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먼 타지로 가면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 혹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당신과 너희들에게 유언삼아 이 글을 쓴다”로 시작하는 유언장을 쓰고 세계 여러 곳을 그것도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 위주로 다니는 기업인이 있다. 《살아있으라 사랑하라》를 쓴 (주)사라토가 회장인 도용복. 맨몸으로 사업을 시작해 자금 마련을 위해 월남전에 뛰어들고 이후 현재의 골프용품 전문생산업체를 운영하기까지 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겪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던 그가 “무슨 인생이 일의 노예도 아니고…제2의 인생에 도전해보자” 라는 생각을 했던 때는 쉰을 바라보던 나이였다. 한참을 고민에 빠져있던 그가 잠을 뒤척이며 내린 결론은 여행이었다. 이후로 삶의 원칙을 세운다. “300일은 일하고, 나머지는 여행으로”이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 올해로 17년째, 그동안 약 137개국을 여행했다. 도중에는 유언장이 발효될 수 있을 만큼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아마존 정글에서 안내인이 독사에 물려죽고,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지뢰를 밟아 고생하고, 아프리카에서는 집채만한 코끼리떼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빈민가에서는 강도를 만나 겨우 목숨만 건진 일 등, 무수한 고비를 넘겼지만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즐겁다. 여행 속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1995년 프랑스를 갔던 때부터 최근 2010년 미얀마 여행까지의 기록 중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등 23개국을 돌며 피부로 체감한 지구촌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은 손수 찍은 것들이다. 위기가 닥칠 경우(?)를 대비 언제든지 버린 셈 칠 수 있는 카메라를 비롯해 비교적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을 소지한다. 그렇게 자신의 느낌을 담아 열심히 누른 사진만 해도 3만 장에 이르는데 그의 사진은 전문가의 것과는 또 다른 순수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의 글보다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진들이 그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도 명확한 전달이 가능한 것은 사진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유명사진가인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의 말처럼 그의 사진에 주로 등장하는 시장과 그 안의 사람들, 거리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그의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는 뉘앙스와 함께하는 동반자가 된 듯한 정겨운 느낌이 든다. 거기에 덧붙여진 그의 자작시(詩)는 그의 여행이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느낌을 갖는 여행이란 점을 알게 해준다.

그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젊은이들에게 하고자하는 말이다. 유명한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묘비 글귀처럼 머뭇거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권한다.머뭇거리기엔 그리고 즐기기엔 인생이 너무나도 짧다는 그의 철학은 그가 강연 때마다 하는 단골 메뉴이다.그런 그의 열정은 책의 부록편인 ‘이스라엘의 생활공동체 키부츠’에서 잘 나타난다. 그의 시각에서 볼 때 젊은이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우물쭈물대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고 즐기는 것이 그들의 인생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여행은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처음 여행을 마음먹을 때 그가 곱씹었던 《명심보감》의 한 구절은 그의 여행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불경일사不經一事 부장일지不張一智,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 이제는 사람들이 좋아서, 그리고 먼 나라에서 느끼는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 때문에 그는 오늘도 ‘1년 중 300일은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65일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리라!’라고 다짐하며 여행을 계획한다. 《살아있으라 사랑하라》는 특히 그가 아끼는 세상의 아들과 딸들에게 그가 경험한 여행을 통해 전하는 순수한 삶의 열정이자 사랑의 메세지다. 삶은 아름답다, 살아있으라, 사랑하라!


