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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데츠키 행진곡

    라데츠키 행진곡

    • 요제프 로트 저
    • 남기철 역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6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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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43034014 644쪽 644g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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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타 가문의 3대에 걸친 삶을 통해 합스부르크 제국의 쇠퇴와 몰락을 그린 요제프 로트의 대표작. 황제와 제국에 대한 충성심과 의무감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에 사라지는 시대에 대한 애정과 아이러니가 함께 담겨 있다. 한 가문의 흥망을 넘어, 역사의 거대한 변화 앞에서 무너져 가는 인간의 삶과 한 시대의 마지막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 작품은 ‘20세기 유럽의 가장 훌륭한 역사소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출판사 리뷰

    제국의 마지막 행진곡, 한 시대의 몰락을 기록하다

    19세기 중반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유럽의 한 제국이 서서히 저물어 가는 동안 한 가문도 함께 몰락해 간다. 요제프 로트의 대표작 《라데츠키 행진곡》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마지막 시기를 트로타 가문의 3대에 걸친 이야기로 그려 낸다. 1932년 처음 출간된 이 작품은 로트의 가장 잘 알려진 소설 가운데 하나이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쇠퇴를 다룬 20세기 유럽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야기는 1859년 솔페리노 전투에서 시작된다. 슬로베니아 농민 출신의 젊은 장교 요제프 트로타 소위는 전투 중 황제 프란츠 요제프를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몸으로 막아 황제의 목숨을 구한다. 이 일로 평범한 장교였던 그는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어 대위로 진급하고 귀족의 작위를 받는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곧 제국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전설’로 각색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트로타 대위의 분노에도 진실을 바로잡을 길은 없다. 이 진실과 전설 사이의 간극은 트로타 집안사람들에게 깊은 흔적을 남기고, 이후 2대 아들 프란츠 청장과 3대 손자 카를 요제프 소위에 이르기까지 트로타 가문은 제국의 질서와 충성, 의무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이 진정 바란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이어 간다.

    소설의 제목인 ‘라데츠키 행진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작곡한 군악곡에서 따온 것이다. 작품 속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이 경쾌하고 장엄한 행진곡이 반복해서 울려 퍼진다. 그러나 황제와 군대, 질서와 충성을 상징하는 이 행진곡이 힘차게 울릴수록 역설적으로 제국이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음은 더욱더 선명해진다.

    로트는 제국의 몰락을 단순히 한 시대의 종말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국가의 공식 기록과 개인의 기억, 영웅적 신화와 실제 삶, 아버지와 아들, 의무와 욕망이 서로 어긋나는 순간들을 아이러니와 유머로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래서 《라데츠키 행진곡》은 사라진 제국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는 동시에, 한 사회의 질서가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규정하고 또 그 질서의 붕괴가 인간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 준다. 연구자들은 이 작품의 ‘제국 신화’에 대한 시선이 단순한 향수와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아이러니와 모호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로트 자신에게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붕괴는 개인적인 역사적 경험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국의 해체를 직접 겪은 그는 이후 사라져 버린 중부 유럽의 세계를 반복해서 소설의 무대로 불러냈다. 그렇기에 《라데츠키 행진곡》에서 제국의 몰락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인 동시에,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한 시대의 가치가 사라지는 경험이기도 하다.

    새 번역으로 선보이는 이번 책에는 소설의 주요 장면에 〈라데츠키 행진곡〉이 흐를 때마다 독자가 직접 음악을 감상하며 독서할 수 있도록 음원 큐알을 각주로 삽입했다. 요제프 크립스(Josef Krips) 지휘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The Philharmonia Orchestra)의 연주(1949)를 감상하며 소설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드시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

    요제프 로트

    오늘날 폴란드 남부와 우크라이나의 서쪽 지역에 해당하는 동갈리치아의 소도시 브로디에서 태어났다. 브로디는 1918년까지는 오스트리아 왕조의 지배를 받았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와해된 뒤에 폴란드 땅이 되었다가 1939년에 소비에트 연방에 귀속됐다. 어머니 마리아는 주민의 90퍼센트가 유대인으로 구성된 브로디에 근거를 둔 유대계 상인 집안의 딸이었다. 아버지는 결혼 당시 함부르크 회사에서 곡물 거래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출장 중에 정신 분열을 일으켜서 정신병원에 이송된 후 실종된 것으로 전해진다.
    로트는 이후 외가의 도움으로 학교 교육을 마친다. 김나지움에서 독일어로 교육을 받고, 갈리치아의 수도 렘베르크 대학에서 한 학기를 마친 후, 1914년 여름 학기에 빈 대학에 등록한다. 빈 대학에서 독문학 공부를 시작한 로트는 교수직을 꿈꾸지만 좌절되고, 가정교사 일과 장학금으로 생활하면서 1916년 첫 단편 〈모범생(Vorzugsschuler)〉을 발표한다.
    전쟁 초기,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던 로트는 곧 군에 자원입대 후 참전하고, 1917년부터 전쟁이 끝날 무렵까지 브로디가 속한 리비우 지역에 종군 기자로 파견된다. 1918년 사회주의 잡지인 《앞으로(Vorwarts)》에 ‘붉은 로트(der rote Roth)’라는 이름으로 글을 게재했고, 1929년에는 2년간 뮌헨의 국수주의적 신문에 좋은 보수를 받고 기고함으로써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후 로트는 세계사의 격동기 한가운데에서 언론과 창작을 오가면서 정처 없이 떠도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평생을 여러 지역과 도시, 여러 장소를 전전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호텔이나 여관에서 거주했다. 가진 것이라곤 여행 가방 몇 개가 전부였고, 밤낮을 카페와 술집에서 술과 담배로 보냈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마자 베를린을 떠나 파리로 망명길에 나섰는데 1939년 파리의 카페에서 유대인 작가 에른스트 톨러(Ernst Toller, 1893∼1939)가 미국에서 망명 중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쓰러진다. 이후 빈민 구호소에서 죽었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실제로는 복통으로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결국 폐렴으로 죽음을 맞았다.
    대표작으로 소설 《거미줄(Das Spinnennetz)》(1923), 《호텔 사보이(Hotel Savoy)》(1923), 《반란(Rebellion)》(1924), 《욥》(1930),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sch)》(1932), 《타라바스(Tarabas)》(1933), 《어느 살인자의 고백(Beichte eines Morders)》(1936), 《엉터리 저울추(Das falsche Gewicht)》(1937), 《카푸친 황제 묘(Die Kapuzinergruft)》(1938) 등이 있다.

