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00년 전 그때 그 시절, 한국에서 근대적 주체가 생산되기 위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라는 소박한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물음의 기저에는 `그렇다면 새로운 주체의 구성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라는 또 하나의 물음이 수반되어 있다. 1장에서는 민족이라는 초월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출현했는지, 그리고 어떤 심리적 기제로 정착되어가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2장에서는 여성이 민족이라는 범주에 편입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배치가 어떻게 변환되는지를 분석하고, 3장에서는 근대인들의 신체에 대한 표상을 장악하고 있는 근본 메커니즘으로서의 병리학과 기독교의 연관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1. 근대성을 둘러싼 그간의 논의는, 다양한 목소리로 분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이상적 근대를 상정하고 우리를 비추었다. 그 결과 압축적으로 진행된 우리 근대화의 과정에서 파생된 온갖 부정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은 언제나 식민지 경험으로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고미숙의《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는 그저 막연하게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굴절된 근대, 파행적 과정으로서의 근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우리의 신체, 우리의 무의식에 새겨진 인식의 지층들을 통해 근대성의 심해를 탐사하고 있다. 그의 지적 여정은 서구의 근대성이 수용되...
1. 근대성을 둘러싼 그간의 논의는, 다양한 목소리로 분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이상적 근대를 상정하고 우리를 비추었다. 그 결과 압축적으로 진행된 우리 근대화의 과정에서 파생된 온갖 부정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은 언제나 식민지 경험으로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고미숙의《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는 그저 막연하게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굴절된 근대, 파행적 과정으로서의 근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우리의 신체, 우리의 무의식에 새겨진 인식의 지층들을 통해 근대성의 심해를 탐사하고 있다. 그의 지적 여정은 서구의 근대성이 수용되고, 우리의 근대가 시작된 공간(근대 계몽기)으로 거슬러올라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이러한 탐사를 통해 한국의 근대성이 어떤 경로와 굴절의 과정을 거쳐 20세기 전체를 통어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물론 저자의 이러한 작업은 근대적 주체 생산의 장으로부터 어떻게 탈주할 것인가 하는 좀더 근원적인 고민을 내재하고 있다.

2. 저자는 민족 섹슈얼리티 병리학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한국적 근대의 기원을 고찰하고 있다. 그것은 이러한 근대성의 표상들이 굴곡에 찬 현대사의 수난에도, 자본의 눈부신 번영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내내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영향력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IMF 시절의 금모으기 운동은 환란을 애국심의 차원으로 전가한 국가적 해프닝으로, 국채보상 운동의 재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근대성의 표상들에 대한 계보학적 탐색의 과정을 통해 일그러지고 왜곡된 우리 근대의 모습을 목격한다. 군주, 중화주의 등 선험적 기표가 사라진 자리를 대체하고 등장한 또 하나의 초월자 '민족', 성적 주체로서의 욕망은 박탈된 채 오직 어머니로서만 호명될 뿐인 '여성의 섹슈얼리티', 그리고 개개인의 일상을 규제하고 습속을 만들어냈던 '병리학적 체계'가 그것이다. 이처럼 한 시대가 요구했던 사유와 행동의 체계들이 능동적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억압기제로 돌변할 때, 방법은 오로지 그 근저를 해체함으로써 결별하는 것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3. 제1장에서는 먼저 근대성의 태풍의 눈인 '민족'이라는 초월자가 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출현했는지, 그리고 어떤 심리적 기제로 정착되어가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국가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허상적 군주의 자리를 대체한 민족은 이제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초월자가 된다. 이로써 민족 혹은 그 의식은 서구라는 타자와 길항하면서 탄생한 근대적 산물임이 밝혀진다. 민족이라는 기표가 초월적 지위를 획득하면서 혈통적 순수성, 단일 민족 서사로서의 역사라는 표상이 뒤따르게 된다.

제2장에서는 여성이 민족이라는 범주에 편입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배치가 어떻게 변환되는지를 분석한다. 부국강병을 위해 근대 계몽기는 여성의 힘을 당위로 요청한다. 이는 물론 서구 문명국가들을 맹목적으로 수용한 결과였다. 이런 맥락에서 근대에는 논리 이전의 선험적 차원에서 남녀평등, 여성해방이라는 테제가 주어졌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제 국민으로 탄생한 여성에게는 오로지 인구 재생산의 역할과 미래의 국민이 될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로만 요청된다. 아울러 여성은 오직 어머니로서만 호명될 뿐 성적 주체로서의 욕망은 완전히 박탈된다. 계몽 담론 내에서 성적 일탈 전반에 대한 공격이 가해지고 매음녀, 방탕한 여인네들에 대한 마녀 사냥이 시행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3장에서는 근대인들의 신체에 대한 표상을 장악하고 있는 근본 메커니즘으로서의 병리학을 탐색한다. 김옥균, 서재필 등 근대 계몽기의 급진 개화파나 식자층에 서구의 문명은 위생과 건강이라는 표상으로 다가온다. 건강한 인종과 국민이 곧 부국강병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위생은 야만과 대립되는 문명의 표지로 자리잡았고, 결국 교육과 더불어 국권회복으로 가는 필수불가결한 코스로 자리잡는다. 이러한 병과 위생에 관한 새로운 규정은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급기야 시대를 진단하는 수사학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광수가 문단의 퇴폐적 분위기를 결핵과 매독균에 비유하는 것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공중보건, 운동회, 체조 등을 전국민에게 유포시켰던 근대 계몽기의 담론의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4. 90년대 중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근대성' 문제는 한국 인문학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이는 사회주의라는 '근대 이후'의 기획이 무산되면서, 거꾸로 자본주의적 근대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

목차
001. 책을 쓰게 된 동기...(6)
002. 들어가는 말...(10)
제1장. 민족 또는 새로운 초월자의 출현...(17)
1. 민족에 대한 원초적 질문, 두서너 가지...(19)
2. 민족, 그 신성한 기호의 출현...(28)
3. 한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인가...(61)
4. 결론 - 최면술, 기억, 달라이라마...(74)
제2장. 여성은 어떻게 국민이 되었나...(79)
1. 범람하는 성, 가부장제 페미니즘?...(81)
2. \"동방견문록\" \"고려사\"를 보면...(84)
3. 근대 계몽기와 여성의 발견...(86)
4. 여성이 국민이 되려면?...(95)
5. 섹슈얼리티에 관한 유쾌한 상상...(121)
제3장. 병리학과 기독교 - 근대적 신체의 탄생...(127)
1. 근대의 성소들 - 목욕탕, 병원, 교회...(129)
2. 병리학의 도래와 근대...(133)
3. 기독교의 병리학적 구조...(151)
4. 에필로그 - \"간장선생\"에 대한 단상...(164)
003. 맺는 말 - 기차와 인터넷...(168)
004. 주...(173)
005. 더 읽어야 할 자료들...(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