주요내용

1장_아시아
첫 번째 여행지는 사업자금을 만들기 위해 1966년 백마부대원으로 참전했던 베트남이다. 그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던 베트남에서 과거의 기억과 조우한다. 인연의 아사코와 같은 인연이 그의 청춘에도 있었다.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하는 마음과 보고 싶은 마음이 중첩하는 추억을 생각하며 여행기는 시작한다. 두 번째로 쓴 우리에게 친숙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타슈켄트의 나보이국립극장과 한인극장 그리고 고려인에 대한 애절함을 담았다. 역동적인 사막의 오아시스인 이란의 테헤란에서는 옛 페르시아제국 시절 번성했던 문화유산인 이스파한과 시오세 폴과 호메이니광장에 대한 인상을 담백하게 풀어낸다. 인도를 경제적으로 움직이는 뭄바이의 세계문화유산 빅토리아역과 코끼리섬을 방문하여 질곡의 삶들을 그려내고 전장의 상흔이 진행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상처를 돌아보다가 지뢰를 밟는 아찔한 경험도 그리고 아직도 참혹한 현실에 놓여 있는 전쟁에 대한 경계심으로 글을 맺는다. 세계7대 미스터리 유적지인 장엄한 페트라 유적과 그곳에서 만난 베두인의 친절에 취한 정겨움을 말한다. 세계 최대의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는 우리에게 낯익은 아웅산묘지 폭발사건을 돌아보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사람, 그리고 환상적인 사원들에 깊은 애정을 표현한다. 그리고 아시아의 마지막은 과거 대만이라고 불렸던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의 진기한 전시물들과 아리산 일출을 바라보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관광대국의 타이완에 대한 감상으로 아시아편을 마무리한다.

2장_아프리카
오지를 좋아하고 많은 나라를 즐겨찾는 저자의 이번 글에는 아프리카를 두 나라 밖에 수록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카사블랑카>로 깊은 인상을 남긴 모로코에서 유럽과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마라케시와 복잡하고 기기묘묘한 골목을 가진 전통가죽염색으로 유명한 세계문화유산인 페즈와 무슬림 전통시장 수크를 소개하고 요르단에서도 그 친절함에 취하게 만들었던 베두인들을 만나 그 마음씀씀이에 감동받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사하라 최빈국인 모리타니의 누악쇼트를 찾아가 모래바람과 사막의 낙타시장에서 만난 선한 눈빛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3장_유럽
처음 여행을 떠날 결심을 하고 음악을 좋아하던 그가 음악테마여행을 삼아 자주 찾은 것은 유럽이었다. 그가 방문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에 얽힌 그의 개인적인 관심과 열정을 함께 느껴본다. 고풍스런 건물과 멋진 야경,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펼쳐진 중세 동유럽의 향기가 베어 나오는 부다페스트의 세체니다리와 프라하 카를다리의 낭만을 전한다. 세계 장미생산의 80%를 담당하는 나라, 그리고 장수국가로 잘 알려진 차분하고 정감 넘치는 도시 불가리아의 소피아와 바로 맞닿아 있는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를 돌아보고 소설《드라큘라》의 배경으로 유명해진 아름다운 브란성의 모습을 기록했다.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의 꽃, 크로아티아의 여정에는 수도인 자그레브를 비롯해 17세기 중세도시가 완벽히 보존된 진정한 낙원인 두브로브니크의 아름다운 정경들을 담아냈다. 다음으로는 지중해의 숨겨진 보석같은 나라 몰타를 찾아간다. 성요한기사단의 흔적과 자취가 남아있고 선사유적인 주간티야 신전이 있는 고조섬의 빼어난 매력을 그려냈다. 유럽의 마지막 편은 플라멩코와 투우로 상징되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다.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의 절정을 볼수 있는 살라망카와 유럽에 남아있는 이슬람문명의 상징적인 곳과도 같은 알함브라궁전의 모습과 세비야의 다양하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유럽을 마무리 한다.

4장_아메리카
순간의 즐거움이 인생 최고의 낙이라고 생각하며 낙천적인 삶을 영위하는 곳 엘살바도르의 수도인 산살바도르를 찾아 가는 곳마다 마주한 풍요로운 음식과 축제가 넘치는 행복한 모습을 담아냈다. 그는 에콰도르를 정열적이고 거친 나라로 기억한다. 수도 키토에서 밤늦게 숙소로 귀가하려던 그에게 접근한 강도를 만나 캠코더를 주고 협상(?)을 끝냈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캠코더를 찾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원주민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오타발로를 찾아 남미 최대의 인디헤나의 재래시장이 열리는 곳을 방문해 그들의 넉넉한 인심으로 위로받는다. 체 게바라로 상징되는 낭만적인 음악과 열정적인 춤이 도처에 피어나는 쿠바에서 그는 아름다운 세멘테리오 꼴롱묘지와 헤밍웨이의 흔적이 여전한 작은 어촌 코히마르의 풍경들을 그려내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마지막 기록은 라틴의 정열이 살아 숨쉬는 미스터리한 문명을 남긴 마야의 중심지였던 멕시코. 그곳에서 거대한 유적을 자랑하는 유적도시 욱스말과 치첸이트사와 세계적인 관광지 아카풀코의 기록으로 여행기를 마친다.

