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바다를 건너라. 운명을 맞이하라. 끝이 보인다면 더 힘차게 진격하라!

잔인한 해적으로 각인된 바이킹.
그들의 가려진 역사와 전설, 생활상을 팩션(Faction)으로 만난다!
날카로운 투구와 무시무시한 도끼, 침략과 잔인한 살육. 지금껏 당신이 기억하는 ‘해적’ 바이킹은 잠시 잊어라. 고대 어느 민족보다도 강렬한 이미지를 지녔으나 그 실체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바이킹. 그들은 명예를 위해 몸의 일부, 심지어 목숨마저도 잃을 수 있었던 영웅, 어느 민족보다도 깊고 원초적인 신앙을 지닌 신도, 유럽과 아메리카 신대륙을 오가며 새 천 년의 문을 연 진정한 메신저였다. 마르코 폴로, 이아손, 오디세우스, 신드바드 등 서구 역사와 신화 속 현장을 뒤쫓는 탐험가로도 유명한 작가 팀 세버린은, 고대 아이슬란드 사가를 바탕으로 쓴 『바이킹-의형제』에서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간극을 좁히며 고대 바이킹의 투박하고도 근원적인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옥스퍼드에서 지리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세버린의 철저한 고증과 소설적 상상력을 거쳐 10세기에서 11세기에 이르는 고대 북유럽과 바이킹의 세계는 장대하면서도 세밀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고대 아이슬란드 사가 속 실존 등장인물과 함께 떠나는 바이킹 세계로의 여행
서기 1019년 런던, 아일랜드 교회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토르길스는 잉글랜드의 군주이자 바이킹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자인 크누트 대왕의 아내 앨프지푸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두 연인의 뜨거운 열정은 통제불능의 상황에 빠지고, 곧 그 사실이 발각되어 도주 길에 오른다. 그러던 중 죄인의 신분으로 이곳저곳 떠돌던 그레티르를 만나 길동무가 되고, 피의 서약으로 의형제를 맺으며 죽음을 초월하는 사이가 된다. 스키 타는 부족이 모피를 팔며 살아가는 얼어붙은 땅에서 거대한 강을 따라 콘스탄티노플에 다다른 토르길스는, 그 사이 왕실 화폐 위조범과 현상금 사냥꾼, 노예 상인들 틈에서 지혜롭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콘스탄티노플에서 최후의 복수를 목격하는데……. 서로를 의지하며 생사를 함께하는 그들의 앞날에 상상을 초월하는 파란만장한 운명이 기다리고, 부와 명성에 굶주린 자들의 끝없는 욕망이 넘실거리며 흥미진진한 모험을 선사한다.
이 책에서 토르길스가 겪는 사건과 만나는 이들은 대개 실존 인물이다. 책 말미에서 밝히고 있듯, 저자는 1325년에 쓰인 『그레티르의 사가』를 토대로 하여 ‘팩션’인 이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그레티르의 사가』는 당시의 민담 속 여러 가지 소재들을 기교하게 융합시켰다는 점에서 큰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굵직굵직한 바이킹의 역사적 현장에서 토르길스가 그레티르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며 옛 신화와 운명의 의미를 깨닫는 소설적 재미 또한 작가는 놓치지 않고 있다.


‘다빈치 코드’보다 정밀하고 ‘반지의 제왕’보다 생생하다!
약탈과 전투 속에 드러나는 바이킹의 역사와 생활상
작가는 『바이킹-의형제』에서도 여전히 토르길스의 여정을 쫓아가며, 영화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바이킹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10세기 후반에서 11세기에 이르는 바이킹 민족에 대한 역사와 상식은 사건이 진행되고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과정 중 자연스레 삽입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지적인 충족감을 선사한다. 용골과 돛대를 갖추어 급류와 역풍에 강하고, 육지로도 운반이 가능해 전투에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한 바이킹 선, 아이슬란드 최초의 입법 기관이자 분쟁 조정 기구인 알팅의 문제 해결 방식, 대부분 농가이며 뒤집힌 배 모양을 한 공동주택에 거주했던 바이킹의 겨울과 자급자족적인 생활상, 가족이나 일가에 대한 모욕이 피를 부르는 복수전으로 이어지는 등 명예에 대한 바이킹의 집착에 대한 묘사 등에서는 기존 북유럽 관련 인문서 못지않은 치밀함과 정교함이 드러나고 있다. 잉글랜드에서 크나큰 세력을 떨쳤던 크누트 대왕의 이야기와 그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세밀한 심리묘사로 생생함이 전해져온다.
8세기부터 11세기까지 300년 이상 이웃나라를 침공하며 약탈을 일삼은 거침없는 침략자 바이킹. ‘바이킹’이라는 명칭은 ‘만’이나 ‘내포’를 뜻하는 고대 스칸디나비아 어 ‘비크vik’에서 유래한 것으로, 고대 나비아인들은 이 단어를 ‘항해’라는 뜻으로도 사용했다. 현재의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인들은 바이킹이 최초로 약탈에 나섰을 때 분리되지 않은 스칸디나비아인들로, 고대 스칸디나비아어라는 동일한 언어를 사용했으며, 생활양식과 숭배하는 신 또한 동일했다. 스칸디나비아인들은 험준한 침엽수림과 산 때문에 내륙으로 진출하기가 쉽지 않아 해로를 이용하게 되었고, 증가하는 인구를 소화하기 위한 신대륙과 부를 끝없이 열망한 그들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거쳐, 아일랜드를 약탈하고 유럽 본토에까지 진격하며 생존과 부를 쫓는다. 바이킹의 해상 활동을 통해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는 유럽 역사 곳곳에 흡수되어 영향을 미쳤다. 모험과 먼 항해를 즐기는 용감한 바이킹, 그들의 교역과 상품에 대한 관심과 부에 대한 갈망은 곧 적극적이고 일상적인 약탈 행위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호전성과 노략질은 일정 부분 환경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알팅에 모인 사람들이 변론도 듣지 않고 그레티르를 그런 추악한 범죄자로 낙인찍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를 변호할 사람이 없는 데다 토리르가 워낙 노기등등해서 결국 그레티르에게 영구 추방령이 내려졌다. 그러니 네 친구 그레티르에게 돌아가서 모든 사람이 그를 노린다고 경고해라. 이제 해충처럼 쫓겨 다닐 게야. 그와 마주치는 사람은 실수로든 고의로든 그를 죽일 수 잇으니까. 더구나 토리르가 누구든 그를 처단하면 막대한 상금을 주겠다고 공헌했단다.” (p.164)

