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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76042163
244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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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은
이 책은 《미야모토 무사시》 시리즈 10권 중 7권이다. 조타로 이어 두 번째 제자로 맞아들이게 되는 이오리와의 만남과 새로운 수행, 사사키 고지로와 오바타 병학소 제자들 간의 명예를 건 혈투, 아들인 마타하치를 향한 오스기의 빗나간 모정 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이 책은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섬세한 묘사와 강한 필치로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종합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또한 일본 문화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역자의 충실한 번역이 더해져 만화 《베가본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소설적 깊이, 무사시의 삶과 고뇌와 철학 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무예 고수들과의 60여 차례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미야모토 무사시》가 완역 출간됐다. 일본의 국민작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인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에서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만화 《배가본드》의 원작이다.
이 책은 《미야모토 무사시》 시리즈 10권 중 7권이다. 조타로 이어 두 번째 제자로 맞아들이게 되는 이오리와의 만남과 새로운 수행, 사사키 고지로와 오바타 병학소 제자들 간의 명예를 건 혈투, 아들인 마타...
무예 고수들과의 60여 차례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미야모토 무사시》가 완역 출간됐다. 일본의 국민작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인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에서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만화 《배가본드》의 원작이다.
이 책은 《미야모토 무사시》 시리즈 10권 중 7권이다. 조타로 이어 두 번째 제자로 맞아들이게 되는 이오리와의 만남과 새로운 수행, 사사키 고지로와 오바타 병학소 제자들 간의 명예를 건 혈투, 아들인 마타하치를 향한 오스기의 빗나간 모정 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이 책은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섬세한 묘사와 강한 필치로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종합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또한 일본 문화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역자의 충실한 번역이 더해져 만화 《베가본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소설적 깊이, 무사시의 삶과 고뇌와 철학 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검 하나로 전설이 된 일본 제일의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
60여 차례의 검술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의 치열했던 삶이 일본 대표 국민작가인 요시카와 에이지를 통해 다시 부활한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미야모토 무사시》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베가본드》의 원작으로,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섬세한 묘사와 강한 필치로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종합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역사소설과 액션 활극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서 무사시의 삶을 밀도 있게 다루는 한편, 이 소설을 대하소설로서의 위치까지 끌어올린다.
잘 알려진 바대로 미야모토 무사시는 여러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쌍검을 사용하는 이도류(二刀流)를 창안해 일본의 여러 검술 유파를 제치고 정점에 오른 무사다. 하나의 장검을 사용하는 일도류(一刀流)와 달리, 무사시의 이도류는 서로 길이가 다른 두 개의 검을 사용함으로써 실전에서 즉각적인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다른 유파를 앞지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소설을 통해 무사시가 이도류를 창안하게 된 과정을 속도감 있는 문체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눈앞에서 무사시의 시합이 벌어지는 것 같은 사실적인 대결 장면의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당시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또 다른 재미는 무사시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추적해 나가는 데 있다. 작가는 무사시의 일대기를 이야기하면도 주변 인물들이 그려나가는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는다. 무사시의 두 제자인 ‘조타로’와 ‘이오리’를 비롯해 무사시를 향한 눈물겨운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오츠’,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으나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면서 적이 되는 ‘마타하치’, 무사시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갚으려는 마타하치의 어머니 ‘오스기’, 그리고 무사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자극제인 ‘사사키 고지로’ 등. 무사시와 끊임없이 관계하면서 그를 성장시키는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존재는 이 소설의 재미와 깊이를 더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
