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의 끝에서 정신적 돌연변이로 변해가는
쓴물의 세상에 어느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인 가정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사회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그러한 가정이 효와 사랑, 용서를 등진 채 흔들리고 깨진다면 가족을 보호하는 안식처는 무너지고 남는 것은 파멸뿐일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눈물겹게 모시고 사는 남자, 주인공이자 불효의 표본과도 같은 형제들을 둔 또 다른 남자, 그리고 고아출신으로 모시려 해도 모실 부모님이 없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화자(話者), 즉 나와의 인연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생이별의 바다에서 자라나 정보의 바다에서 모성애의 위대함과 우정의 소중함을 찾으려는 나는 인터넷 게임인 바둑길드 ‘음악사랑’의 정기모임을 통해 아라(이길우)와 마루(전재상)을 만난다. 가까워진 우리 셋은 또 다른 취미인 산행을 하면서 각자의 삶을 토로하고, 그 중 연결고리가 생긴 이길우와 전재상은 급속히 가까워지며 인연의 끈을 맨다.
대필작업을 한다던 재상은 출판사에 나가는 길우에게 출판편집을 부탁하게 되고 대필한 실화소설을 넘긴다. 실화소설 ‘빼앗긴 세월’의 내용에 따르면, 집필자인 재상은 매형이자 출판사 사장인 김혁찬에게 홀어머니(장모)를 모신다는 조건으로 물질적 도움을 청하였으나 실패한다. 그러자 작심하고, 예전에 자신이 매형의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쓴 『세법총서』의 인세 지급을 뒤늦게 요구한다.
그러나 혁찬에게 무시만 당하며 거절당한다. 앙심을 품은 재상은 얼마 뒤 자신이 쓴 실화소설을 무기로 장착하고 혁찬에게 나타나 인세를 달라고 협박한다. 뒤에 안 일이지만 재상이 실화소설을 써서 보복하도록 획책한 이는 혁찬에게 배신당하고 현재 재상과 내연의 관계가 되어 빈궁하게 생을 연명하고 있는 윤아영이었다. 실화소설에서는 아영을 통해 혁찬과 사이에 있었던 내밀한 이야기를 폭로하고, 『세법총서』를 집필하였던 배경과 과정 등도 폭로해 혁찬과 현재 세법총서의 저자로 활동하고 있는 조진한 교수를 위협한다.
실화소설을 읽어 본 혁찬은 너무나 적나라한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러면서도 처남이 『세법총서』의 원저자임이 세상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며 조 교수와 처 전재은에게 도움을 청하며 버틴다.
매형이 누나인 재은까지 동원해 자신을 굴복시키려는 데 화가 난 재상은 당초 자기 혼자서 조용히 해결하려했으나 생각을 바꾸고 길우를 끌어들인다. 정의의 편에서 기꺼이 재상을 돕고자 했던 길우는 그 과정에서 우연히 자신을 가난으로 몰락시킨 파혼녀 김슬희가 혁찬의 여동생임을 알게 되고, 비밀리에 보복과 재기를 위한 담글질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자연히 뜻을 같이 해 담합하면서 황폐한 가족문화를 연출한다. 나는 그러한 그들의 쓴물과 같은 불화를 관망만 한다.
해적출판 등으로 돈을 많이 번 혁찬은 실화소설의 내용을 덮어버리고자 2억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재상에게 건네지만 재상의 욕심에는 양이 차지 않았다. 게다가 누나인 재은은 동생과 타협하기는커녕 남편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각을 세우며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 누나의 변질에 분개한 재상은 『세법총서』집필 사실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규합하는 한편 인터넷 카페 ‘빼앗긴 세월을 사랑하는 모임-빼사모’를 만들어 본격적인 싸움에 돌입한다.
카페 ‘빼사모’는 활성화 되어 5천명이 넘는 회원들의 지지를 받게 되고 재상과 길우는 갈수록 자신에 찼다. 그러나 다급해진 상대도 사실을 왜곡시키며 돈과 율사를 동원하여 만만치 않게 대항했고, 『세법총서』의 저자는 과연 누구인가로 관심이 집중된다. 그럴수록 길우와 재상은 언론플레이를 하고, 혁찬과 조진한의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펼치며 상대를 압박한다.
재상의 어머니는 형제간의 이전투구를 말려 보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결국 이 집안싸움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고, 사위가 장모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불효를 저지르며 한 맺힌 어머니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자살한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화해될 줄 알았던 그들은 염을 하면서까지 싸우게 되고 더 큰 응어리가 되어, 쌍방간 고소고발로 얼룩진 법정싸움은 더욱 치열해진다.
법정싸움에서 이길 줄 알았던 재상과 길우는 궁지에 몰린다. 『세법총서』의 실제 저자가 재상임을 증명할 자료는 소멸되어 없었고, 이를 증명해 줄 제 3의 증인들은 혁찬에게 이미 매수된 상태였다. 결국 전과가 없었던 재상은 공갈미수혐의와 명예훼손죄로 실형 1년을 선고 받고, 진실은 불기소처분이 내려진다. 재상의 감옥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친구들은 그저 무전유죄의 세상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재상이 영어의 몸이 되자, 욕망의 새장에 갇혀 날개 꺾인 카나리아가 된 아영 역시 극심한 좌절감에 빠져 옛 애인인 혁찬을 찾아가 수모를 자처하며 재상의 조기석방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실패한다. 억울한 아영은 ‘빼사모’카페에 처절한 호소문을 올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네티즌들은 광분하고, 혁찬과 조진한교수를 맹폭하기 시작한다. 이에 재은은 극심한 우울증환자가 되어 병원에 입원하고, 조 교수는 견디지 못하고 미국으로 도망을 치고... 급기야 혁찬은 가족을 데리고 이민준비를 한다.
길우는 재상이 옥중에 있는 동안에도 나름의 복수를 이어가 결국 김슬희의 명의로 된 출판사 그룹의 주식을 압류하는 성과를 거둔다. 슬희도 주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길우와 사이에서 태어나 입양시킨 아이까지 이용하며 대항했지만 결국 길우가 승리하게 되고 그는 죄인의 삶을 뉘우치고 치매 어머님과 함께 종교에 안착한다.
교도소에서 많은 고뇌와 갈등의 시간을 보내는 재상. 교도소 안에서 조선족 아내를 떠나보내고 애인인 아영도 속세를 떠나 비구니가 된 것도 알게 되지만, M&A 전문가인 이기형을 땅탁구를 하며 알게 되는 수확도 거둔다. 기형은 재상과 짜고 먼저 출소하여 혁찬의 출판사를 차지한다.
그러나 누나의 죽음을 감옥에서 알게 되는 재상은 정신적 돌연변이의 삶을 접고, 실화소설 ‘빼앗긴 세월’을 개작하여 픽션 『돌연변이의 꿈』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 출옥한 뒤에는 존경했던 스님으로부터 누나 재은의 출생의 비밀을 알면서 삶에 새로운 지표를 설정하게 되고, 다시 소설을 탈고해 이기영의 출판사에서 소설을 펴낸다. 또한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영과 육의 세계를 넘나드는, 어린시절 꿈이었던 작가로 거듭난다. 그의 옆에는 인터넷 공간에서 만나 자신을 작가로 사모하는 살로메라는 여인이 배우자가 되어 있었다.
이렇듯, 가족관계로 빚어진 쓴물의 세상에서 인간내면의 본질적인 가치를 고민하며 모든 것을 종교에서 해답을 찾으려했던 나는 인터넷공간에서 만나 거짓과 위선의 파도에 흔들리는 두 친구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포용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신의 섭리에 맡기며 그 심판에 의지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