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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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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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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새겨진 기억, 식탁에서 탄생하는 문화
: 기억 속의 밥상에서 알고리즘의 식탁까지, 음식으로 살펴보는 인간의 삶과 문화
/
어떤 맛은 오래전 잊었다고 생각한 사람과 장소를 불러온다. 『음식, 상상과 기억의 재현』은 이 익숙한 경험에서 출발해, 한 그릇의 음식에 겹쳐 있는 개인의 감각과 공동체의 기억, 문화적 상상과 오늘의 사회적 조건을 읽어 내는 음식 인문학이다. 동양 고전의 현재적 가능성과 동아시아 문화 교류를 탐구해 온 정유선 상명대 교양대 교수가 ‘재현’이라는 개념을 축으로 음식의 의미를 짚는다.
책은 세 부로 나뉜다. 1부 ‘음식 기억의 재현’은 프루스트의 마들렌에서 박완서의 싱아, 『파친코』의 김치에 이르기까지 몸에 새겨진 맛이 가족과 공동체, 역사의 기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핀다. 2부 ‘음식 상상의 재현’은 불과 조리, 『음식디미방』과 탕평채, 발효, 음식 금기와 혼종, 먹방과 영화 속 음식을 통해 인간이 자연의 재료를 문화로 바꾸어 온 상상력을 추적한다. 3부 ‘음식 기억과 상상 사이’는 배달 앱의 알고리즘과 두바이 초콜릿 열풍, 대체육과 비거니즘, 식품 사막과 무상급식 논쟁까지 오늘의 식탁을 움직이는 힘들을 따라간다.
저자는 프루스트와 알박스, 레비스트로스와 라투르의 이론을 빌리되 이론을 앞세우지 않는다. 문학과 영화, 드라마 속 구체적인 음식 장면과 동시대의 음식 현상을 먼저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불러온다. 짧은 기간에 식민과 전쟁, 산업화와 도시화를 연이어 겪은 한국 사회의 음식 경험을 중심에 두면서도, 서로 다른 언어와 역사에서 나온 작품들을 함께 읽어 음식이 기억과 관계를 잇는 보편적 방식과 문화적 차이를 함께 살핀다. 익숙한 한 끼를 개인의 취향을 넘어 기억과 관계, 사회의 구조 속에서 다시 보게 하는 책이다.
한 그릇의 음식에 겹쳐 있는 기억과 상상 /
음식은 먹는 순간 사라지지만,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의미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저자는 이 오래된 경험을 ‘재현’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재현은 지금 여기에 없는 대상을 현재의 경험 속에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다. 실재했던 과거를 향하면 기억이 되고, 아직 실재하지 않는 것을 향하면 상상이 된다. 음식은 이 둘이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만나는 자리다. 너무 일상적이라는 이유로 인문학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음식을, 저자는 바로 그 일상성 때문에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통로로 삼는다. 1인 식사와 디지털 플랫폼이 밥상을 바꾸는 지금, 사라진 것을 탄식하거나 새로운 것에 환호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는다.
마들렌에서 배달 앱까지, 장면으로 읽는 음식 인문학 /
책의 독법은 장면에서 출발한다. 프루스트의 마들렌, 박완서의 싱아, 기형도의 「엄마 걱정」 속 찬밥이 몸에 새겨진 맛의 힘을 보여준다면, 조정래의 『아리랑』과 이민진의 『파친코』는 음식이 식민과 이주의 역사 속에서 공동체의 기억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와 〈버닝〉의 파스타는 부엌과 식탁이 계급의 위계를 드러내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2부는 레비스트로스의 음식 삼각형을 따라 불과 이름, 발효가 자연을 문화로 바꾼 과정을 추적하고, 음식 금기와 혼종, 먹방의 시뮬라크르를 차례로 짚는다. 3부는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으로 오늘의 식탁을 읽는다. 저녁 여섯 시 원룸에서 주문하는 배달 음식 한 끼에도 알고리즘과 데이터, 포장재가 함께 개입한다는 분석은 “오늘, 우리의 밥상을 짓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구체적인 현실로 만든다.
