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왜 스토리텔링인가?
지금 우리는 정보시대가 아니라 서사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다.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서사시대의 가장 효과적인 감성 유혹 장치다. 이야기?를 만들어내 타인의 감성을 포맷하는 장치, 이것이 오늘날 스토리텔링의 속성이다.
이미 수많은 스토리텔링 관련 서적들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다. 이 책들 대부분은 스토리텔링을 실용적인 측면에서 다룬 경제경영 또는 시나리오 관련서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스토리텔링은 경제적 이익이나 서사적 목적을 위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선전의...
왜 스토리텔링인가?
지금 우리는 정보시대가 아니라 서사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다.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서사시대의 가장 효과적인 감성 유혹 장치다. 이야기를 만들어내 타인의 감성을 포맷하는 장치, 이것이 오늘날 스토리텔링의 속성이다.
이미 수많은 스토리텔링 관련 서적들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다. 이 책들 대부분은 스토리텔링을 실용적인 측면에서 다룬 경제경영 또는 시나리오 관련서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스토리텔링은 경제적 이익이나 서사적 목적을 위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선전의 도구이자 조직의 향방이 위태로울 때 답이 되기도 하며, 대중의 몰입을 유도하는 기제이자 개인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 정보의 시각화기법이자 가공할 정보조작용 병기가 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의 확산과 서사적 방향전환
스토리텔링은 오랫동안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199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디지털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을 계기로 스토리텔링은 문화담론의 표면으로 부상하였다. 이 페스티벌 이후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고 오늘날은 정치, 경제, 문화의 경계를 초월하는 담화양식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서사적 방향전환’이라 이름 붙였다.
오늘날 스토리텔링이 커뮤니케이션과 관리, 그리고 지배의 기법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방향전환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점점 더 많은 정부기구와 비정부기구, 대기업 등이 스토리텔링의 실효성을 발견하고 있다. 무역협상을 잘 이끌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파당들을 설득하고 싶을 때,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이익단체로 하여금 중대한 변혁을 받아들이게 할 때, 비디오 게임을 구상하거나 군인들의 전쟁후유증을 치료할 때 스토리텔링은 유용하게 쓰인다.
이 책의 목적은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확산을 분석하면서 그간의 변화를 되짚어보는 데 있다. 그 기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식으로 확산되는 것일까? 혹시 숨겨진 쟁점은 없는가? 이 변화 속에서 기술이나 이데올로기는 어떤 역할을 부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저자 크리스티앙 살몽은 책, 논문, 기사, 방송, 웹을 망라하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며 우리 현실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시사적인 현상들의 수수께끼를 거의 강박적인 열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현대판 신화들을 창출한 스토리텔링의 전략과 효과, 쟁점에 대한 통찰
본래 스토리텔링은 인간이 서로 말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이야기 양식을 가리켰다. 그러나 오늘날 스토리텔링은 대중의 의식과 소비의 흐름을 주도하려는 스토리텔러들의 의도하에 ‘기교적인’ 커뮤니케이션 양식으로 바뀌었다. 예컨대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이끈 정치 캠페인, 스토리텔링 경영을 최초로 구상해 시도했던 나이키·코카콜라·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감성제조기업들, TV시리즈 등을 통해 신입사원들에게 ‘미국인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인도 콜센터 등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승리를 의미하는 현대판 신화의 사례들이다.
이 책은 이렇게 ‘기교화된’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용법들을 일곱 개 장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이는 글쓰기 장치와 구상·점검 체계, 서사적 연쇄와 포맷, 그리고 네트워크를 가진 스토리텔링의 가상세계를 살펴보는 단계에 상응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스토리텔링을 단순한 프로파간다로 치부하기보다는 새로운 언어수행적 공간의 출현에 따른 산물이자 증후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스토리텔링은 담화의 포맷기법일 뿐 아니라 담화가 발신되고 전달되는 공간 자체, 다시 말해 세력과 반세력, 서사와 반서사의 모순적 언어수행의 장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스토리텔링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가진 이중적 장치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구사하고 이해해야 할까?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진지한 답이다. 저자는 개인의 행동을 한정하고 통제하려는 하나의 동일한 규제적 양식의 출현, 즉 새로운 서사적 질서의 출현을 예고한다. 그리고 이러한 서사적 질서에 대응하려면 자기 자신의 소박한 서사를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앞서 말한 기교적 양식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을 탈피해서 본래적 의미의 스토리텔링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 서사의 마술 혹은 이야기하기의 기술
제1장 로고에서 스토리로
제2장 셰익스피어 매니지먼트
제3장 감성의 수사학, 신 ‘경제 픽션’
제4장 스토리텔링, 신진 구루들의 바이블
제5장 정치의 ‘스토리화’
제6장 전쟁스토리텔링
제7장 프로파간다 제국
결론: 새로운 서사적 질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