●베트남……어느 날 이웃마을로 지원나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전날 저녁 ‘간’의 동생들이 부대로 찾아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부랴부랴 위병소로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니 다음날 지원을 가지 말라는 것이다. 평소 지원을 나갈 때 약간의 구호물품과 의약품을 가지고 나가는데 이것을 노린 베트콩이 내일 탈취계획을 잡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지 말라며 손짓발짓으로 말렸다. 아이들 말을 백퍼센트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일정을 연기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베트콩들은 내가 지나가지 않자 다른 차량을 습격해서 일대에 소규모 전투가 있었다고 한다. 나에게 호의를 가진 마을 주민이 우연찮게 정보를 입수했고, ‘간’의 동생들에게 빨리 내게 연락토록 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도 등골이 오싹한 일이지만, 이때 일이 내겐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준 것 같다. 내가 베푼 작은 사랑과 호의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말이다. _15쪽

●우즈베키스탄……타슈켄트에는 한인들의 농장이 몇 개 있다. 하지만 한인의 이름을 딴 농장이 딱 한 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김병화 농장이다. 고려인의 자랑이자 한민족의 자랑인 이곳은 그래서 한국 관광객의 방문 제1순위에 속한다. 머나먼 중앙아시아 땅에 한국인 이름을 딴 거리가 있고, 그의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다. _22쪽

 

●아프가니스탄……그런 희망의 사진을 찍는 데 몰두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고함이 들렸다. 연이어 소총의 노리쇠를 당기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여차하면 쏜다는 경고였다. 뭔가 잘못됐다. 발을 들려는 순간 다시 고함이 들렸다. “꼼짝 마!” 군인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지뢰를 밟은 것이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군인의 능숙한 솜씨로 마침내 지뢰를 제거했다. 생사生死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나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하루에도 20여 명이 지뢰사고로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_52쪽

 

●요르단……그렇다고 해서 베두인족이 무례하거나 타 민족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되레 그 반대로 친절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사막을 지나다가 물 한 모금 얻어 마시려 말을 건넸는데, 그 '압둘'이란 사람은 나를 천막 안으로 안내하고선 카펫이 깔린 응접실에서 물뿐 아니라 커피와 차도 대접했다. 처음엔 ‘각별히 친절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는데 압둘뿐 아니라 만나는 베두인들마다 모두 그랬다. 베두인족은 거처가 없이 돌아다닌 탓에 내일이면 자신도 나그네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해서 찾아오는 손님을 융숭히 대접하는 것을 일종의 전통처럼 여기며 살아온 민족이다. 다만 남자가 없이, 여자나 아이들만 있는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간 죽음만큼(?) 큰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_69쪽

 

●모로코……국경을 넘어 처음 만나는 마을에 맥도날드 간판이 보인다. 입국하면서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보내 끼니를 걸렀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햄버거 하나를 주문하니 유로도 받지 않고 카드도 되지 않는단다. 당연히 카드결제가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환전을 하지 않았던 탓에 수중엔 모로코 디르함은 한 푼도 없고 여기선 쓸모없는 유로만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고작 햄버거 하나에 마음 상하고 끼니는 걸렀다. _104쪽

 

●모리타니……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누악쇼트의 해변 마을에는 고기를 사고파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낡은 어선을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에는 풍어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삶은 비록 곤궁하지만 사람들의 표정과 인심만큼은 곤궁하지 않다. _127쪽

