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내 삶은 수많은 사랑의 끈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972년 파독 간호사로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의사가 되기까지
“어떻게 독일에서 그 힘든 의대를 졸업했습니까?”라고 누가 물으면,
이 모든 어려운 일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랑의 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대답한다.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 우리 가족에 대한 사랑,
등록금 없이 의대에 다닐 수 있었던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감사,
독일인들과의 국경을 넘어선 인간적인 사랑, 또 독일인인 남편과의 사랑…….
나는 이 많은 사랑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세...
“내 삶은 수많은 사랑의 끈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972년 파독 간호사로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의사가 되기까지
“어떻게 독일에서 그 힘든 의대를 졸업했습니까?”라고 누가 물으면,
이 모든 어려운 일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랑의 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대답한다.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 우리 가족에 대한 사랑,
등록금 없이 의대에 다닐 수 있었던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감사,
독일인들과의 국경을 넘어선 인간적인 사랑, 또 독일인인 남편과의 사랑…….
나는 이 많은 사랑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세계시민’인 것이다.
1972년 스무 살 나이에 파독 간호사로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의대에 진학해 의사로서 자신의 꿈을 성취한 이영숙의 삶을 담은 책 『누구나 가슴 속엔 꿈이 있다』가 북스코프에서 출간되었다. 일곱 자매의 맏이로서 가족을 위해 먼 타국으로 떠난 큰언니, 파독 간호사로 일하면서 아비투어를 치르고 의과대학에 입학한 예외적인 학생, 뇌종양을 앓던 독일인 남편과 결혼한 여인, 독일에서 개인병원을 연 한국인 의사, 남편을 앗아간 병마가 자신을 찾아왔지만 꿋꿋하게 이겨낸 사람……. 이영숙이라는 한 사람을 정의하는 이 많은 수식어처럼 그녀의 삶은 평범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았다. 『누구나 가슴 속엔 꿈이 있다』는 낯선 나라에서 의사로서 자기 삶을 일구어낸 한국 여성 이영숙의 삶을 통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당하게 일어서는 한 사람의 저력을 보여준다.
● 나라와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감내한 선택 - 파독 간호사의 삶
아버지는 “우리 영숙이는 독일에서 우리한테 꼭 돈을 보내줄 거야!”하며 자꾸 다짐을 하셨다.
나는 가족과 이별하는 슬픔보다 독일에 가서 일을 할 수 있고, 내가 번 돈을 송금하면 우리 집이 가난에 허덕이는 삶에서 벗어나고 동생들도 복학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 본문 중에서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은 독일(당시 서독)에 돈을 빌리면서 국가 채무에 대한 보증으로 간호사와 광부를 파견하기로 했다. 1966년부터 10여 년간 독일로 건너간 파독 간호사는 1만여 명. 1970년대 중반까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이 송금한 금액은 연간 5,000만 달러로 국민 총생산의 2퍼센트에 이르렀다고 한다.
저자 이영숙은 해외개발공사에서 1년 동안 간호보조사 교육을 받고 1972년 2월 독일로 떠났다. 3년간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해 한국 가족에게 돈을 부치면 가난에 허덕이는 집안 형편도 나아지고, 동생들도 학교에 진학하고, 돌아오면 자신도 대학에 다닐 수 있으리라는 꿈을 안고…….
외국에 다녀온 사람도 드물던 시절이었다. 비행시간만 꼬박 스무 시간 걸려 도착한 독일은 사람들도, 거리 풍경도, 사고방식과 문화도 모두 낯선 곳이었다. 한국에서 온 파독 간호사들은, 결혼 밑천을 만들어 돌아가려는 이십대 처녀, 광부인 남편을 따라온 아내, 독일 대학에서 공부할 목표로 온 사람 등 사연도 나이도 제각각 다양했다. 독일어가 서툴러서 일어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고, 한국 간호사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고, 타국에서 외로움을 견디려는 광부들과 간호사들은 서로 교제하기도 했다.
한국의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나라를 위해 낯선 땅으로 향했던 파독 간호사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들을 기억하며 역사 속 한 장면을 기록한 이 책은 한국과 독일에 걸친 근현대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재조명한다.
● 튀빙겐의 의사, 리셸러 - 독일에서 한국인 의사로 산다는 것
에센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중 독일에서는 등록금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방법을 수소문했다. 한국에서의 최종 학력은 중학교 졸업……. 한국에서 2년 이상 대학에 다닌 사람이어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기에, 저자는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인 ‘아비투어’부터 치러야 했다. 병원 일을 하면서 독일 학생들도 어렵다는 아비투어를 치르기 위해 2차 성인 교육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밤과 주말에는 병원에서 일하고 낮에는 독일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 빡빡한 생활이 이어졌다. 주변에는 그녀를 미친 사람처럼 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아비투어를 마치고 1978년 당당하게 튀빙겐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왔지만 의대에 다니게 되자 저자는 파독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예외적인 존재가 되었고, 한국 유학생들 그룹에서도 물 위에 뜬 기름 같은 존재였다. 한국과 독일, 간호사들과 유학생들,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어디에나 속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으로 소외감을 극복했다.
재학 중 수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유르겐을 만나 결혼하고 뇌종양을 앓던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의대 박사 과정을 마쳤다. 남편을 먼저 보낸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난민 기숙사를 돌며 진료하는 일, 별의별 사고 현장을 다니며 사망 신고서를 쓰는 일 등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독일인들도 의사 자리를 구하기 힘든 마당에 아이까지 달린 외국인 여자 의사가 일자리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난민 환자들을 인간적으로 대했고, 혼자 사는 노인을 진료할 때면 따스한 위로를 건넸다. 왕진 가방을 들고 독일 사회의 후미진 곳까지 돌면서 독일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았다. 1993년 마침내 자신의 개인병원을 열었고 학생들과 외국인 환자들, 한국 교민들의 상담 역할까지 맡으며 환자와 의사로서 인간적인 교류를 맺었다.
저자 이영숙은 한국인으로서, 또 독일에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일하며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나는 세계시민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그녀는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 만남에서 이별까지 너무 짧았던 시간 - 독일인 남편과의 사랑
국제결혼이 흔치 않던 시절, 저자는 대학 시절 수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독일인 학생 유르겐을 만나 1981년 봄에 결혼했다. 당시 남편 유르겐은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한 상태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유르겐의 병 때문에 더욱더 가까워졌고 저자는 망설임을 뒤로하고 결혼을 결심했다. 두 차례의 재발과 수술……. 정성을 다해 보살폈지만 남편은 세 살배기 아들 얀을 남겨둔 채 1987년에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저자는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시 일어서야 했다. 개인병원을 운영한 지 12년째 되던 2005년, 몸에 이상을 느끼고 건강검진을 받은 그녀는 남편을 앗아간 병인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폐암에서 전이된 뇌종양이었다. 남편과 같은 치료 과정을 밟으면서 신체적 고통과 함께 정신적으로도 큰 고비를 넘겨야 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고 다시 일어선 저자는 병원으로 복귀했다. 아들 얀과 자신의 개인병원은 삶을 지탱해준 뿌리였기에.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평생의 힘이 되어준 남편에 대한 사랑과 남편과 같은 병을 앓는 얄궂은 운명마저 이겨낸 저자의 의지가 눈물겹다.
●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든 삶
저자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아비투어를 시작할 때도, 개인병원을 열겠다고 했을 때도 주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 안 되더라도 최선을 다해본 것과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번 시작하면 ‘죽기보다 더하랴’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남편을 잃고 일자

