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4월부터 1997년 7월까지 아사히 신문 북 리뷰란에 게재되었던 '쓰지 구니오'와 '미즈무라 미나에'간의 왕복서간을 묶은 단행본이다. 두 작가는 동서고금의 문학작품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진솔하게 각자의 문학관을 토로한다. 구니오가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글쓰기의 행복을 역설한다면, 미나에는 거기에다 작품을 읽게 만드는 '재미'라는 요소를 요청한다. 그러나 두 사람 다 포스트구조주의 이후 쇠잔해가는 본격소설의 가능성을 모색하여 '모노가타리(物語, narrative)의 회복에 고심하는 작가들이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에 대하여
등을 쓴 일본의 소설가 쓰지 구니오와 등의 저자인 미즈무라 미나에가 1996년 4월 7일부터 1997년 7월 27일까지 아사히신문 북리류란에 연재했던 문학편지를 모은 서한집 이 현대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두 작가는 편지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일면식도 갖지 않은 채로, 오로지 신문지상을 통해서만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1년 4개월 동안 브론테 자매, 찰스 디킨스, 토마스 만,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플로베르, 프루스트, 노신, 소포클레스, 무라사키 시키부,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 서양과 일본의 동서...
이 책에 대하여
등을 쓴 일본의 소설가 쓰지 구니오와 등의 저자인 미즈무라 미나에가 1996년 4월 7일부터 1997년 7월 27일까지 아사히신문 북리류란에 연재했던 문학편지를 모은 서한집 이 현대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두 작가는 편지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일면식도 갖지 않은 채로, 오로지 신문지상을 통해서만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1년 4개월 동안 브론테 자매, 찰스 디킨스, 토마스 만,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플로베르, 프루스트, 노신, 소포클레스, 무라사키 시키부,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 서양과 일본의 동서고금의 대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섭렵하며 점점 희미해져가는 문학의 위의(威儀)와 감동을 되찾으려는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노력을 경주했다.
우선 이 책에서 돋보이는 것은 문학으로 일가를 이룬 노년의 원숙한 남성작가와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학상을 수상하며 각광받고 있는 재기발랄한 여류작가를 파트너로 선정한 참신한 기획이다. 그리고 널리 대중에게 알려진 친숙한 작가들과 작품에 대한 재해석과 인용,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문학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되어야 하며, 어떤 소용에 닿는 것인지를 자상하고 친절한 ‘대중화법’으로 설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번역판에는 원서에는 없는 풍부한 각주들이 덧붙여져 독서를 한층 풍요롭게 하고 있다.
'문학은 무엇보다도 이야기다’ ‘문학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공통의 문학적 견해에 입각해, 주로 미나에는 여성의 시각에서 화두를 던지거나 독특한 해석으로 도발하고, 구니오는 그것을 부드럽게 받아 확대시키고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이 두 작가는 인류가 쌓아온 문학적 유산의 숲속을 주유하며 대가들의 인간과 작품에 대해, 오늘날의 문학이 처한 위기에 대해, 삶과 세계의 보편적인 문제들에 대해 자유롭고 개성적인 해석을 펼친다. 오늘날 연애소설을 쓰기가 어려워진 것은 현대인의 자기분석적인 의식과 소설의 전통적인 서사양식의 붕괴 때문이라고 진단해내는가 하면, 을 통해서는 일종의 ‘축제로서의 책읽기’의 기쁨을 역설하고, 에서는 인간이 지닌 자유에의 드높은 의지를, 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통찰을 검침해낸다.
