어온 자신만의 천국을 천사 같은 아이들과 함께 우리에게 소개한다.




아이들은 표정으로 말한다.

본문에는 이희인이 드넓은 아시아 대륙을 누비며 찍은 아이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어떻게 이런 표정과 장면을 다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웃는 모습, 놀라서 우는 모습, 골목에서 노는 모습, 가방 메고 뛰어가는 모습 등 아이들의 삶이 모두 그 안에 담겨있다. 그는 부지런한 손과 발을 지닌 성실한 여행가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아이들의 표정에는 모든 것이 다 드러나 있다. 이희인의 사진 속에는 마음을 숨길 줄 모르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그 삶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아이들의 표정은 전염력이 강하다. 카메라를 들이밀 때마다 때론 도망가거나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때론 부끄러움 없이 호기심을 그대로 드러낸 채 얼굴을 들이미는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이 하염없이 맑아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자꾸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부 아이들의 눈에서 내 어린 시절을 만나다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에 대한 기억, 어느새 우리네 삶에서 잊히고 사라져간 살가운 풍경들. 아시아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 속에서 유년의 추억과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을 대면한다.

2부 현자는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어른도 태어난다.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실은 아이들이 어른에게 가르치는 것이 더 많다. 아이들에게서 배운 삶의 교훈들, 아이를 통해 일깨운 삶의 의미들.

3부 태초에 아이들이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부끄러운 듯 숨어버리는 아이, 쑥스러운 미소로 이방인을 반겨주는 아이. 나도 아이였고, 그 누구도 모두 아이였을 테지만 어쨌거나 아이들은 우리네 인생에 축복과도 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 짓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록한다.

4부 아이야, 거친 세상에 활짝 피어나라
무엇이 아이들을 눈물짓게 하는가. 어른들의 얄팍한 이기심으로 상처받고 고단하고 막막한 삶에 내맡겨진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삶을 품어 안고 살아간다. 지켜주고 싶은 이 세상 최고의 보물인 아이의 미소 뒤에 숨은 슬픔을 엿본다.

들어가며 - \"세상의 아이들과 함께 놀아보실래요?\"

1부 아이들의 눈에서 내 어린 시절을 만나다
비 갠 뒤의 자맥질ㅣ술 마시는 아이ㅣ세상에서 가장 멋진 시장ㅣ7월의 삶은 옥수수 냄새ㅣ긴 그림자 아이ㅣ정의의 소년ㅣ냉차의 맛ㅣ놀이하는 인간, 아이ㅣ아이들만의 왕국, 골목ㅣ개천 하나 있다면 ㅣ공중전화가 있는 풍경ㅣ바이사 마을의 느린 오후ㅣ초대받지 못한 아이ㅣ콧물 국수ㅣ집에 갈 때 아이들은 뛰어 갑니다ㅣ한여름 밤의 장터ㅣ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2부 현자는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현자를 만나다ㅣ냇물을 건너는 법ㅣ탁발승의 아침 행진ㅣ불상을 닮은 아이들ㅣ발우를 든 동자승ㅣ순도 200% 미소의 천사들ㅣ소 모는 아이ㅣ사막에서 만난 꼬마 철학자ㅣ에베레스트의 늦잠 자던 아이ㅣ가난한 부자들ㅣ천국에 갈 것인가, 낚시하러 갈 것인가?ㅣ삶을 길어 올리는 꼬마 어부ㅣ꿈을 찍는 사진사

3부 태초에 아이들이 있었다
천사들이 날 수 있는 것은ㅣ숨바꼭질ㅣ108시간을 함께 한 친구들ㅣ파미르 고원에 핀 한 점 꽃ㅣ하늘 호수의 아이들ㅣ천공의 성에서 보낸 일주일ㅣ하늘 길에서 만난 아이들ㅣ하늘 위의 학교ㅣ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ㅣ둥근 공 하나만 있으면ㅣ기억해줄래? 동물원에서 보낸 하루를ㅣ나마스테, 사바이디, 니하오, 안녕하세요!

4부 아이야, 거친 세상에 활짝 피어나라
어머니에게도 어린 시절은 있었다ㅣ비를 맞다ㅣ산, 혹은 삶과 마주선 아이ㅣ나쁜 아이들ㅣ어느 나라의 아이일까?ㅣ세상의 슬픔을 짊어진 아이들ㅣ찻집 아이ㅣ기쁨의 도시에서 만난 슬픔ㅣ강이 되고, 학교가 되고, 삶이 되고ㅣ보는 아이, 보여지는 아이ㅣ메콩 강과 함께 산다는 것ㅣ아이들이 어른보다 많은 세상을 꿈꾸며ㅣ행복한 가족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