검술과 병법, 예술을 모두 섭렵한 미야모토 무사시
그의 사랑과 인간적인 고뇌, 삶의 철학을 생생하게 말한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내에서 존경받는 무예가 중 한 사람으로 탁월한 검술 실력뿐 아니라 병법가로서도, 예술가로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사시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결정적인 사건들을 반추하면서 그의 생애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맨손으로 쇠뿔을 잘랐다는 ‘최배달’이 존경하여 스승으로 삼았다고 할 만큼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내에서 무예가로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칭송받는다. 당대 손꼽히는 무예 고수들과의 목숨 건 시합에서 월등한 실력으로 승리를 거머쥔 그는, 그러나 단순히 검술 실력만 뛰어난 무사가 아니었다. 뛰어난 병법가로서 무사시는 여러 유파의 고수들과의 대결을 통해 실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검술과 병법을 찾고자 끊임없이 연구했다. 특별히 무예 스승을 두지는 않았지만 그는 시합을 통해 자신의 검술의 부족한 면을 찾았고 여러 병법서를 탐독하면서 ‘무(武)’의 이치와 원리, 지혜 등을 구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그는 《오륜서(五輪書)》라는 자신만의 병법서를 남겼으며 오늘날 세계적인 병법서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예나 서예와 같은 예술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꾸준히 배우고 연구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 나갔다. 그 결과 , 등 무사시의 화풍이 담긴 수묵화는 오늘날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무사시가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고 이를 주변의 백성들에게 일깨워 주면서 당대에 필요한 정치란 무엇이 구하고자 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무사시는 전국의 패권을 두고 난립하던 당대의 다이묘와 막부의 정치를 바로 보게 되었고 정치에 대한 식견을 쌓으면서 올바른 정치가가 되고자 하는 포부를 세운다. 이는 당대의 무사들이 관직을 통한 입신(立身)에 뜻을 두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소설 속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무사시가 걸어가고자 했던 길은 단순히 ‘칼을 잘 쓰는’,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평범한 무사의 길이 아니었다. 그는 검술와 예술과 정치와 삶을 하나로 연결시키면서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원리를 찾고자 했다. 그가 창안한 이도류도 그러한 노력의 결과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무사시의 원대한 업적을 이야기한다. 세키가하라 전투 직후부터 숙명의 라이벌인 사사키 고지로와의 대결까지, 작가는 무사시의 행적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리면서 그가 일생에 걸쳐 후대에 남긴 업적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그 단초들을 보여 준다. 즉 작가는 소설을 통해 무사시의 불꽃같았던 청년기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각도로 보면서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 구분 : 저서
- 국적 : 일본
- 분류 : 문학가 ,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 기타
- 인기지수 : 419
요코하마 출생, 본명은 히데쓰구英次. 일본 대중문학의 일인자로 국민작가적 지위에 오른 소설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소송에 져서 소학교를 중퇴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1910년에 상경하여 단시短詩 동인에 들어가 인간 관찰의 깊이를 더했다. 1921년 고단샤 잡지의 현상에 응모하여 입선, 이듬해에 신문기자가 되었다. 이후로 활발한 문학 활동을 전개하다 1925년에 비로소 요시카와 에이지라는 이름으로 『킹』 창간호에 작품을 발표하여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고 1926년에 『나루토 비첩鳴門秘帖』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초기에는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을 지향했으나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 이후, 대중성에 교훈성이 가미된 소설을 주로 창작했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의 특징은 대중과 함께 숨쉬고, 대중의 꿈에 부합하려 했다는 데 있다. 1960년에 문화훈장을 수장했으며 사후 그의 유지에 따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이 설정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삼국지』 『수호지』 『나루토 비첩』 『미야모토 무사시』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국적 : 대한민국
- 분류 : 문학가 , 인문/철학자 , 경제/경영/자기계발 저자 , 예술/취미 저자 , 아동/청소년 문학가 , 건강/의학 저자 , 기타
- 인기지수 : 2,532
일본의 니혼 대학교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잡지사 기자를 거쳐 출판사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를 비롯하여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인테리어』, 『마음을 맛있게 채워주는 일본 사찰 요리』, 『100가지 기본』, 『맥킨지 7S 경영』,『유사암으로 요절하는 사람, 진짜 암이어도 장수하는 사람』 등이 있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과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비밀의 숲』, 『재즈의 초상』 등의 초역과 감수를 했다.
책 속에서
가을이 깊어 갔다. 하루가 다르게 벌레 우는 소리가 줄어들고 풀과 나무는 말라 갔다. 이 무렵부터 호덴가하라에는 벌써 두 사람이 살 초막이 완성됐고, 둘은 매일 가래와 괭이를 들고 근처의 땅부터 개간하기 시작했다. 무사시는 땅을 갈기 전에 부근 일대의 지세를 직접 돌아다녔다.
‘왜, 자연과 인간은 서로 반목한 채 땅을 나무와 풀에 내맡기고 있는 걸까?’
무사시는 그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물이다.’
