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가끔 삶이 힘겨울 때면 꼭 찾아가는 곳이 있다. 그곳은 교회나 성당이 아니다. 그렇다고 절도 아니다. 바로 응급실이다. 24시간 내내 위급한 목숨을 구하기 위해 피가 끓고 있는 응급실은 전장이나 다름없다. 그곳에 있노라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한없는 감사를 느끼게 된다. 살고 싶어서, 살리기 위해서 사투하는 모습을 보면 괴로움도 사치라는 생각이 들면서 큰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곳이 시장이다. 나는 재래시장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다. 어머니의 생선 노점상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비린내 나는 돈으로 책을 샀고, 나는 그 책으로 공부하여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며 차관까지 되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노점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장에 가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상인들의 치열함에 정신이 바짝 든다. 기껏해야 몇푼 남는 것이 고작인데도 조금이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의 외침을 들으면 진정으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시장은 삶의 활력소와 에너지를 샘솟게 한다. 그래서 지치고 힘들 때면 꼭 시장으로 나가 힘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또 한 곳은 도서관이나 독서실이다. 머리를 싸매고 죽어라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나태함을 반성하고, 내 마음의 한없는 위안을 얻는다. 살아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해야 할까?

‘빈 손’에 채운 것이 많다. 가족이 생겼고, 차도 생겼고, 집도 생겼다. 욕심을 버리려 했고,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가정을 일구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가지는 것도 늘어났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진 것 같아 멈추어 서서 나를 들여다보곤 한다. 이만하면 됐고, 이만하면 넘친다. 더 이상은 가지지 않으려 한다. 나는 늘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자족하면서 다른 것에 욕심을 부린 적은 없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으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새로운 보직이 주어질 때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임했고, 더 높은 자리를 탐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관이라는 자리까지 올랐고, 퇴임을 하고 나니 내가 살면서 세상에 진 빚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법륜스님의 스토리에서 본 내용이 떠오른다. 두 눈 잘 보이던 사람이 한쪽 눈을 다치면 불행하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앞을 못 보는 사람이 한쪽 눈을 고치게 되면 행복해 한다. 똑같이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데도 한 사람은 불행하고, 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것이다. 결국 행복이나 불행은 조건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든다는 이야기다.
긍정의 자세가, 희망의 자세가 나를 여기까지 이르게 했다. 그러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좋은 분을 많이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고 더러 나를 힘들게 했던 분들도 나의 스승이 되었다. 좋은 것은 본보기로 닮으려 노력할 것이고, 그렇지 않는 것은 반면교사로 나에게 끝없이 가르침을 주었기에 지금까지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세상살이는 결코 밑지는 것이 아니더라.

결국, 나는 사람으로 살았고, 사람으로 살고 있다. 나에겐 누구 하나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내 곁에 모두가 귀한 사람, 소중한 사람이었다. 결국은 사람이더라.

 