수많은 사공이 함께 젓는 배, 오늘의 식탁은 어디로 가는가 /
이 책은 과거의 밥상을 이상화하는 향수에도, 새로운 음식 문화를 좇는 유행 분석에도 머물지 않는다. 김장과 장 담그기의 감각이 세대 사이에서 끊기는 현실,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말 뒤에 가려진 부엌 노동, 비건 식단이 또 하나의 계층 윤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신선한 채소를 사기 어려운 식품 사막의 불평등까지 식탁의 그늘도 함께 비춘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새롭게 읽는다. 오늘의 식탁에는 이미 알고리즘과 기술, 시장과 제도라는 수많은 사공이 함께 노를 젓고 있으니, 중요한 것은 사공의 수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누가 어떤 노를 쥐고 있는지 읽어 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넘어, 이 배를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상명대 교양대 교수. 주된 관심사는 고전과 현재, 경계와 교류 사이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 고전의 현재적 가능성에 주목하여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쓰는 명저 다시 쓰기 작업을 하고 있다. 동시에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흐름 속에서 일상과 제도, 기억과 욕망이 쌓인 문화적 흔적들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저술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상명대 오름교양교육연구소장과 한중인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종로미각』(공저), 『극장사회』(공저), 『사치의 제국』(공역), 『열자』, 『조씨고아』, 『장물지』(공역), 『중국 설창예술의 이해』, 『중국 경극 검보의 이해』, 『중국경극의상』(공역), 『송원화본』(공역) 등의 역서와 저서를 출간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압도 자체가 아니라, 압도당한 몸이 그다음 무엇을 하는가이다. (…) 그것은 감각이 이야기가 될 때 비로소 삶 속에 자리 잡는다는 사실이다. 서사적 통합은 상실을 없었던 일로 만드는 봉합이 아니라, 상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면서도 삶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하는 형식이다.
— 36쪽
된장의 맛이 하나의 일반적인 음식명으로 전달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은 단어의 의미만이 아니라, 그 맛을 만들어 온 시간과 노동이다. 어머니의 손맛이 사랑과 정성으로만 기억될 때에도 그 뒤에 놓인 노동은 쉽게 지워진다. 재현은 무언가를 보여주면서도 무엇인가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행위이기도 한 것이다.
— 81쪽
장독대의 된장 한 숟갈에는 오래전 콩을 삶은 불의 성급함과 몇 달을 견딘 발효의 인내, 그 과정을 이름으로 규정지어 둔 언어의 몫이 함께 반영되어 있다. 인간이 살기 위해 먹는다는 설명만으로는 이 도약의 풍부함을 다 담아내기 어렵다. 인간은 취함과 기다림 사이에서 상상하며 먹는다.
— 116쪽
배가 고프다는 감각조차 이미 스마트폰 알림이 촉발한 것일 수 있고, 무엇을 먹고 싶다는 욕망조차 몇 시간 전 무심코 넘겨본 영상이 심어놓은 것일 수 있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은 이제 한 개인의 고립된 판단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이 뒤섞인 긴 사슬의 결과이다.
— 162쪽
이 순환 속에서 한식의 가치를 정하는 최종 권위는 국내의 오랜 미각 공동체에서 해외 미식 담론의 인정으로 넘어간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로 나가는 순간, 그 가치를 정할 권한은 오히려 지역을 떠나버린다.
— 197쪽
들어가는 말
1부 음식, 기억의 재현
1장 몸과 미각의 기억
감각의 선행과 서사
불수의적 기억과 귀향
상실과 애도의 미각
트라우마와 회복의 식탁
2장 밥상과 집합 기억
개인 기억에서 집합 기억으로
계절의 리듬과 의례의 시간
사회적 틀에서 기억의 장소로
식탁 위의 지배와 저항
사회적 틀의 이동과 재편
3장 재현과 일상의 정치
재현의 역설
영상 매체의 음식 정치학
소비 사회와 일상적 전술
부엌 노동과 젠더
재현과 실천 사이
2부 음식, 상상의 재현
4장 자연에서 문화로
불과 조리의 탄생
부엌이라는 경계의 공간
이름의 발명과 음식의 기호화
발효와 시간의 상상력
5장 금기에서 혼종으로
순수와 위험 사이의 금기
밥상 위의 생명 정치
경계 위의 존재들
현대의 금기
혼종의 지리학
6장 스크린 위의 미각
먹방, 시뮬라크르의 식탁
화면과 미각의 간극
스크린 위의 음식
일상의 전술
3부 음식, 기억과 상상 사이
7장 알고리즘 부엌과 미각 네트워크
밥상을 만드는 행위자들
밈이 된 미각과 모방의 회로
레시피의 탈중앙화와 모디슈머
액체적 식탁과 플랫폼의 경제
8장 인류세의 식탁과 종을 넘는 연대
먹는 행위와 생태적 연결
대체육과 배양육, 고기의 재정의
비거니즘의 확산과 계층화된 윤리
슬로푸드와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
9장 미각의 불평등 지형학
하이퍼로컬리티와 한식의 위상 변화
식품 사막과 먹거리 정의
세대의 미각과 몰입의 방식
밥상에서 공론장으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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