제일 먼저 물, 치수治水의 필요성을 느꼈다. 약간 높은 지대에 서서 바라보면 이곳의 거친 들판은 마치 오닌應仁의 난 이후부터 전국 시대에 걸친 인간 세상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반도 평야에 한 번 큰비가 내리면 사방에 물길이 생겼고 물길은 돌을 품고 제 가고 싶은 곳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그런 물길들을 받아들일 본류가 없었다. 날씨가 좋은 날 바라보면 본류가 될 수 있는 폭이 넓은 강가도 있었지만, 그것을 다 받아들일 포용력이 부족했고 원래 제멋대로 생긴 지류들이어서 일정한 질서도 없고 통제도 할 수 없었다. 크고 작은 물길을 하나로 모아서 원하는 곳으로 흐르게 할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무사시는 둘러보고 난 후 깨달았다. 한편으로 그만큼 그는 이 일에 비상한 열정과 흥미를 품게 되었다.
‘이것은 정치와 똑같다.’
물과 흙을 상대로 이곳에 비옥한 인간의 땅을 일구려는 치수와 개간이, 인간을 상대로 인문의 꽃을 피우려는 정치 경륜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우연찮게도 이 일은 내가 이상으로 삼는 목적과 일치한다.’
이때부터였다. 무사시는 검에 어렴풋한 이상을 품기 시작했다. 사람을 베고 이겨서 강하다는 말을 들어 무엇을 할 것인가?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검이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사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일이 년 전부터 그는 남을 이기는 검에서 나아가 검을 도道로 여기고 자기 자신을 이기고 인생에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 길 위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검을 대하는 그의 마음은 여전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 31~32쪽
산적 한 명이 말 한 마리에 여자를 동여맨 밧줄을 묶더니 말의 궁둥이를 찰싹 때렸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달리는 말에 이끌려 뛰기 시작했다. 땅에 넘어진 여자 한 명이 질질 끌려가며 소리쳤다.
“악, 내 팔. 팔이 빠질 것 같아!”
도적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어이, 너무 빠르니 속도를 줄여라.”
뒤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하자 말과 여자들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말 궁둥이를 때리고 있던 도적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껄껄껄 웃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후각에 민감한 그들은 이내 피 냄새를 맡았다.
“누, 누구냐?”
“…….”
“거기 누구냐?”
“…….”
그림자 하나가 느릿느릿 풀을 밟으며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자의 손에 들린 칼에서 아련한 피 냄새가 풍겼다.
“아, 아니?”
앞에 서 있던 자들이 뒷걸음질을 치며 일제히 물러섰다. 무사시는 그사이에 열세 명쯤 되는 적의 수를 가늠하고는 그중에서 제일 강해 보이는 자를 노려보았다. 산적들도 일제히 칼을 뽑았다. 도끼를 가진 자는 옆으로 풀쩍 뛰어 물러섰고 창을 가진 자는 창끝으로 무사시의 옆구리를 노리며 자세를 낮게 잡고 다가갔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이구나!”
한 명이 소리쳤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인 줄 모르지만 잘도 우리 편을…….”
그 순간이었다.
“으악!”
오른쪽에 있던 도끼를 든 자가 혀를 깨문 듯한 소리를 지르더니 무사시 앞에 고꾸라졌다.
“각오해라!”
무사시는 칼끝을 겨누며 소리쳤다.
“나는 양민의 땅을 지키는 신의 사자다!”
“네 이놈!”
무사시는 몸을 돌려 창끝을 피하고는 칼을 든 도적들을 향해 칼을 겨누며 달려들었다. 도적들이 스스로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또 적이 단 한 명이라고 깔볼 때에는 무사시도 고전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적이 눈앞에서 자신들의 동료를 하나둘 베어 넘기자 그들을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럴 수가!”
누군가 잘난 체하며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내가 베어 버리겠다!”
하지만 그자부터 제일 먼저 무사시의 칼에 쓰러지고 말았다.
- 63~64쪽
무엇을 발견했는지 이오리가 별안간 펄쩍 뛰더니 등 뒤의 풀숲을 향해 늘 차고 있던 짧은 칼을 뽑아 내리쳤다. 여우가 캥 하는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었다. 무지갯빛 저녁 안개에 풀과 피가 반짝였다. 마른 참억새처럼 털이 빛나는 여우였다. 이오리의 칼에 꼬리인지 다리가 베인 여우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쏜살같이 도망을 쳤다.
“이놈.”
이오리는 칼을 쥔 채 놓치지 않겠다며 쫓아갔다. 여우도 빠르고 이오리도 빨랐다. 상처를 입은 여우는 약간 절뚝거렸는데 가끔 앞으로 고꾸라질 듯해서 잡았구나 하고 뛰어가면 갑자기 신통력이라도 생긴 듯 훌쩍 앞서서 도망쳤다.