제1부
이경옥의 추억 여행

되돌아보면 그리워라

개실 마을 소나무는 오늘도 푸르다
얼마 만인가?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이다. 이 봄, 당산의 푸른 소나무는 여전히 고고하고 웅장한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새, 500년이 훌쩍 넘은 소나무다. 어릴 적 우리는 이 소나무를 ‘타박솔’이라 불렀다. ‘타박’이라는 말은 ‘예쁘다’라는 말로 사람들이 이 소나무를 얼마나 아끼고 신성시 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말이다.
이 소나무를 향해 소원을 빌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마을의 안녕과 평화는 물론, 사람들의 가슴에 품은 소망까지도 모두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목차
제1부 이경옥의 추억 여행
되돌아보면 그리워라
개실 마을 소나무는 오늘도 푸르다 17
‘내동댁’은 열네 살에 시집을 왔다 22
어머니의 노랫가락이 구슬프다 23
아버지의 굽은 손은 내 미래의 꿈이었다 27
겁나게 잘해부렀당께 29
괜찮다, 고맙다, 잘했다 35
아버지는 언제나 그 자리에 계셨다 38
치열한 청춘노트
나는 공무원이 꿈이었다 41
공부하다 죽으면 좋겠다 45
밤 가시가 내 운명을 바꾸다 48
무엇이 그렇게 두려우냐? 51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필요하다 56
나에게도 추억이 있다 58
할 때까지 해보는 거다 62
나는 지방대생이다 64
목 차
물러설 곳도 없다
통닭이 날아도 새벽은 온다 67
비린내 나는 돈에는 눈물이 있다 70
그래, 꿈은 이루어지더라 74
아직도 개천에서 용이 나올까 80
내가 존재하는 이유
일이든 사랑이든 열 번은 찍어야지 83
당신이 최고야 84
붕새가 날아가는 길이 만(萬) 리입니다 88
아버지가 내 아버지라서 다행입니다 90
아버지는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다 94
제2부 이경옥의 여민동락(與民同樂)
연어의 귀소본능이 찻길을 달린다
열정이 꿈을 꾸다 101
생각해보면 소중한 추억이다 104
신출내기는 25시간도 부족하다
여기는 종합상황실입니다 111
투잡, 두 마리 토끼를 잡다 114
장수 촌놈, 일본 규슈대학(九州大?)에 가다
눈을 떠야 기회도 보인다 119
배웠다면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라 124
머릿속에 이상형의 이미지를 그려라 127
아들아, 나를 뛰어 넘어라 129
아버지는 아소산에서 만세를 불렀다 132
삶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끝없는 도전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존경에서 시작된다 135
서울로 진입하다 137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다
부하 직원을 상관처럼 모셔라 141
가는 날이 장날이다 143
내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일본 자치성으로 가다 145
자치성에서 가족 사랑을 배우다 148
신발은 질끈 매고, 주먹은 불끈 쥐고
박세직 위원장님은 내 인생의 멘토였다 151
중앙을 보고 지방을 보다 154
현장 행정, 발로 뛰어라 157
주민소송법이 실현되다 163
벌레 중에 일벌레가 최고다 165
사우나로 퇴근하다 167
물러설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미련한 자가 세상을 바꾼다 171
지방이 중앙을 바꾼다 173
혁신도시로 나아가다 176
물은 수많은 바위와 계곡을 사양하지 않는다
무임승차 하지 마라 179
경옥이는 다 나와라 182
넥타이를 풀고 점퍼를 입다 185
경쟁은 상대방과 하지만 싸움은 자신과 한다 187
성장 사다리와 희망 밧줄이 되어라 190
나쁜 베스트가 아닌 착한 베스트가 되라 193
또다시 서울행 새마을호를 타다 196
대화점유율을 낮춰라 197
굽으면 곧아질 수 있고 파이면 채워지게 된다
콩나물국밥으로 재래시장을 살리다 201
앉아서 기다리지 마라 205
잠시 외도를 하다 208
진정한 행정인은 곱하기를 생각한다 211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구부려라 213
모두가 1등이다 217
국가 기록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신뢰는 모든 것에 우선이다 221
흔한 것이 소중한 것이여 223
역풍파랑의 의지로 ICA 총회 유치에 성공하다 225
바보의 기록이 천재의 기억보다 낫다 230
자전거로 세상 끝을 달리다
또다시 멘토를 만나다 233
자전거길은 내가 낸 세금을 돌려받은 것이다 237
나의 자전거 사랑을 누가 말려? 241
차관보,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244
여러분은 ‘안전’하십니까?
다시 보따리를 풀다 247
투명한 벽을 무너뜨리다 250
내 별명은 꽈배기 차관입니다 253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십니다 259
어르신들, 어서 밖으로 나오세요 261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드러나겠지? 264
지방이 열쇠다 269
4.16 세월호를 만나 7.15에 떠나다 271
운명이 운명을 만들었다 273
제3부 이경옥의 짧은 생각
길을 묻다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는다 279
작은 뱀을 태우고 행군하라 280
성공은 어떤 목표점이 아니라 지속되는 가치다 283
우분트, 네가 있어 내가 있다 286
환고작신(還故作新)의 지혜가 필요하다 288
나는 빚쟁이다 290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 293
보람을 찾아서
때묻은 곶감의 맛을 아시나요? 297
새 집으로 이사 갔어요 300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을 때 가장 아름답다 303
나눔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306
내 고향은 네 곳이다 309
공무원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311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