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조직의 역사와 정보활동의 역사는 구별된다. 정보조직이 생기기 이전에도 정보활동은 무수히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시대에 이르러 암행어사라는 조직이 발생했으나 그 이전에도 정보활동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우리나라 정보활동의 기원은 한국 최고(最古)의 역사서인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려 시대 김부식이 1145년 저술한 󰡔삼국사기󰡕에는 신라, 백제, 고구려 사이에 전개되었던 많은 정보활동이 기록되어 있다. (32쪽)

제국익문사 장정이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은 수집정보를 황제에게 보고하며 보안을 유지하는 문제였다. 먼저 수집첩보를 본부에 보고하는 수단으로는 전보를 선택했다. 과거 암행어사처럼 일정기간 활동 후 서울로 돌아와 수집내용을 정리해 서면으로 보고하는 방법으로는 수집첩보를 민첩하고 신속하게 보고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국내외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교통통신 기술이 발달되어 있었다. 그에 따라 각 파견지에서 수집한 첩보는 전보로 본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제18조). 외국에서의 보고는 외국통신사와 계약을 맺어 해결하도록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진전된 통신기술을 정보체계에 도입한 것이다. (74쪽)

｢대한민국 임시관제｣와 󰡔백범일지󰡕에 기록된 경무국 관련 내용, 일제 고등경찰 정보보고 등을 종합해볼 때 경무국의 첫째 임무는 일제의 침투로부터 임정을 보위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임무는 임정 내부 인사 가운데 일제와 유착된 자를 가려내는 보안방첩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는 임정의 요인들을 외부의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반정부세력에 대응해 이를 제압해나가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4쪽)
적대 세력에 대한 폭파, 납치, 암살 등의 범죄수단을 동원하는 비밀공작은 소수인원과 장비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비교적 큰 정치적·외교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약소국, 지하이념 조직에서 빈번히 사용하는 방법이다. 상하이 임시정부가 비밀공작이라는 운동방법을 선택한 것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이었다. (88쪽)

해방 직후 소련군정사령부에서 고위 장성들의 통역을 맡았던 재소 한인 출신 박길룡은 소련군정은 당시 소련인 2세 한국인들로 구성된 정예 MGB 요원들을 서울에 극비리 파견해 미군정과 남한의 정세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159쪽)

백의사 사원들은 대부분 북한 서부지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후 공산당 탄압에 쫓겨 넘어왔기 때문에 북한의 지리·지형과 각 지역별 특유한 사투리에 밝았고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이 매우 높았다. 말하자면 북한지역에 파견할 공작원으로서 적합한 자질과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182쪽)

위태커는 1960년대 들어 제2공화국 최고 통치권자였던 장면 국무총리와 연결되면서 주목을 받게 된다.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제2공화국 출범과 함께 국무총리에 취임한 장면의 요청 때문이었다. 총리 고문이란 직책으로 장면 총리와 함께 근무하게 된 위태커는 장 총리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임무를 수행했다. 그에 따라 총리 최측근이었던 김흥한 비서실장도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위태커는 총리실을 가운데 두고 비서실장 반대편 방을 사용하면서 비서실장의 통제를 받지 않고 총리실을 출입했다. (221쪽)

여간첩 김수임 사건은 남로당 출신으로 북한 초대 외무국장으로 근무하며 대남공작을 벌이던 이강국이 과거 연인관계였던 김수임을 포섭해 남한의 중요기밀을 빼내다 발각된 사건이다. 김수임은 당시 내무부 장관 고문이었던 미군 베어드 대령과 동거하면서 중요기밀을 빼내 이강국에게 전달하고 미군 차량을 이용해 남로당 거물 이중업 등의 월북을 지원하는 등 남로당 지하활동을 지원하다 1950년 4월 검거되었다. (228쪽)

1960년 4월 1공화국이 몰락하기 이전 이미 우리나라엔 중앙정보부가 설치되어 있었다. 1959년 1월 창설된 중앙정보부는 국방장관 직속기관이었다. 오늘날 합동참모본부의 전신인 연합참모본부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육·해·공군에서 선발된 40여 명의 장교와 사병들로 짜여 있었으며 그 책임자는 이후락이었다. 위장 명칭은 ‘79호실’이었다. 이후락의 군번인 10079에서 뒷자리 두 자를 따 위장명으로 사용했다. (278쪽)


한국정보조직
암행어사에서 중앙정보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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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정보조직이란 무엇인가
2장. 한국정보조직의 생성과 변천
3장. 한국 정보조직의 모태
4장. 대한제국 정보기구 - 제국익문사
5장. 임시정부 정보기구
6장. 해방 직전 정보세력의 형성
7장. 남북분단과 미·소 정보기구의 유입
8장. 해방공간의 정보기구
9장. 정부수립 시기 국가정보기구 설립의 실패
10장. 북한 대남공작조직의 변천
11장. 6.25 전후 군 정보기관의 성장
12장. 4.19 전후 중앙정보조직의 설치
13장. 5.16 후 중앙정보부의 창설과 변천
부록
광복군 특무대 편성계획
제국익문사비보장정
중앙정보연구위원회 규정
중앙정보부법
정보위원회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