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귀포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서귀포의 화가

제주도에서도 남쪽 서귀포는 물빛 바다와 작은 섬들과 지천의 꽃들이 피는 아름다운 곳이다. 70여 년 전 한국전쟁 때 제주 서귀포 서귀동으로 피난 왔던 이중섭은 1여 년간 이곳에 머물면서 불후의 작품들을 남겼다. 그리고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2013년 이중섭 창작스튜디오의 입주 작가로 활동하면서 이중섭이 못 다 그린 그림을 생각하며 제주 풍경화 작업에 몰두하였다. 작가는 이중섭이 발자취를 따라 고향 서귀포에 대한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자 서귀포 곳곳으로 사생을 나갔다. 아침에 떠오르는 일출, 저녁에 붉게 타는 일몰,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꽃과 바람과 바다를 주시했다. 제주도 바닷가와 둘레길에 피어 있는 황근, 동백, 칸나, 수선화 등이 소재가 되기도 하고, 세찬 파도가 이는 바닷가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는가 하면, 이중섭의 작품 속에 그려진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화폭으로 끌어오기도 했다. 아마도 이중섭이 꿈꾸었던 아름다운 서귀포가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싶은 ‘꿈꾸는 서귀포’ 연작들은 동화 같은 느낌을 전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의 오랜 벗이자 서귀포에서 함께 자란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화가 김성란의 감수성을 키운 8할은 서귀포의 자연일 것이라고 귀띔해 준다.

2. 꿈꾸듯 추억 속 장면을 살려내는 평화로운 서귀포의 풍경

작가는 20대에 결혼과 함께 서울로 옮겨서 생활하였다가 50대 후반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운 고향에 대한 마음속 갈망은 곧 화폭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사라진 당시의 제주 풍경을 꿈꾸듯이 그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곳들을 그리워하면서. 그래서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현재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노루가 춤추고, 말이 유유자적하며, 아이들은 멱을 감으러 바다에 뛰어들고, 집집이 담장에는 꽃이 피며,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운 풍경을 그리게 된다. 마치 지상 낙원의 꿈이 머무르는 곳으로. 그렇게 작가는 꿈꾸듯 추억 속 장면들을 살려내어 활기차고 평화로운 서귀포의 풍경을 재해석하고 있다. 누구나 서귀포에서는 이런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가 노트에서는 서귀포의 아름다움을 ‘화엄의 꽃’으로 표현하면서 진정한 물아일체의 세계를 보여준다.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산 작가의 삶이야말로 그림과 인생의 물아일체이리라.

서귀포.
눈감고 떠 올리면 늘 원초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무것도 없었던 혼돈의 세계에서 정해진 질서를 따라 하나둘 생겨났다.
그 일부가 서귀포려니….
섬 발치에 앉아 장엄하게 뜨는 붉은 해를 안는다.
화엄의 꽃이다.
바다도 오름도 나무도, 그리고 나도 온통 붉어 시계(視界)가 새롭다.
이 빛과 색을 기억하고 싶은 태생적 그리움은
나를 커다란 화폭으로 이끈다.
원초의 강렬한 흔적들을 찾아내
거침없이 붓칠하는 내 안의 타자를 오늘도 만난다.
진정 하나가 되는 빛과 색의 절대 공간에서….

책 속에서

성품 그대로 단아하고 고요한 듯하면서도 엄청난 열정을 그 안에 숨기고 있는, 열정마저도 그녀답게 절제된 감각으로 표현해내는 화가 김성란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녀가 도달한 오늘의 성취는 결혼을 하고서도, 아이를 낳고서도, 붓을 놓지 않는 그녀의 열정과 쉬지 않는 노력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난 딴지를 걸고 싶다. 화가 김성란의 감수성을 키운 8할은 서귀포의 자연일 거라고, 그녀로 하여금 평생 붓을 못 놓게 만든 건 서귀포의 물빛 바다와 하늘일 거라고. (5쪽)

서귀포에서 온 가난한 화가는 제단 옆에 또 다른 제단을 만들어
돼지머리와 술 대신 캔버스와 붓과 물감을 늘어놓고 해를 기다린다.
흐린 욕망은 세찬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말갛게 씻긴 그녀의 물감은 강렬하고 선명하다. (76쪽)

서문 : 서귀포가 낳은 김성란 (서명숙, 작가ㆍ제주올레 이사장) … 5
추천의 글 : 절제된 풍경화가 (강길원, 공주대 명예교수) … 8
저자의 말 : 그대는 저 물과 달을 알고 있소? … 10

1. 꿈꾸는 서귀포 … 12
2. 어머니의 꽃밭 … 38
3. 어머니의 바다 … 74
4. 섬 속의 섬 … 96

작가 연보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