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수파가 가장 경계하는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의
일본 복지체계에 대한 종합 분석서

신자유주의적.남성 생계부양자 중심의 복지 체계를 말하다

“단지 시장의 폭주를 제어하는 것을 넘어서 보편적인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생활을 보장해야 할 체계가 오히려 생활을 위협하고 사람들을 배제하게 되는 사회, 그것이 일본 복지의 현실이다.”

“놀랄 만큼 한국 사회의 현실과 닮아 있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사회의 초상”

선진국 일본의 복지 시계는 거꾸로 돈다
양극화. 비정규직화. 신자유주의화. 민영화. 성장 제일주의. 자살 대국. 저출산.고령화.
지금 현재 우리 사회를 이야기하는 키워드인 것 같지만, 현재 일본 사회과학계가 화두로 삼고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폭증하고 워킹 푸어(근로 빈곤층), 네트 난민(일용 노동자, 호출 노동자 등 거주지를 얻을 돈이 없어 PC방 등을 전전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로 2008년 말에는 ‘해 넘기기 파견촌’(기업에서 숙소를 제공받던 파견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면서 생겨난 임시 거주지)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경기 불황에 대한 처방책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선택되면서 일본은 더 이상 두터운 중산층을 자랑하는 사회가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일본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구조적 불평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는 2002년 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긴 호황’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을 수요 항목별 기여도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수출이 무려 60퍼센트를 차지했고, 이전에는 절반에 가까웠던 민간 소비의 기여도는 36%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경기회복은 주주에 대한 배당과 임원의 급여는 크게 증가시켰지만, 고용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으며, 노동자의 실질소득도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서민들이 호황의 혜택을 실감할 수 없는 ‘고용도/기쁨도 없는 경기회복’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재정정책과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소비를 진작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억제시키는 방향을 취했다.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본 일본 복지 사회의 현실
: 중산층 많은 일본 사회? 남성 정규직 노동자만의 평등이었을 뿐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일본 사회의 변화 과정과 그 원인에 대한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의 야심 찬 연구 결과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정책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현대 일본의 남성 생계부양자형 생활보장체계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경제를 넘어 전체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경제성장이 복지를 대체하고 중년 남성 노동자만을 가족의 생계 부양자로 간주하여 그들에게만 좋은 일자리와 혜택을 제공하는 생활보장체계가, 나머지 대다수 사회 성원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시스템이 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적?사회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중년 남성 노동자에 치중한 사회보장체계는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비정규 노동자를 증가시키고, 이는 또다시 사회보장제도의 공동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젠더 관계를 일국의 사회구조와 사회정책 방향을 구성하는 핵심 원리로 설정함으로써, 일본의 생활보장체계가 그 어떤 선진국보다 강고한 “남성 생계부양자형”이라는 점을 포착해 낸 것이다. 여기서 젠더 관계란, 단순히 성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구성원이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수준으로 그 사회에 통합되어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서 한 사회의 근간을 형성하는 원리이다. 따라서 성별과 가족 내 지위를 기준으로 사회 성원을 위계적으로 배열해 통합하는 남성 생계부양자형 젠더 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현대 일본 사회의 구조와 그 속에서의 삶에 대해 매우 피상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그동안 일본 사회를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로 규정해 왔던 ‘1억 총중류’라는 말 역시 허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즉, 현대 일본 사회의 상대적 평등도 남성, 정규직 노동자 간의 평등, 남성 가구주 간의 평등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밖의 특징들

사회정책을 전공한 경제학자가 제시하는 현실적 대안들
: 엘리트 정책가가 아닌 복지제도 사용자가 직접 설계하는 복지 사회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정책학자이며, 199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정부기구에 참여하면서 사회정책 무대에서 직접 활동해 온 활동가로서 저자는 사회정책이 이런 현실을 강화시켜 온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정책적 제언도 잊지 않는다. 게다가 일반적인 사회정책 및 복지국가 연구서와 달리 전문가가 합리적인 제도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설파하는 대신, 개개인의 사회 성원이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생활보장체계를 구성할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도 남다르다. 개개인의 필요는 본래 “개별적이고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제도여서는 안 되므로, 개개인의 사회 성원이 단순히 제도의 수혜자가 아닌 사용자이자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미 복지국가의 틀을 넘어선 동아시아 복지국가의 유형화
현재 한국의 복지국가에 대한 연구는 주로 유럽의 복지국가들의 경험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에 대해서는 선진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식민지 경험에서 비롯된 민족주의적 반감에 얽매여 객관적인 연구가 제대로 소개되어 있지도 못하다. 이 책은 일본 사회의 정책 동향과 사회상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서일 뿐 아니라 구미 중심의 이론적 분석틀을 넘어서서 자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고자 하는 저자의 고민과 성과가 드러나는 연구라는 점에서 한국 복지 연구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년에 걸친 저자와 역자의 소통의 산물
: 한국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업그레이드된 번역서
저자와 역자의 10여 년에 걸친 친밀한 관계와 이를 통해 서로가 주고받은 학문적 영향은 이 책을 번역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또한 1년여에 걸쳐 역자는 세세한 부분까지 저자와 함께 문장을 검토하고 수정과 부연 설명을 요청하는 등 번역 이상의 상의를 거듭하며 번역 작업을 진행시켰다. 그 결과 이 번역본은 원문의 상당 부분이 가필 수정된 번역본이 되었으며, 그 어떤 번역서보다도 저자의 의도가 최대한 살아있으면서도 한국 독자들이 읽기에 적절한 책이 되었다.

한국어판 서문
서론

제1장 사회적 배제와 생활보장체계
1. 복지국가와 ‘새로운 사회적 위험’
2. 경제 위기와 사회적 배제
3. 생활보장과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과 분배

제2장 1980년대 생활보장체계 유형론과 일본
1. 에스핑-안데르센의 유형론의 재구성
2. 생활보장체계의 세 가지 유형 : 남성 생계부양자형, 양립 지원형, 시장 지향형
3. 일본 생활보장체계의 구성 요소

제3장 잃어버린 10년, 1990년대
1. 세 개의 경로와 일본
2. 남성 생계부양자형의 고착화 : ‘생활대국 5개년 계획’에서 ‘하시모토 6대 개혁’으로
3. 고용 합리화와 결혼 합리화

제4장 21세기로의 전환기 일본의 생활보장체계
1. 네 가지 생산관계의 비중
2. 고용 성과
3. 작은 복지 정부의 특징

제5장 고이즈미 정권의 개혁 정책
1. 고이즈미 내각의 연금 개혁
2. 사회보험제도의 공동화
3. 배제의 장치가 된 사회보험제도

제6장 배제를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로
1. 보편적 서비스와 일원적 연금
2. ‘생활 속의 협동’의 실천

후기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