누악쇼트를 조금만 벗어난 사막 길에서는 낙타 시장을 만났다. 규모가 꽤 큰 낙타시장은 사막에 천막을 쳐놓고 상인마다 수십 마리의 낙타를 거래하고 있다. 사막에서는 중요한 운송수단인데다 가죽과 젖을 얻을 수 있어 낙타가 제일의 재산이다. 새끼가 먼저 젖을 빨아서 잘 돌게 한 다음, 어린 낙타를 밀어내고 사람이 젖을 짜서 요구르트나 버터를 만든다. _127쪽

 

●헝가리·체코……‘어부의 요새’를 올라가는 길가 공원에선 플롯과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학생 연주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유명 관광지 마다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실력을 뽐내는 음악인들을 볼 수 있지만, 헝가리 여행만큼 음악 애호가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은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_153쪽

 

●크로아티아……크로아티아에 도착하기 전까진 나도 여러 가지 선입견을 버리지 못했다. 수도 자그레브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지방 공항만한 규모에 눈길을 끌만한 시설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유럽의 변방, 오랫동안 내전을 겪은 나라. 하지만 자그레브 시내로 들어가면서 생각은 싹 바뀌었다. 중세 도시 분위기가 넘치는 옛 시가지는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깃들어 있고, 상업지구인 신시가지는 활기찬 분위기에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구시가의 중세 건물들과 서로 대비되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_191쪽

 

● 몰타……발레타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 바로 성 요한 대성당이다. 16세기에 세워진 바로크 양식의 성당으로 아치형 천장에는 성 요한의 일생이 그려져 있고, 바닥에는 옛 기사들을 기리기 위한 대리석 묘비들이 깔려 있다. 기둥과 바닥, 천장의 세밀한 조각과 화려함은 바티칸 박물관 못지않고, 기도실에 걸려있는 이탈리아의 대화가 카라바조의 걸작품은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게 한다. _208쪽

 

●스페인……피카소의 고향 스페인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피카소가 눈에 보이는 것만 그렸다면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을까? 인생의 그림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보이는 것만 쫓으면 그만그만한 인생에 머물지만 보이는 것 이상을 볼 때 풍요로운 삶으로 거듭나지 않겠는가.

●엘살바도르……이곳의 장의풍습은 어떨까. 나는 주위에서 말리는 시선을 아랑곳 않고 염치불구한 채 유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선 쌩하니 영구차에 올라탔다. 관은 또 어떨까, 우리와는 뭐가 다를까, 호기심이 끝없이 이어졌다. 관 앞쪽의 문을 열고 고인의 얼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문을 또 열었다. 드문드문 수염이 있고 얼굴이 깡마른 70세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유가족에게 연신 감사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한국 같으면 어림도 없을 사진 촬영을 허락한 가족들은, 호기심 많은 동양인이 싫지는 않은 양 연거푸 나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소리 내어 통곡을 했을 터인데 말이다. _258쪽

 

●에콰도르……혼자서 신나게 키토 시내 구경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잡을까 하다가 가까운 거리라 그냥 걸어가기로 결정하고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이었다. 혼자 있을 땐 될 수 있으면 큰 길로 다니라는 말을 들은 터라 막 큰 길로 나서려고 하는데 양 옆으로 흑인 두 명이 따라 붙었다. 뒤쪽에도 한 명이 따라 붙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왼쪽에 있는 덩치 큰 한 명이 “Amigo”(친구)라며 내 목에 팔을 걸쳐 어깨동무를 했다. 코끝으로 알코올 냄새가 확 풍겼다. 
 예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처럼 태권도 자세를 취해 겁을 줘서 쫓을까, 냅다 도망을 칠까, 소리를 질러 볼까. 덩치가 산만한 흑인이 어깨를 잡고 있어서 어느 것도 좋은 방법 같지가 않았다. 나를 잡고 있는 녀석의 눈빛은 시커먼 어둠속에서 눈동자만 하얗게 희번득거렸다. 마침 숙소에 배낭과 귀중품은 두고 온 터라 사진을 찍던 캠코더만 내어주자는 생각에 목줄을 풀고 캠코더를 내밀며 말했다  _267쪽, 269쪽

 