배의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지자 가련한 헤르피드가 입을 다물었다. 결국 힘겹게 뱃전으로 건너가 돛대줄에 매달린 채 배 밖으로 몸을 숙이고 뱃속에 든 것을 게워냈다. 그는 한동안 그 자세로 철야하게 들썩이면서 구역질을 했다. 마침내 배가 급류를 벗어나 얌전해져서 키를 넘길 수 있게 되자, 선장이 레프리드에게로 어슬렁어슬렁 다가가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이제 바다를 뭐라고 부를 거요? ‘아침밥 삼키는 놈’? 아니면 ‘구토 받아먹는 놈’?” 그러자 헤르피드가 핼쑥해진 얼굴을 쳐들고 몹시 혐오스럽게 노려보았다. (p.254)


북유럽 종교와 전설에 깃든 바이킹의 세계관을 만나다!
바이킹의 생활상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소개 외에도 이 책이 지닌 또 다른 재미는 그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북유럽 신화와 전설, 그리고 기독교와 구 종교 간의 충돌 양상이 다채롭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주인공 토르길스가 태어나 자란 무렵인 11세기 초에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그린란드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세력이 확장되었다. 결국 그토록 유서 깊고 완고한 옛 신앙이 신흥 종교인 기독교에게 밀려나 소멸되는 과정에서, 선을 표방하는 기독교가 유무형의 폭력을 앞세워 구신도를 강제 개종시키고 서민들을 수탈하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어머니로부터 예지력과 영혼을 보는 ‘셰이드’ 능력을 물려받은 토르길스는 빈란드와 아이슬란드, 아일랜드에서 티르키르, 트란드, 에오하이드 등의 스승을 만나 옛 신앙의 지혜를 배우며 성장한다. 토르길스는 몇몇 주군을 거치는 동안, 주로 첩보 활동과 언어 습득, 글자 해독 등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이 또한 ‘위장한 채 돌아다니면서 지식을 모으고, 관찰하면서 조종하는’ 신 오딘 고유의 능력 중 하나이다. 오딘을 숭배하며 그와 닮은 재능을 지닌 토르길스는 바이킹이 얽힌 중요한 역사적 현장을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적 시선으로 그려내며 서술자로서의 몫을 교묘히 완수한다.

나는 에드거가 썼던 하얀색 천을 가져와 아이슬란드의 스승들이 가르쳐준 아홉 개의 네모 무늬를 숯덩이로 그려 넣은 뒤 바닥에 내려놓았다. 또한 주디스를 기쁘게 하려고 여덟 번째 완드인 불길한 뱀의 완드를 깎아 룬을 새긴 다음 나머지 완드들과 함께 던졌다. 천의 한가운데 네모 속으로 세 번 던진 완드는 점괘가 모두 같았다. 하지만 뜻이 모호해서 헤아리기 어려웠고, 매번 뱀의 완드가 지배적이라서 주디스에게 말하기가 두려웠다. 으뜸 완드를 가로지른 뱀의 완드는 분명히 죽음을 뜻하는 점괘였다. (p.79)

“오딘은 일부러 그 폭풍을 보냈단다. 부상자를 죽이는 마지막 학살에서 너를 구하려고 일찍 어둠을 부른 게야. 너는 크누트 왕을 만나러 가야 한다. 욤스바이킹이 약속을 지켰다고 전하거라. 우리가 용병 계약을 어겼다고 여기면 안 돼. 얼프 백작이 배신자라는 것도 말해라. 그리고 꺽다리 토르켈에게는 요룽가 만의 치욕이 끝났으며 트란드가 펠라그를 이끌고 명예를 되찾았다고 전하거라.” 긴 침묵이 흘렀다. 기진맥진해 있던 나는 설령 드라카르에서 탈출하고 싶다 해도 그럴 기력이 없을 것 같았다. 갑판 위에 누워서 쉬고 싶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트란드가 허락하지 않았다. “어서 가거라, 토르길스, 어서. 너도 봤을 게다. 패배는 오딘의 뜻이었어.” (p.244)


