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다.
생각을 버리고 침묵으로 돌아가라!

우리는 종종 지나치게 많은 생각 때문에 제대로 된 결정을 제때에 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닥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만다.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일이 많은 것이다. 일본 선불교의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가 쓴 『생각 버리기 연습』이 일본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버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가만히 돌아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타기리 선사는 일본의 선불교를 미국에 전한 선불교의 스승으로, 코이케 스님의 스승뻘이 된다. 코이케 스님이 대중적 필치로 ‘생각 버리기’를 말한다면, 가타기리 선사는 나직한 목소리로 ‘침묵으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한다. 생각을 버릴 때 우리는 ‘침묵’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샌가 생각하고 말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침묵을 지키며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는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침묵하는 법을 잊어버렸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가타기리 선사는 ‘나’를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침묵하는 시간, 좌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쓸데없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지 못하고 끊임없이 말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조용히 앉아서 자신의 마음속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가타기리 선사는 말을 버리고 침묵으로 돌아감으로써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내고 마침내 삶을 맛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침묵으로 돌아가 무엇을 할 것인가. 침묵이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또한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나 하나의 영혼을 구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침묵이란 가장 근원적인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이며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곧 세계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를 반대하기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이든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든, 사태를 명확히 인식하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침묵은 시끄러운 말들의 혼동에서 벗어나서 가장 올바른 길을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일상 속에 참 ‘나’가 있다.

전 세계에 글쓰기 붐을 일으킨 소설가 나탈리 골드버그는 그녀의 저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다이닌 가타기리와의 만남을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미네소타 선원에서 다이닌 가타기리 선사로부터 정식으로 선 수련을 받아왔다. 가타기리 선생을 만날 때마다 선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그 대답이 나에게는 무척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그가 ‘나탈리, 그건 글을 쓰는 것과 똑같아요.’라며 글쓰기를 언급하자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뭣하러 좌선 명상 모임에 찾아오는 겁니까? 당신은 왜 글쓰기를 당신을 단련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지 않죠? 만약 당신이 글쓰기 안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다면, 글쓰기가 당신을 인생에 필요한 모든 곳으로 데려다 줄 겁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침묵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거나 사회와 단절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의 선 수행’이라는 원서의 부제처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일상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침묵의 진정한 의미이다. 화장실에서 휴지를 쓰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것, 매일 아침밥을 먹는 것. 이런 일상생활에 우리는 얼마나 마음을 쏟고 있는가. 가타기리 선사는 일상생활을 하찮게 여기는 우리의 편견을 깨뜨린다. 바로 눈앞에 존재하는 일상이라는 현실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수행이나 진리도 헛것이기 때문이다.

침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전심전력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가타기리 선사는 아침밥 먹기,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휴지 쓰기와 같은 일상생활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고 온 마음을 기울여 그것을 행하라고 말한다. 삶의 의미와 참 ‘나’란 초월적이고 종교적인 진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 하나하나와 그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불교는 일상생활과 멀리 떨어진 저편에 있는 무엇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바로 선불교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선사에게 ‘삶의 기술’을 배우다.
무념(無念)에서 보시(布施)까지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 속에서 가타기리 선사는 침묵이란 무엇인지,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침묵을 실현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선불교의 핵심을 쉬운 구어체와 풍부한 일화로 전달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삶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1부 사는 것이 수행이다’는 평정과 고요, 조약돌, 몸과 마음, 앎, 산들바람 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어째서 사는 것 그 자체가 수행인지, 일상생활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한다. 친근한 비유와 유익한 일화로 가타기리 선사가 전하는 ‘삶의 가르침’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책의 핵심부이다.

‘2부 부처의 길을 가다’는 일상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의 습관’을 가르친다. 우리는 모든 존재가 부처라는 깨달음에서 출발하여 적극적인 삶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 깨달음이 삶 속에 있고 삶이 곧 깨달음이라는 선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접할 수 있다.

‘3부 믿음과 수행’은 선불교에서 바라보는 좌선과 신앙과 스승에 대해 설명한다.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여러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지금 여기에서 행하는 좌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말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생각이나 말이 아니라 세 살배기도 알지만 여든 노인도 하지 못하는 ‘삶의 실천’임을 알려준다.

‘4부 참된 삶을 위한 네 가지 지침’은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라는 선불교의 네 가지 개념을 통해 좋은 삶, 참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추상적인 논의나 의지적인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선불교의 가르침을 자세히 제시함으로써 실제로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삶의 지침’을 얻을 수 있다.

“침묵은 여러분이 실제 그러한 대로, 저절로 있을 뿐인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진정한 영적 삶을 알고 싶다면, 실제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을 맛보아야 합니다. 형식이나 의식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이라고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맛보는 것뿐입니다.” (24쪽)

“결국에는 실제로 산을 올라야 합니다. 그뿐입니다. 그냥 산을 오르면, 산과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간극도 없습니다. 산이 산을 오릅니다. 산은 우리의 삶이며, 그래서 우리는 산으로부터 우리의 삶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주체 즉 오르는 자도 없고, 객체 즉 산도 없습니다. 오름만이 있을 뿐입니다.” (277쪽)

“인생의 목적은 논의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뭐라 말하든 정곡을 찌르지 못합니다. 먼저 우리는 살아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이라고는 그저 하루하루 살아 있는 것뿐입니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