동반자나 외롭게 죽는 환자들을 보면서 삶의 허무함을 절실히 느꼈다. 지금까지 나는 한국에 있는 가족을 어떻게 도울까, 또 어떻게 하면 독일에서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삶의 문제에만 집착해왔었다. 그런데 '죽음으로 삶이 끝난다면 얼마나 허무한가? 나도 이 환자처럼 언젠가는 죽을 텐데,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의 죽음을 보면서 나는 내게도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느낄 수 있었다. -p.50

나쁜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다음 날 나를 찾아온 유르겐은 이제 나와는 만날 수 없다고 했다. CT 촬영 결과 이상이 발견되었는데 뇌종양이라는 것이었다. 머리의 오른족 앞부분에 종양이 있어서 경련이 왼손부터 시작된 거였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리고 그가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붙들고 병원에 같이 가겠다고 했다. -p.98

스무 살 때 독일에 온 나는 늘 오랜 외국 생활에서 오는 내면의 갈등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독일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한국 사람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독일과 한국의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 병원에 오는 한국 사람들과 한인 교회에서 만난 좋은 분들과 교류하면서 나는 한국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도 독일에서 얀을 키우면서 일을 하고, 선거를 하고 세금도 내며 살고 있으므로 독일 사회의 문제는 내 문제이기도 했다. 어떤 목사님의 말씀처럼 이 땅에 사는 사람이 주인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한국과 독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 속해 있는 거라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이 전환점을 계기로 내 삶은 더 풍부해졌다. -p.279

목차
나는 세계시민인가
두 나라 / 여섯 자매의 맏이 / 가난했지만 꿈이 있던 시절 / 작은 성인
1971년, 독일로 떠나기 전 / 독일행 준비 / 낯선 나라에 첫발을 내딛다
의사의 꿈을 펴다 / 피곤한 간호사
튀빙?겐 대학 그리고 결혼
5년 만에 한국으로 / 입학 준비 / 기숙사 생활 / 튀빙겐 대학 / 첫사랑
유르겐과의 만남 / 유르겐의 병 / 결혼식 / 결혼 생활 / 임신과 두 번째 시련
얀이 태어나다 / 주말 부부 / 운전면허
뮌헨에서의 생활
새 보금자리 / 첫 직장 / 뮌헨에서 만난 이웃 / 제발 / 작별
얀과 함께한 한국 방문 / 만만치 않은 현실 / 대리 의사 / 취업준비
다시 튀빙겐으로
튀빙겐의 의사 리셸러
튀빙겐 대학병원 / 개인병원을 열다 / 환자들을 돌보며 / 얀으 두번째 조국
병원 운영 / 얀의 진로 / 독일에서 살아간다는 것 / 작은 변화
삶의 경계에서
얀과 나 / 환자가 된 의사 / 이방인 / 복귀 / 지금 이 시간을 사는 기적
다시 삶으로
하늘에 있는 남편 유르겐에게
저자 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