    역자 소개

    남기철

    건국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지금은 독일어권의 좋은 저서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한다. 《충복》, 《타라바스》, 《한밤의 도박》, 《우체국 아가씨》, 《글 쓰는 여자의 공간》, 《테레제, 어느 여인의 일대기》, 《우아하게 걱정하는 연습》, 《완벽의 배신》,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 《에로틱 세계사》,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제왕들의 사생활》, 《다섯 손가락의 비밀》 등을 번역했다.

    책 속에서

    1.
    목차 페이지를 펼쳐 보던 대위는 자신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내용을 발견했다. 목차 제목이 ‘솔페리노 전투에 참전한 프란츠 요제프 1세’였다. 제목을 본 트로타는 자리에 앉았다. “솔페리노 전투에서…” 내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께서 큰 위험에 빠졌다.” 트로타 대위에 관한 얘기도 교과서에 실렸다. 하지만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
    트로타 대위는 책을 손에 들고 집 뒤쪽에 있는 자그마한 과일 밭으로 갔다. 거기서 그의 아내가 평화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입술이 파리해진 대위는 낮은 목소리로 교과서에 실린 터무니없는 내용을 읽어 보았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순 거짓말이야.” 대위는 큰 소리로 외치면서 물기가 있는 땅바닥에 책을 집어던졌다.

    2.
    죽음의 그림자가 장교들 머리 위에 떠돌았지만 장교들은 그런 느낌에 익숙하지 않았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절에 태어나서 평화롭게 훈련을 받고 장교가 된 사람들이었다. 불과 몇 년 후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규모 전쟁을 은밀히 준비하고 있는 거대한 공장의 기계들이 내는 소리를 이들은 듣지 못하고 있었다. 장교들은 부대 안에서 하얀 눈이 내리는 평화로운 겨울을 맞이했다. 제과점의 어둑어둑한 안쪽 방에서 죽음이 장교들 머리 위를 빙빙 돌며 날갯짓을 했다.

    3.
    “물이다!” 다음 순간 병사들은 철둑 위의 철도 신호기 감시소 옆에 있는 우물을 보았다.
    “움직이지 마라!” 초글라우어 소령이 명령했다.
    장교들이 복창했다. “움직이지 마라!”
    하지만 목이 몹시 말랐던 병사들을 막을 길이 없었다. 병사 몇이 비탈을 오르더니 이내 무리 지어 철둑을 향해 올라갔다. 곧바로 총성이 울리면서 비탈을 오르던 병사들이 쓰러졌다. 철둑 너머에서 적군의 기병들이 총을 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마름을 참지 못한 아군 병사들은 죽음의 우물을 향해 뛰었다. 제2중대 2소대가 우물가 가까이 도달했을 때는 10여 구의 시신들이 비탈에 나뒹굴었다.
    “소대, 정지!” 트로타 소위가 그렇게 명령하더니 앞으로 나서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물을 길어 오겠다! 아무도 움직이지 마라! 여기서 기다려라! 물통을 이리 줘!”
    병사들이 기관총분대에서 물통 두 개를 가져와 소위에게 주었다. 물이 새지 않는 질긴 천으로 만든 물통이었다. 소위가 양손에 물통을 들고 비탈을 올라 우물로 갔다. 적군이 쏜 총알들이 소위 옆으로 슝슝 날아와 발 옆 땅에 박혔다. 총알들이 소위의 귀와 다리 옆을 스쳤으며 머리 위로 날아갔다. 소위는 우물 안으로 몸을 굽혔다. 비탈 건너편에서 카자흐 기병들이 자신을 향해 총을 조준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 두렵지 않았다. 자신은 총을 맞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발사되지 않은 총알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으며 〈라데츠키 행진곡〉의 첫 드럼 장단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버지 집의 발코니에 서 있었다. 발코니 아래에서 군악대가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했다. 군악대장 네흐발이 은으로 만든 손잡이가 달린 까만 지휘봉을 들어 올렸다. 트로타가 두 번째 물통을 우물 아래로 내렸다. 군악대가 심벌즈를 치는 소리가 소위의 귀에 들렸다. 소위가 물통을 끌어올렸다. 소위는 물이 가득 채워진 물통을 양손에 들고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비탈 아래를 향해 왼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두 번째 걸음을 내디뎠다.

    목차


    제1부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2부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제3부
    제16장
    제17장
    제18장
    제19장
    제20장
    제21장

    에필로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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