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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길의 파사칼리아

    퇴근길의 파사칼리아

    • 김범모 저
    • 나무요일
    • 2026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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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22165401 94쪽 122g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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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앱 알림음이 울리고 스마트폰 화면 위로 하루의 소식이 쏟아진다.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세상은 어느새 우리가 알던 모습과 조금 달라져 있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낯선 것들이 많아졌고, 익숙했던 관계와 풍경에도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시집 『퇴근길의 파사칼리아』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하루하루 충실히 견디며 살아내는 고단하지만 따뜻한 우리의 일상을 담아낸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삶의 외연에서 깊은 내면, 그리고 세계로 시선을 넓혀간다.
    1부 「세상이 달라졌다」에서는 배달앱과 로봇청소기, 재난문자처럼 일상이 된 변화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편리함 뒤에 감춰진 삶의 모습과 익숙하게 지나치는 풍경을 포착하며 작은 물음표를 던진다.

    2부 「결국 사람으로 견딘다」에서는 시선이 사람으로 옮겨간다. 반지하 셋방의 서울살이, 삼겹살 한 점에 담긴 가족의 마음, 부모와 자식 사이에 흐르는 시간까지 가난과 노동, 사랑의 서사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특히 「부모의 길」에서는 부모가 되어 비로소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통해 세대를 건너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3부 「퇴근길의 파사칼리아」는 은퇴 이후의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작이다. 직함을 내려놓고 보통의 사람으로 돌아와 살아가는 오늘, 멈춤을 받아들이고 남은 내일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서는 과정이 단단하게 이어진다.

    4부는 3부에 수록된 시 중 11편을 영어로 번역해 담았다.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결국 사람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는 시도이자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파사칼리아는 같은 저음의 선율 위에 조금씩 다른 변주가 쌓이는 음악이다. 우리의 하루도 어제와 달라 보이지 않지만 매번 새로운 감정이 쌓인다. 이 시집은 그 반복 속에서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붙잡아 둔다. 오늘도 각자의 퇴근길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이 시집이 잠시 걸음을 늦추고 삶을 돌아보는 따뜻한 쉼표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김범모

    1966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광주 인성고등학교와 한국항공대학교를 졸업했다.

    국회와 정당에서 오랫동안 정책을 다루며 우리 사회의 변화와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 국회의원 보좌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국회 정책연구위원, 박홍근 원내대표 정책특보 등을 지냈다. 서울외국환중개(주) 전무이사로 일하며 경제의 현장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광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비상임이사, 글로벌 홍보회사 에델만코리아 자문위원, 삼행행정사사무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언론 뉴스버스에 정책 칼럼을 쓰며 사회와 사람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

    정책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을 오래 해왔지만, 때로는 숫자와 논리로 다 담아낼 수 없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마음의 결을 오래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일이 그에게는 시가 되었다.

    시집으로 『시장으로 간다』(2024)가 있다.

    책 속에서

    우리 집 이모님
    우리 집에 새로 모신 청소 이모님,
    다 좋지만 모든 걸 다 해주시진 않는다.

    누군가 먼저 요란하게 먼지를 훔쳐내야만
    그제야 조용히 물걸레를 밀며 나타나신다.
    구석구석 꼼꼼하긴 하신데,
    걸음이 느려 시간은 제법 걸리는 편.
    그래도 매일 밤 바닥을 내어 맡겨도
    군말 한마디 없이 묵묵하시니,
    우리 식구 무릎 굽힐 일이 하나 줄었다.

    이렇게 편할 줄 알았으면 진작 모실 것을.
    제자리로 돌아가 조용히 눈을 감는 뒷모습을 보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다음번엔 먼지까지 한 번에 쓸어 담는
    만능 이모님으로 모셔 와야지.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
    ';잠시 후 도착';이라는 거짓말이
    전광판 위에서 몇 번이고 꼬리를 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른 것들은 제때 앞을 지나는데
    내가 기다리는 것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물가 안정이라는 소식도 저 버스를 닮았다.
    숫자 위로 삶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장바구니를 채우기엔 내 주머니는 너무도 얄팍하다.
    정책의 말들은 소문처럼 흩어질 뿐,
    오늘도 텅 빈 식탁 위엔 무거운 정적만 차오른다.

    기다리는 것들은 언제나 저 멀리 있다.
    진작 걷기 시작했어야 했다.
    베란다 작은 흙 위로 씨앗 하나 심어두었어야 했다.

    오늘부터는 정류장 너머를 향해 걷기로 한다.
    오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보다
    내 발로 성큼, 닿고 싶은 곳까지 찾아 나서기로 한다.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세상이 달라졌다

    13 배달의 민족
    14 스마트폰이 없다면
    15 새로운 친구
    16 우리 집 이모님
    17 익숙함과의 결별
    18 아스팔트보다 단단한
    19 머피의 법칙 1
    20 유비무환
    21 우산
    22 머피의 법칙 2
    23 오폭된 재난문자
    24 사전투표 참관일지
    26 그냥 입었다
    27 3만 6천 피트의 사과
    28 같은 나라
    29 자유
    30 버스를 놓쳤다
    31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

    2부. 결국 사람으로 견딘다

    33 서울살이
    34 삼겹살
    35 나의 이름은
    36 농담과 진담 사이
    37 오답노트
    38 사랑니
    39 카흐베시(Kahvesi)
    41 그늘
    42 그녀가 돌아왔다
    43 틈틈이 읽는 마음
    44 굽어 자란 가지
    45 토스트 포차
    46 수고한 대로
    47 반가운 사람
    48 100원
    49 고향행 버스
    51 귀가
    52 빈자리
    53 남겨진 자의 몫
    54 부모의 길

    3부. 퇴근길의 파사칼리아

    57 언제까지 일해야 할까
    59 21세기 개미와 베짱이
    60 계급장을 떼다
    61 목욕탕의 평등
    62 모두가 정상일 필요는 없다
    64 숲을 흔드는 건 바람만이 아니다
    65 길어진 오후
    66 내일
    67 지금, 여기
    68 쉼표
    69 어떤 연휴
    70 열대야도 아닌데
    71 핑계
    72 더위사냥
    73 행복한 김칫국
    74 가는 아침
    75 길 위에서
    76 퇴근길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

    4부. Poems Across Languages (다른 언어로 건너간 시)

    79 Missed Bus(버스를 놓쳤다)
    80 A Parent';s Road (부모의 길)
    82 A Few Coins(100원)
    83 My Name (나의 이름은)
    85 Crooked Branch(굽어 자란 가지)
    87 The Book of Wrong Answers(오답노트)
    88 Wisdom Tooth(사랑니)
    89 Coming Home(귀가)
    90 Not Everyone Needs a Summit(모두가 정상일 필요는 없다)
    92 On the Road(길 위에서)
    93 Passacaglia on the Way Home (퇴근길의 파사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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