스칸디나비아 반도,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에 이르는 게르만 민족들의 신화인 북유럽 전설은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나 톨킨의 판타지〈반지의 제왕〉에서부터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이나 영화의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산업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신과 거인, 난쟁이와 예언자, 유령 등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서로 대립하며 다양한 내기와 복수를 일삼고,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결국에는 몰락하는 과정이 담긴 다원적 세계관의 전설은 바이킹의 일상에 늘 함께한다. 기근이 닥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공물을 바치며 무당인 ‘시?라’에게서 신의 말씀을 듣고, 신비한 힘을 지닌 룬 문자를 사용해 기원과 저주를 내리고 미래를 점쳤다.

그들이 에드거를 바닥에 눕히자 캬르탄이 그의 손을 옆으로 치우고 상처를 살펴보았다. 엄니에 찔려 창자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눈을 꽉 감은 채 죽음을 예감했다. 그제야 나는 점괘의 진짜 의미가 에드거의 실종된 딸에 관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완드는 진실을 말해 주었지만 내가 너무 둔해서 보지 못했을 뿐이다. 뱀의 완드는 죽음을 의미했다. 내가 이해한 그대로. 하지만 프레이의 등장은 번영과 출산이 아니라 그의 전차를 끄는 불사의 멧돼지 굴린보르스티를 암시한 것이었다. (p.86)

콜로프들이 목재를 가져오자 뵐바는 이바르가 즐겨 쓰던 칼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칼로 가장 큰 가로 목재에 룬을 새겼는데,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전에 딱 한 번 보았던 룬 주문이었다. 도끼를 튕겨 그레티르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 죽음으로 내몬 통나무에 새겨진 저주의 룬. 물론 노파도 나의 공포를 감지했다. 고개를 돌려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 그 독기 어린 눈길이 마치 내 머리를 후려친 것 같았다. 그녀는 나의 세이드 능력을 간파했으며 얼마든지 덤비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절망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p.373)


바이킹은 진취적인 정신과 호전적인 본능으로 한때 유럽 대륙을 지배하지만, 결국 패권을 잃고 흩어진다. 이 책은 그러한 바이킹의 마지막 세기를 다루고 있다. 영민한 ‘셰이드만나’인 토르길스는 크고 작은 전쟁과 사건 직전 수많은 예지몽을 꾸지만 단 한 번도 운명을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믿으면서도 바이킹은 제한된 환경을 벗어나 먼 바다로 나가고, 미늘 갑옷을 입고서 전투에 임했다. 한쪽 눈을 바쳐 지혜를 얻고 스스로 창에 찔려, 세계를 지탱하는 나무 위그드라실에 매달린 뒤 룬 문자의 비밀을 터득한 오딘처럼, 현자 토르길스는 방랑과 인고의 세월을 지나 지혜에 따르는 희생과 고통을 깨닫는다. 운명에 속했으나 그로부터 자유를 얻고자 부지런히 움직이고 나아갔던 바이킹의 연대기를 통해, 죽음이라는 끝을 알면서도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생. 그 과정이 남기는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토르길스, 나한테 약속해 줘. 앞으로 특별한 인생을 살겠다고 약속해 주면 좋겠어. 설령 내 삶이 적의 손에 일찍 끝장나도 부질없이 애통해하며 세월을 허비하지 않겠다고. 난 네가 세상으로 나가서 내 불운한 팔자가 나한테 허락하지 않은 것들을 하면 좋겠어. 나의 또 다른 영혼 필갸가 내 의형제인 너한테 들러붙어 항상 너의 어깨 위에서 네가 보는 것을 보고, 네가 경험하는 것을 경험한다고 생각해. 사람은 자신의 꿈을 찾고 그걸 이루면서 살아야 돼. 이 섬에 처박혀 적들에게 죽지 않은 걸로 유명해진 나처럼 되지 말고.”(p.273)

“너도 우리처럼 떠돌이지만, 우리가 조상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반면 너의 방랑은 더 힘겹고 쓸쓸하단다. 전에 네가 지혜를 좇는 신을 섬긴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그가 너를 우리에게 보낸 이유를 깨달았듯이 이제 너의 여행이 계속되길 바란다는 것도 안다. 내 임무는 너를 돕는 것이고,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단다. 눈이 녹아서 스키를 타고 이동하기가 불가능해지기 전에 떠나야 해. 곧 스탈루 인간들이 모피를 구하러 찾아올 게야. 우리는 그들을 피해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갈 생각이다. 하지만 그 전에 가장 뛰어난 사냥꾼 세 명이 겨울 모피를 가지고 정해진 물물거래 장소로 갈 테니, 너는 그들을 따라가거라.” (p.330)

바이킹
지은이의 메모
옮긴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