들에서 자란 이오리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을 때부터 여우는 사람을 홀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멧돼지 새끼나 토끼나 날다람쥐는 좋아했지만 여우는 미웠고 어딘지 무서웠다. 그래서 방금 풀숲에서 자고 있는 여우를 발견하자 그는 순간 자신이 길을 잃은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에게 홀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니, 이미 어젯밤부터 저 여우가 자신의 뒤를 따라다닌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나쁜 여우였다. 죽이지 않으면 계속 여우에게 홀릴 것 같았다. 이오리는 계속해서 여우를 쫓아갔지만 여우는 홀연 잡목이 우거진 벼랑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오리는 교활하고 영악한 여우가 자신에게 그렇게 보이고 실은 자신의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닌지 하고 근처의 수풀을 발로 휘저으며 찾았다.
저녁 이슬이 벌써 풀잎에 맺혀 있었다. 개여뀌에도 닭의장풀 꽃에도 이슬이 맺혀 있었다. 목이 너무 말랐던 이오리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박하풀에 맺힌 이슬을 핥았다. 그제야 좀 살 것 같은지 이오리는 어깨로 숨을 내쉬었다. 땀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을 쳤다.
“대체 이놈이 어디로 도망친 거지?”
여우를 다치게 한 것이 왠지 불안했다.
“분명 복수하러 올 거다.”
이오리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소 마음이 진정되자 귓가에 요사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145~146쪽
고지로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뛰어가더니 개천과 목재가 쌓여 있는 곳을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쓰지기리였나?”
고지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오동나무 밭을 지나 한가와라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오늘 밤 계획은 이미 실패했고 더구나 오스기도 없으니 별 의미도 없었다. 또 이렇게 흐트러진 마음으로 무사시와 칼을 겨누는 것은 피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오동나무 숲 길옆에서 돌연 칼날인 듯한 빛이 빛났다. 그 순간, 머리 위쪽에서 칼에 잘린 오동나무 잎이 휘날리더니 날카로운 칼날이 고지로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비겁하구나.”
고지로가 소리쳤다.
“비겁한 게 아니다.”
고함 소리와 함께 몸을 피한 고지로를 향해 두 번째의 칼날이 어둠 속에서 날아왔다. 고지로는 세 번 공중제비를 돌아서 일곱 자 뒤로 물러서서 소리쳤다.
“무사인 듯한 자가 어찌 떳떳치 못하게!”
이렇게 소리치던 고지로는 중간에 놀란 듯 다시 외쳤다.
“아니 네놈은 누구냐?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냐?”
세 번째 칼까지 빗나간 사내는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쉬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의 전법이 실패한 것을 깨닫고 칼을 중단으로 겨눈 채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었다.
“닥쳐라. 사람을 잘못 볼 리가 없다. 나는 히라와 신사 경내에 사는 오바타 간베 가게노리小幡勘兵衛景憲의 제자인 호조 신조다. 이젠 잘 알았느냐?”
“흠, 오바타의 제자였군.”
“내 스승님을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동문의 벗들까지 무참히 죽였겠다!”
“그것은 무사에게 늘 있는 일. 패한 것이 억울하면 언제든 덤벼라.
이 사사키 고지로는 도망이나 치는 무사가 아니다.”
“오냐, 각오해라.”
“날 이길 수 있겠느냐?”
“두고 보아라!”
고지로는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상대를 응시하면서 가슴을 펴고 오른손을 허리에 찬 장검에 갖다 대고서 유인하면서 소리쳤다.
“오너라!”
고지로의 유인에 문득 신조가 경계심을 느낀 찰나, 고지로가 상반신을 휙 하고 구부리며 팔꿈치가 반원을 그리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에 이미 그의 칼은 다시 칼집 속으로 들어갔다.
- 203~204쪽
‘왜, 자연과 인간은 서로 반목한 채 땅을 나무와 풀에 내맡기고 있는 걸까?’
무사시는 그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물이다.’