또한 디킨스의 소설을 통해서는 문학이 마땅히 지녀야 할 ‘재미’를, 플로베르의 서간을 거론하면서는 작가로서의 엄격한 윤리와 생생한 정열을,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통해서는 잔인한 시련과 고난을 문학적 자양으로 바꾸어내는 강렬한 작가의식을 요청한다. 그 외에 다니자키의 예술지상주의와 부인과의 기묘한 관계, 나가이 가후의 고독과 자유, 릴케의 ‘미’에 대한 사랑, 스피노자의 마지막 나날들, 체호프의 민중에 대한 연민과 이상주의, 라디게의 사랑의 환희와 고뇌, 기싱의 가난과 상상이 지닌 힘, 스탕달의 ‘행복 사냥’, 오이디푸스의 자기인식의 불능에서 오는 비극 등, 이 두 작가의 문학적 해석의 스텍트럼은 넓고도 깊고, 다채로우면서도 치밀하다.
문학이 인간, 감동, 기쁨, 재미와 소원해져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작가들과 작품에 대해서 감동과 깊이가 번득이는 해석과 설득력 있는 윤리적 판단을 가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도 보편적인 예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잘 차려진 정갈한 성찬 같은 이 책은, 문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고, 문학에 어느 정도 식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풍부한 교양과 안목을 제공해줄 것이며, 더 나아가 문학은 언제나 인간에 대해서 발언해왔으며, 또 발언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남자와 여자가 지상에 있는 한 연애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불신의 시대에도 사랑은 태어나겠지요. 그런데 왜 연애소설을 쓰기가 어려워졌는가 하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예전의 대연애소설이 그려낸 것 같은 고양된 정열이 불가능해졌고, 현대인은 자기분석적인 의식으로 늘 깨어 있게 되었다는 것. 또 하나는 그 사랑을 이야기하는 ‘모노가타리’라는 표현양식이 점차 붕괴되어가고 있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주된 원인으로 거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의 고양감이 희박해진 것과 ‘모노가타리’를 지탱하는 힘이 쇠약해진 것은 어쩌면 똑같은 심적 자세의 두 가지 측면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을 소박함의 상실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중에서
오세이가 하나의 주체로서 ‘선’을 선택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제인 에어』같은 소설이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여자가 ‘선’을 선택하지 못해도 여전히 남자한테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인 에어 같은 여자가 태어날 필연성이 없는 것입니다. 남자는 ‘새로운 여자’를 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남자 자신이 ‘새로운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 중에서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경험 자체는 아주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요크셔 지방의 목사의 딸로 태어나 거의 생가를 떠나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서른 살에 죽었습니다. 이웃사람들의 눈에 비친 것은 매일매일 한결같이 애견과 함께 히드 황야를 배회하는 비쩍 마른 처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처녀의 눈이 언덕 너머의, 삶도 죽음도 삼켜버리는 어두운 세계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 중에서
스피노자는 그가 소속된 유대교 교리에 회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파면당합니다. 그 후 다락방에서 렌즈를 갈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한없이 가난하고 고독한 삶을 보냅니다. 그러나 그가 사회에서 떨어져 산 것은 결코 사람을 싫어하기 때문도, 세상을 등졌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간 정신과 전 존재를 영원의 상(相) 아래서 바라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진리에 다가가는 것이 기쁨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피노자는 생애 마지막 날, 찾아온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그들이 간 뒤에 혼자 죽었습니다. 친구들은 그의 책상 서랍에서 『에티카』원고를 발견했지만, 거기에는 만일 이 원고를 출판하려거든 저자 이름은 생략해달라고 써 있었다고 합니다.
- 중에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외투는 페테르부르크의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물건, 물리적인 물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무리 남한테 업신여김을 당해도 사람들과 뒤섞여서 사회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인간성의 증거, 그 남자가 지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의 증거인 것입니다. 우리도 각자 자기 외투의 구멍 난 부분을 기우면서 나날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 중에서
예전에 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오이디푸스입니다. 그는 현자(賢者)로 이름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가 알아야만 하는 ‘자기’ 모습은 너무나도 끔찍합니다. 오이디푸스의 눈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뛰어나도, 정작 ‘자기’는 이해하지 못하는 인식의 상징입니다. 라이오스를 죽인 죄인은 누구냐? 오이디푸스는 그 물음을 추구하면서도 대답이 ‘자기’라는 사실만은 부정해야 합니다. 절망적인 외침을 토하며 자신의 양쪽 눈을 찌르는 저 슬프도록 처절한 최후까지, ‘자기’라는 것에 대해서만은 계속 ‘장님’이어야 했던 것입니다.
