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은유를 사용한 심리치료
1794년 한 어린 소년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0년도 더 전에, 겨우 아홉 살 된 아이가 수술 칼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난다. 항생제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루이스 파스퇴르가 소독에 대한 필요성을 의학계에 계몽하기도 전이고,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마취제도 다음 세기의 반이나 더 지나서야 나온다.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 아이는 후일 수술 중에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들었던 한 이야기가 완전히 넋을 잃게 만들어 통증을 조금...
은유를 사용한 심리치료
1794년 한 어린 소년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0년도 더 전에, 겨우 아홉 살 된 아이가 수술 칼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난다. 항생제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루이스 파스퇴르가 소독에 대한 필요성을 의학계에 계몽하기도 전이고,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마취제도 다음 세기의 반이나 더 지나서야 나온다.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 아이는 후일 수술 중에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들었던 한 이야기가 완전히 넋을 잃게 만들어 통증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힘이 그토록 강력할 수 있을까? 또 그 힘이 계속 해서 남아 있을 수 있는 걸까? 그 아이에게는 확실히 그랬다. 18년 뒤, 그 소년은 자기 이야기 중에 하나를 출판사로 넘겼다. 그가 바로 야곱 그림이다. 그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백설공주”였다. 그는 나중에 가장 유명한 요정이야기꾼이 되었고, 그의 이야기들은 말로, 인쇄물로, 연극으로, 영화로 두 세기 후에까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야곱 그림이란 사람에게만 국한된 경험일까? 그런 경우에 그런 이야기가 주어진다면 우리 모두에게도 그 힘이 작용될 수 있는 건 아닐까? 어렸을 때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밤에 머리맡에 앉아서 나만의 환상 속으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이야기를 해 주시던 걸 기억하는가? 아니면, 좀 더 최근에, 만찬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음이나 슬픔 같은 감정이 일어난 적이 있는가? 무대나 영화배우가 보여주는 이야기에 푹 젖다보면, 종일 들들 볶이며 스트레스 받았던 일과나 두통, 배우자와의 말다툼을 잊게 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네팔에서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다스리기 위해 체벌을 하지 않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히말라야 산맥을 가로지르고 있는 티벳 사람들은 강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힘을 지닌 이야기와 이야기꾼을 찾아다닌다. 전쟁 중에 이야기는 병사들에게 용기를 주기도 한다. 피지 섬에서 수 세대 동안 전해져 오고 있는 한 이야기는 이야기가 지닌 힘이 치유와 숯불걷기처럼 심신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는 권위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내담자가 자기들이 바라는 목표를 이루고 치유를 진작시키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은유로써 이야기를 사용하는 상담가나 치료사들는 직업상에서도 도움을 받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인도, 중국, 일본 등지의 동양의 고맥락 사회의 민족들은 기존 서양의 심리치료 기법들에 여전히 많은 저항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노출을 꺼려하고 예로부터 은유적 의사소통에 익어온 이런 민족들에게 이야기를 통한 은유치료는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본다. 실제로 책 본문에는 Burns가 티베트나 중국 등지에서, 혹은 동양의 경서에서 채록한 이야기들이 수정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치료적 이야기들의 역사적 시발점은 분명 우리나라나 인도와 같은 동쪽의 민족들인데, 그것을 치료적 기법으로 활용한 것은 지구의 반 바퀴나 돌아서 있는 호주라는 낯선 곳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가 없다면 우리는 생존에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후세에 전할 수도, 새롭게 개발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야기는 인류의 진화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인 것이다. 이야기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이라면, 치료에도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George W. Burns의 「101 healing stories Using Metaphors in Therapy(2001)」를 번역한 책이다. 역자는 Burns가 이 후에 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마음을 치유하는 101가지 이야기(101 healing stories Using Metaphors in Therapy for Kids and Teens)」를 먼저 번역한 바 있다.
이 책 안에 실린 101가지 이야기들과 그 활용법들은 내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은유적으로 풀어내는지, 또 그런 은유들이 어떤 힘으로 내담자를 변화시키는 지, Burns 자신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얻어온 이야기들 속에 내재된 치료적 힘을 보여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상처나 그림자를 쉽게 보이기 힘들다. 그 상처나 그림자들로 인한 고통이 삶에 지배적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몸에 난 작은 상처조차도 내 손으로 직접 다스리기는 힘이 든다. Burns가 사용하고 있는 은유 이야기들은 이런 사람들이 자기 상처나 그림자를 감싸서 고통을 줄이면서도 자기 모습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스스로가 자신의 치료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준다.
역자는 책을 번역하고, 여러 번의 교정 작업을 하는 내내, 이 책 속에 실린 이야기들 속 구석구석에서 거울처럼 비치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내담자에게 마치 그들의 몸에 꼭 맞도록, 그들만을 위해 고안된 것 같은 치료적 기법을 원하는 상담자들은 이 책을 통해 언어와 은유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역자 서문
추천사
들어가며
제1부 은유치료
제1장∥ 이야기의 힘
제2장∥ 효과적인 이야기하기
제3장∥ 치료 속의 이야기
제2부 치유적 이야기
제4장∥ 힘 키우기
제5장∥ 수용 익히기
제6장?∥ 부정적 자세 재구성하기
제7장∥ 행동 양식 바꾸기
제8장∥ 경험으로 배우기
제9장∥ 목표 이루기
제10장∥ 온정 키우기
제11장∥ 지혜 계발하기
제12장∥ 자기 돌보기
제13장∥ 행복 키우기
제3부 은유 직접 만들기
제14장∥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제15장∥ 자신의 치유적 이야기 창안을 위한 PRO 접근법 사용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