제일 먼저 물, 치수治水의 필요성을 느꼈다. 약간 높은 지대에 서서 바라보면 이곳의 거친 들판은 마치 오닌應仁의 난 이후부터 전국 시대에 걸친 인간 세상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반도 평야에 한 번 큰비가 내리면 사방에 물길이 생겼고 물길은 돌을 품고 제 가고 싶은 곳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그런 물길들을 받아들일 본류가 없었다. 날씨가 좋은 날 바라보면 본류가 될 수 있는 폭이 넓은 강가도 있었지만, 그것을 다 받아들일 포용력이 부족했고 원래 제멋대로 생긴 지류들이어서 일정한 질서도 없고 통제도 할 수 없었다. 크고 작은 물길을 하나로 모아서 원하는 곳으로 흐르게 할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무사시는 둘러보고 난 후 깨달았다. 한편으로 그만큼 그는 이 일에 비상한 열정과 흥미를 품게 되었다.
‘이것은 정치와 똑같다.’
물과 흙을 상대로 이곳에 비옥한 인간의 땅을 일구려는 치수와 개간이, 인간을 상대로 인문의 꽃을 피우려는 정치 경륜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우연찮게도 이 일은 내가 이상으로 삼는 목적과 일치한다.’
이때부터였다. 무사시는 검에 어렴풋한 이상을 품기 시작했다. 사람을 베고 이겨서 강하다는 말을 들어 무엇을 할 것인가?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검이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사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일이 년 전부터 그는 남을 이기는 검에서 나아가 검을 도道로 여기고 자기 자신을 이기고 인생에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 길 위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검을 대하는 그의 마음은 여전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 31~32쪽
산적 한 명이 말 한 마리에 여자를 동여맨 밧줄을 묶더니 말의 궁둥이를 찰싹 때렸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달리는 말에 이끌려 뛰기 시작했다. 땅에 넘어진 여자 한 명이 질질 끌려가며 소리쳤다.
“악, 내 팔. 팔이 빠질 것 같아!”
도적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어이, 너무 빠르니 속도를 줄여라.”
뒤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하자 말과 여자들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말 궁둥이를 때리고 있던 도적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껄껄껄 웃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후각에 민감한 그들은 이내 피 냄새를 맡았다.
“누, 누구냐?”
“…….”
“거기 누구냐?”
“…….”
그림자 하나가 느릿느릿 풀을 밟으며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자의 손에 들린 칼에서 아련한 피 냄새가 풍겼다.
“아, 아니?”
앞에 서 있던 자들이 뒷걸음질을 치며 일제히 물러섰다. 무사시는 그사이에 열세 명쯤 되는 적의 수를 가늠하고는 그중에서 제일 강해 보이는 자를 노려보았다. 산적들도 일제히 칼을 뽑았다. 도끼를 가진 자는 옆으로 풀쩍 뛰어 물러섰고 창을 가진 자는 창끝으로 무사시의 옆구리를 노리며 자세를 낮게 잡고 다가갔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이구나!”
한 명이 소리쳤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인 줄 모르지만 잘도 우리 편을…….”
그 순간이었다.
“으악!”
오른쪽에 있던 도끼를 든 자가 혀를 깨문 듯한 소리를 지르더니 무사시 앞에 고꾸라졌다.
“각오해라!”
무사시는 칼끝을 겨누며 소리쳤다.
“나는 양민의 땅을 지키는 신의 사자다!”
“네 이놈!”
무사시는 몸을 돌려 창끝을 피하고는 칼을 든 도적들을 향해 칼을 겨누며 달려들었다. 도적들이 스스로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또 적이 단 한 명이라고 깔볼 때에는 무사시도 고전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적이 눈앞에서 자신들의 동료를 하나둘 베어 넘기자 그들을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럴 수가!”
누군가 잘난 체하며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내가 베어 버리겠다!”
하지만 그자부터 제일 먼저 무사시의 칼에 쓰러지고 말았다.
- 63~64쪽
무엇을 발견했는지 이오리가 별안간 펄쩍 뛰더니 등 뒤의 풀숲을 향해 늘 차고 있던 짧은 칼을 뽑아 내리쳤다. 여우가 캥 하는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었다. 무지갯빛 저녁 안개에 풀과 피가 반짝였다. 마른 참억새처럼 털이 빛나는 여우였다. 이오리의 칼에 꼬리인지 다리가 베인 여우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쏜살같이 도망을 쳤다.
“이놈.”
이오리는 칼을 쥔 채 놓치지 않겠다며 쫓아갔다. 여우도 빠르고 이오리도 빨랐다. 상처를 입은 여우는 약간 절뚝거렸는데 가끔 앞으로 고꾸라질 듯해서 잡았구나 하고 뛰어가면 갑자기 신통력이라도 생긴 듯 훌쩍 앞서서 도망쳤다.