●쿠바……헤밍웨이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시곤 했다. 늙은 흑인 바텐더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면서. 이 흑인 바텐더는 헤밍웨이를 위하여 새로운 칵테일을 하나 개발했다. 그게 바로 ‘다이키리’다. 우리나라의 칵테일 바에도 이 칵테일이 있다. 얼음을 갈아 만든 빙설에 럼과 사탕수수즙, 레몬을 넣고 만든 이 칵테일을 맛본 헤밍웨이는 그 이후부터 이 칵테일만 마셨다. 이 소문이 나자 돈 많은 미국 관광객이 쿠바의 ‘플로리디따’ 바에서 ‘다이키리’ 한 잔을 마셔보지 못했다면 쿠바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란 말이 생겨났다. _296쪽

 

●멕시코……사람들 소리며 마이크 소음으로 마을은 초입부터 요란법석, 시끌벅적했다. 소리를 좇아 들어가니 한 초등학교에 다다랐다. 맨발의 아이들이 할아버지 가면 쓰고 지팡이 들고 음악게 맞춰 춤추는, 다소 어설프지만 귀여운 학예회가 열리고 있었다. 학예회는 1년에 2번, 학기가 끝날 때면 열렸다. 워낙 빈한하다 보니 학예회가 곧 마을 축제였다. 이 날은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생활은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이 물씬 풍기는 웃음들이었다. 달리기며, 릴레이, 오자미 던지기로 온 가족이 한껏 신났던 우리네의 1970~80년대, 그 시절 가을 운동회처럼.

_309쪽

 

머리말

제1장 아시아
-베트남 가슴 설레이는 ‘미스 사이공’ 과의 만남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한이 서린 땅,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도시 타슈켄트에 가다
* 확대경_고려인 김병화
-이란 테헤란, 역동적인 사막의 오아시스
-인도 뭄바이, 인도의 경제 수도
* 확대경_인도 볼리우드 맛살라 무비
-아프카니스탄 참혹한 전쟁의 흔적 - 아프가니스탄
-요르단 세계 7대 불가사의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
* 확대경_페트라
-미얀마 느림의 미학 ‘부처의 나라 미얀마’
-대만 현대와 전통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도시, 타이베이!
* 확대경_세계 4대 박물관

제2장 아프리카
-모로코 아프리카와 유럽,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이국적인 땅, 모로코
-모리타니 가난하지만 선한 눈빛 사하라의 최빈국 모리타니

제3장 유럽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 앞에 서니 매혹의 집시여인 좋아하는 세 남자의 노래소리 아련…
* 확대경_세계 4대 뮤지컬 / 사랑받는 4명의 오페라 작곡가와 대표작
-헝가리.체코 중세 동유럽 문화의 향기 흐르는 헝가리?체코
* 확대경_카프카와 프라하의 봄 그리고 밀란 쿤데라
-불가리아.루마니아 장미.장수의 나라 불가리아, 친절하고 활달한 루마니아
* 확대경_독재자와 요정
-크로아티아 화약고에 핀 꽃, 크로아티아
* 확대경_유럽의 화약고를 설명하는 숫자 123456
-몰타 지중해의 숨겨진 보석, 몰타
* 확대경_몰타기사단과 십자군전쟁의 3대 기사단
-스페인 다양한 도시의 매력 - 스페인
* 확대경_투우와 플라멩코

제4장 아메리카
-엘살바도르 순간의 즐거움이 인생 최고의 낙 - 엘살바도르
* 확대경_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에콰도르 키토의 밤길 ‘위험한 녀석’들과 담판 - 에콰도르
* 확대경_갈라파고스 제도
-쿠바 낭만적 음악, 열정적 춤, 자유로움 넘치는 사회주의 - 쿠바
* 확대경_혁명 속에서도 사랑을 노래하다-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 / 시가
-멕시코 ‘마야’를 잃은 건 인류의 엄청난 손실 - 멕시코.
* 확대경_신비로운 마야문명과 종말론

부록 이스라엘 생활공동체 ‘키부츠’
젊은이들이여!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희망을 발견하라
* 확대경_시오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