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춤을 지켜 온, 이 땅의 춤꾼들에 대한 이야기
우리 시대 마지막 춤꾼 30인의 육성을 오롯이 담다


행복한 비보이들, 그들 한편에 묵묵히 우리 춤의 명맥을 이어온 예인(藝人)들이 있다!
오로지 춤으로 한 시대를 건너온 명무(名舞)들…
화려하지만 고단했던 그들 삶의 발자취, 그 진솔한 기록

그저 춤이 좋았고 춤추는 것을 천복이라 여겼던 사람들. 무대 위 인생은 화려했을지언정 무대 밖 생활도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기생이라, 광대라, 무당이라 무시당하고 놀림당할까 한평생 숨죽여 살았지만, 남다른 재주와 끼는 평탄한 삶을 쉬 허락하지 않았다. 춤은 그렇게 ‘거역할 수 없는 팔자’였다. 그들이 우리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저자가 한시바삐 이 책을 엮고자 했던 이유다.
춤은 공간의 예술이자 시간의 예술이다. 영상 속에 담으려 해도 그 느낌을 온전히 전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춤이다. 하물며 오로지 한 시대를 춤으로 견뎌온 우리 시대의 진정한 춤꾼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춤 공연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들에게 춤은 어떤 의미에서 삶 그 자체였다. 춤밖에 몰랐고, 춤이 곧 삶이었다.
30인의 명무들은 운명 같은 태생의 비밀은 물론 자식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춤에 대한 집념과 열정, 남북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해야만 했던 회한 어린 과거, 다른 무용가들과의 반목과 마찰 같은 부끄러운 과거사까지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그들이 살아온 춤 길, 때로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가슴 시린 이 이야기들이야말로 우리가 미처 몰랐던 굴곡진 우리 근현대사의 또 다른 얼굴이자 한국무용의 산 역사임을 이 책은 말해준다. 화려하거나 방대하지 않지만, 그네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 때로 너무나 솔직해서 가슴 묵직해지는 이 이야기들이 쉬 손끝에서 놓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금까지 무용가의 깊은 속내를 담은 무용사는 없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들을 비롯, 맥이 끊긴 전통춤의 지킴이들까지 직접 발굴하고 추적
원로 무용가 30인의 생생한 증언으로 무용사의 공백을 채우다

저자는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들을 비롯하여 맥이 끊긴 전통춤의 지킴이들까지 우리 시대 마지막 춤꾼 30인이 걸어온 ‘춤 길’을 좇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 명무(名舞)들의 마지막 풍경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또 때로 기꺼운 마음으로 담담히 담아냈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무용가들이 모두 명무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 자기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 춤을 추었던 진정한 춤꾼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들 대부분은 ‘조선시대’에 태어났거나, 왕조의 숨결이 쇠잔해지던 시절에 세상과 마주하며 혼란한 시대를 춤 하나로 버텨왔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와 해방공간, 6·25전쟁과 남북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면서도 외로이 춤을 지켜왔다. 오늘날 그나마 한국춤 공연이 무대에 올려질 수 있는 것은 산업화에 밀려 뒷전이던 한국춤의 정신을 소리 없이 이어온 바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향 가득한 집안의 피내림을 물려받은 심화영.
시끄러운 과거가 알려질까 가슴에 꼭꼭 묻어두고 살아온, 민살풀이춤의 마지막 전승자 장금도.
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 <봉산탈춤> 예능보유자로 북한 전통춤을 남한에서 집대성한 양소운.
부채춤 군무를 최초로 선보인 한국무용의 대모 김백봉.
근대 한국춤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한성준의 제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명가 강선영.
한국신무용의 거두 조택원과 결혼한 무용계의 스타플레이어 김문숙.
최승희의 제자라는 이유로 긴 세월을 박제된 시간으로 살아온 국립무용단의 스타 한순옥.
신들린 ‘혼의 춤’을 추었던 산조춤의 명인 김진걸.
‘구한말 이래 변질되지 않은 춤원형’으로 꼽히며 전통춤을 오롯이 지켜오고 있는 우봉 이매방.
호방한 학춤의 황제 학산 김덕명.
버선발 하나말 들어도 멋이 줄줄 새는 마지막 동래 한량 문장원.
‘하늘과 내통하는 장삼자락의 춤’이라 평 받는 부운 김진홍.
한국의 디아길레프 추강 김동민의 딸 김온경.
스물일곱에 인간문화재가 되어 통영의 춤을 지키는 엄옥자.
오빠부대의 원조인 호남살풀이춤의 대가 최선.
훈령무를 최초로 발굴한 남도의 춤 지킴이 남재 송준영.
9대를 잇는 무업(巫業) 집안의 용사 박병천.
‘걸어다니는 공연 역사 교과서’라 불리며 마당춤 농악을 무대에 올린 전황.
우리나라 직업안무가 제1호로 무대 뒤 춤의 마술사였던 배명균.
궁중무용의 마지막 교두보인 이흥구.

인간문화재든 아니든, 화려한 명성을 쌓았든 아니든, 삶의 숱한 간이역들을 지나치며 자신의 춤만을 고집해온 이들 원로 무용가들이 없이 한국 근현대 무용사를 논할 수는 없다. 이 책은 해방공간부터 현재까지 무용, 국악, 국극, 영화 등 공연예술 장르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동한 원로 무용가들의 입을 통해 우리 무용, 공연계의 불분명했던 사실들과 비화들을 생생히 전해준다.

제1장 해어화, 춤으로 피어나다
권명화, 권번 똥물 먹은 작은거인
심화영, 거역할 수 없는 예가의 피내림
김수악, 강산 제일의 춤꾼
양소운, 탈놀음의 대가
조갑녀, 가슴속 숨겨놓은 '열아홉 춤'
장금도, 민살풀이 춤의 마지막 전승자

제2장 立舞, 춤을 세우다
강선영, 한국춤의 르네상스를 이끌다
김백봉, 부채 춤 꽃봉오리를 피우다
김문속, '초립동'문학소녀, 숨죽여 날다
한순옥, 국립무용단에서 행복을 수놓다
김진걸, 산조춤의 명인
이매방, 춤을 빚어 우주를 담다
권려성, 우리 춤의 해외 전도자

제3장 춤의 본향, 동래 부산을 지키다
김덕명, 호방한 학춤의 황제
문장원, 마지막 동래 한량
김진홍, 하늘과 닿은 무심의 춤
김온경, 강태홍을 아시나요?
정무연, '춤추는 제비'의 고독한 날갯짓
엄옥자, 한려 수도에 피어난 승전무

제4장 남도의 춤맥을 잇다
최선, 호남살풀이춤을 잇다
송준영, 님도의 춤 지킴이
박병천, 하늘과 소통하는 지상의 만가

제5장 舞의 道, 춤을 가르치다
전황, 마당춤 농악을 무대에 올리다
이근화선, 북녘의 애원성
배명균, 보이지 않는 춤의 배후
이미라, 춤으로 삶을 그리다
이흥구, 궁중무용의 마지막 교두보
최희선, 달구벌 춤의 길라잡이
이척, 춤의 백년을 꿈꾸다
이필이 무학산의 혼을 적신 무심(舞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