들에서 자란 이오리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을 때부터 여우는 사람을 홀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멧돼지 새끼나 토끼나 날다람쥐는 좋아했지만 여우는 미웠고 어딘지 무서웠다. 그래서 방금 풀숲에서 자고 있는 여우를 발견하자 그는 순간 자신이 길을 잃은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에게 홀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니, 이미 어젯밤부터 저 여우가 자신의 뒤를 따라다닌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나쁜 여우였다. 죽이지 않으면 계속 여우에게 홀릴 것 같았다. 이오리는 계속해서 여우를 쫓아갔지만 여우는 홀연 잡목이 우거진 벼랑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오리는 교활하고 영악한 여우가 자신에게 그렇게 보이고 실은 자신의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닌지 하고 근처의 수풀을 발로 휘저으며 찾았다.
저녁 이슬이 벌써 풀잎에 맺혀 있었다. 개여뀌에도 닭의장풀 꽃에도 이슬이 맺혀 있었다. 목이 너무 말랐던 이오리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박하풀에 맺힌 이슬을 핥았다. 그제야 좀 살 것 같은지 이오리는 어깨로 숨을 내쉬었다. 땀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을 쳤다.
“대체 이놈이 어디로 도망친 거지?”
여우를 다치게 한 것이 왠지 불안했다.
“분명 복수하러 올 거다.”
이오리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소 마음이 진정되자 귓가에 요사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145~146쪽
고지로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뛰어가더니 개천과 목재가 쌓여 있는 곳을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쓰지기리였나?”
고지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오동나무 밭을 지나 한가와라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오늘 밤 계획은 이미 실패했고 더구나 오스기도 없으니 별 의미도 없었다. 또 이렇게 흐트러진 마음으로 무사시와 칼을 겨누는 것은 피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오동나무 숲 길옆에서 돌연 칼날인 듯한 빛이 빛났다. 그 순간, 머리 위쪽에서 칼에 잘린 오동나무 잎이 휘날리더니 날카로운 칼날이 고지로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비겁하구나.”
고지로가 소리쳤다.
“비겁한 게 아니다.”
고함 소리와 함께 몸을 피한 고지로를 향해 두 번째의 칼날이 어둠 속에서 날아왔다. 고지로는 세 번 공중제비를 돌아서 일곱 자 뒤로 물러서서 소리쳤다.
“무사인 듯한 자가 어찌 떳떳치 못하게!”
이렇게 소리치던 고지로는 중간에 놀란 듯 다시 외쳤다.
“아니 네놈은 누구냐?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냐?”
세 번째 칼까지 빗나간 사내는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쉬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의 전법이 실패한 것을 깨닫고 칼을 중단으로 겨눈 채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었다.
“닥쳐라. 사람을 잘못 볼 리가 없다. 나는 히라와 신사 경내에 사는 오바타 간베 가게노리小幡勘兵衛景憲의 제자인 호조 신조다. 이젠 잘 알았느냐?”
“흠, 오바타의 제자였군.”
“내 스승님을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동문의 벗들까지 무참히 죽였겠다!”
“그것은 무사에게 늘 있는 일. 패한 것이 억울하면 언제든 덤벼라.
이 사사키 고지로는 도망이나 치는 무사가 아니다.”
“오냐, 각오해라.”
“날 이길 수 있겠느냐?”
“두고 보아라!”
고지로는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상대를 응시하면서 가슴을 펴고 오른손을 허리에 찬 장검에 갖다 대고서 유인하면서 소리쳤다.
“오너라!”
고지로의 유인에 문득 신조가 경계심을 느낀 찰나, 고지로가 상반신을 휙 하고 구부리며 팔꿈치가 반원을 그리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에 이미 그의 칼은 다시 칼집 속으로 들어갔다.
- 203~204쪽
목차
목차
새로운 제자/ 치수와 개간/ 스승과 제자/ 산사람들/ 반격/ 사도의 탄식/ 다시 에도로/ 파리 떼/ 검담/ 둔갑/ 에도 야규/ 아버지와 아들/ 부모은중경/ 오동나무 숲/ 심형무업/ 문 앞의 무사/ 호위
새로운 제자/ 치수와 개간/ 스승과 제자/ 산사람들/ 반격/ 사도의 탄식/ 다시 에도로/ 파리 떼/ 검담/ 둔갑/ 에도 야규/ 아버지와 아들/ 부모은중경/ 오동나무 숲/ 심형무업/ 문 앞의 무사/ 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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