- 중에서
☞ 저자 소개
지은이
쓰지 구니오(? 邦生)
소설가. 1925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독서에 탐닉해 등교를 게을리하는 바람에 두 번의 낙제 끝에, 일본 유수의 작가들을 배출해낸 도쿄대학 불문과에 입학했다.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릿쿄대학(立校大學), 학습원대학(?習院大?)의 교수를 역임했다. 1962년, 37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회랑에서(回廊

목차
1.프롤로그 - 마지막 편지
2.1996년 4월 7일 ~ 1996년 5월 26일
.왜 연애소설을 쓰기가 어려워졌을까? ... 26
.언어, 그리고 문학에 대한 사랑 ... 30
.어린시절의 축제로서의 책읽기 ... 34
.천하제일의 검객소설 ... 38
.책으로 가득한 '작은 마굴' 속에서 ... 42
.과 여자아이의 영혼 ... 46
.이야기가 지니는 마술적 일체성 ... 50
.의 드높은 자유에의 의지 ... 54
3.1996년 6월 2일 ~ 1996년 9월 26일
.남녀의 얼굴이 없는 풍토 ... 60
. 속의 새로운 여자 ... 64
.되찾아야 할 '행복'의 관념 ... 68
.세계의 끝으로 이끄는 ... 72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강렬한 존재감 ... 76
.에밀리 브론테의 냉소를 미소로 ... 80
.쓴다는 것의 근원적인 의미 ... 84
.천하를 원한 히구치 이치요 ... 88
.디킨스의 소설을 읽는 기쁨 ... 92
.디킨스처럼 묘사하기 ... 100
.사랑할 수 없는 메마른 플로베르 ... 104
.의 그리운 세계 ... 108
4.1996년 12월 8일 ~ 1997년 2월 23일
.편지만의 우정과 상상력 ... 114
.다니자키의 예술지상주의 ... 118
.이야기가 있는 소설과 없는 소설 ... 122
.나가이 가후의 마음의 자유 ... 126
.일본어의 껍질을 깨고 ... 130
.과 번역물의 즐거움 ... 134
.신슈의 겨울밤과 러시아문학 ... 138
.가 이야기하는 소설의 생명 ... 142
.도스토예프스키의 고난 ... 146
.도스토예프스키의 계시 ... 150
5.1997년 3월 2일 ~ 1997년 5월 25일
.언어로 음악을 쓴 토마스 만 ... 156
.프루스트의 잔인한 '시간' ... 160
.잃어버린 '깊고 풍요로운 삶' ... 164
.들어갈 수 없는 이반의 이상향 ... 168
.체호프의 착한 남녀 ... 172
.'손으로 일하는' 일본 여성 ... 176
.행복과 고뇌를 가져다주는 사랑 ... 180
.언령言靈으로 가득 찬 로 가는 길 ... 184
.작가를 삼켜버리는 상상의 힘 ... 188
.스탕달과 행복을 아는 사람들 ... 192
.도취와 황홀을 가져다주는 고독 ... 196
.'자기'라는 수수께끼를 둘러싼 그리스 비극 ... 200
.무거운 돌처럼 글자를 쌓아올리며 ... 204
6.1997년 6월 1일 ~ 1997년 7월 27일
.의 문이 갑자기 열리고 ... 210
.인간의 운명을 그려내는 역사 ... 214
.에도에 살았던 여자의 진혼가 ... 228
.역사에서 시의 불꽃을 느끼며 ... 222
.토스카나의 반딧불에 연상하는 무라사키 시키부의 행복 ... 226
.현실을 바라보는 보르헤스의 눈 ... 230
.우국지사 노신 ...234
.상상력으로 사는 기쁨 ... 238
.우리의 제인 오스틴 ... 242
7.에필로그 - 바람의 터널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