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루는 모두 어떤 공간에서 시작된다. 공간과 공간 사이 속에 사람들은 만나고 연결된다. 공간은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자 지속할 수 있는 힘인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에도 공간이 가진 힘은 강력하다.
초고령화, 인구 수 감소, 지역 소멸 등 각종 사회·인구학적 환경 변화로 빈 집, 폐공장, 폐교 등 지역 내 빈 공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쓸모를 다한 공간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 전용 공간을 필요로 하는 많은 것들 사이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을지 공간의 의미도 짚어본다.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의 운영 방안, 콘텐츠, 대상층 그리고 기획자, 예술가, 예술교육가, 예술교육활동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이 계속되었다. 문화예술교육에 있어 전용 공간이 반드시 필요한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도 이어졌다.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수정아파트 프로젝트】 2019년 12월, 부산시 동구 수정동에 위치한 수정아파트 16동 B208호와 B405호에 7명의 예술가와 예술교육활동가가 들어갔다. 1969년에 완공된 아파트와 수정동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5일간 운영했다.
【빈방의 서사(敍事)】 2020년 12월, 5명의 예술가가 부산시 사하구 다대포, 사하구 장림시장, 서구 아미동, 부산진구 초읍동, 동구 초량동에 위치한 빈 집, 빈 공간을 오브제로 활용해 전시, 감상, 체험 중심의 ‘1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7일 내외로 운영했다.
【소행성 42PX+5H】 2021년 11월, 10명의 예술가가 2018년 폐교된 부산시 동구 좌천초등학교 3층을 1개월 동안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운영했다. 코로나19로 더 극명하게 드러난 관계·공동체·기후 위기에 아이들이 예술체험·놀이·교육을 통해 꿈과 희망을 찾아가길 바라는 기획의도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3년간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부산문화재단 문화교육팀)가 공간에 중점을 두고 진행한 사업의 간단한 내용이다. 우리는 50년이 넘은 아파트, 사람들이 떠난 오래된 지역의 빈 점포와 빈 집 그리고 폐교라는 쓸쓸함이 감도는 공간에 사람들로 생기를 채우고, 문화예술교육 실험을 시도했다. 지역민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오래되고 비어 있는 차갑고 어두운 공간을, 네모난 틀에 갇혀 있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나누고 싶었다. 운영 기간, 참여자 수 등과 같은 정량적인 수치에서 벗어나 공간을 바라보는 기획자, 예술가, 예술교육가, 예술교육활동가들의 시선과 상상력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채우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지 보았으면 했다.
이에 이번 총서는 우리가 걸어온 과정인 ‘공간에 대한 문화예술교육 실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국내외 다양한 공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간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애정으로 다채롭게 채워준 저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책을 읽을 여러분은 우리가 가졌던 수많은 질문에 공감하며 답을 찾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물음표가 생길 수도 있다. 답을 찾는다면 그 답을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또 다른 물음표가 생긴다면 그 답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향해 계속 나아가길 바란다. 문화예술교육과 공간의 의미, 지속가능한 활용에 대해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이 책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 어느 날, 상상하고 꿈꾸던 공간에서 펼쳐질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만날 수 있길 바란다. 머리말 _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프롤로그
문화예술교육의 꽃, 공간이 콘텐츠다! / 이미연
알로이시오 기지 1968 / 우대성
예술교육에서 공간이 주는 힘과 가치 / 강득주
내 이야기로 마음껏 만들어보는 작업실, 스토리스튜디오 / 김정민
세대를 아우르는 창작 경험 공간 조성 / 사이먼 스페인
부산미래학교와 학교공간의 변화 / 이상철
즐거움이 더해지는 공간, 가희 / 이미림
전주 문화예술교육 공간 탐방기 / 오금아
지역공간을 예술교육거점으로 / 김정연
폐공장이 문화 공간으로, 베를린의 '파브릭' / 이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