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제대로 된 지리 공부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상태로 중등교육을 마칠 수도 있다?
“1994년 말에 교사 임용시험을 치르고, 이듬해 3월 첫 발령을 받은 이후 2011년 현재의 직장으로 전직을 할 때까지 16년 이상을 이른바 ‘마이너 과목 교사’로 사는 동안, 항상 마음 한구석에 불편하게 자리 잡고 있던 걱정거리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지리가 아닌 다른 과목을 가르치게 되는 것과 정원 조정으로 갑작스럽게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게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위의 구절은 오늘날 지리과목의 위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제대로 된 지리 공부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상태로 중등교육을 마칠 수도 있다?
“1994년 말에 교사 임용시험을 치르고, 이듬해 3월 첫 발령을 받은 이후 2011년 현재의 직장으로 전직을 할 때까지 16년 이상을 이른바 ‘마이너 과목 교사’로 사는 동안, 항상 마음 한구석에 불편하게 자리 잡고 있던 걱정거리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지리가 아닌 다른 과목을 가르치게 되는 것과 정원 조정으로 갑작스럽게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게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위의 구절은 오늘날 지리과목의 위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리는 “세계와 나를 비교 지역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과로서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더욱 필요한 교육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필수과목에서 ‘지리’라는 명칭이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며, ‘사회과’라는 교과명하에서 사회과학적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지리과 고유의 내용이나 주제, 내용 조직 원리 등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결국 지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 교육에서 ‘지리’교과의 정체성과 영향력은 퇴색할 것이고, 일반 성인들 중에도 ‘지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 책은 현 지리교육과정 체제가 보이고 있는 이와 같은 위기를 문제의식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학교 교육, 특히 고등학교 교육에서 지리과가 이러한 위기에 처한 연원은 무엇이고, 그러한 연원의 시작 시기는 언제인지, 나아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현 지리교육과정의 기본적 틀이 성립되었는지에 대한 기원을 밝히고 있다.
현 지리교육의 문제점, 1950년대에서 그 원인을 찾다
우리 사회에서 지리교육의 현재 모습이 위태로운 것은 사실이며, 이러한 현재 모습의 출발이 ‘언제’이고,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저자는 먼저, 현 고등학교 지리교육과정의 내용과 체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교육과정 변화 시기를 찾아보았다. 저자에 의하면, 해방 이후 고등학교 지리교육의 변화 가운데 1950년대 제1차 교육과정기의 영향력이 현재까지도 뚜렷하게 이어진다. 현재까지 10여 차례의 국가교육과정 개정작업 중에 지리과가 이처럼 양적으로 대폭 축소된 때는 이 시기를 제외하고는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먼저 우리나라 지리교육과정의 변천 및 이에 따른 교과서 분석과 관련된 기존의 주요 논의들과 그 의의를 검토한다. 다음으로 지리교과 내용체계에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제1차 교육과정기의 고등학교 지리교육과정(1955년 고시)이 우리나라 지리교육사에서 갖고 있는 의미를 과학과의 ‘지학’ 과목 등장 및 ‘사회과’라는 통합교과 체제와 관련지어 살펴보고, 나아가 당시의 지리교육과정이 갖고 있는 시대사적 의미와 지리교육의 현재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제1차 교육과정의 도입 시기를 중심으로 발생한 지리교육의 약화, 즉 자연지리 영역의 축소, 교과 통합의 강화, 지리의 선택과목화 등은 당시의 국가적·사회적 맥락과 연계되면서 지리 영역의 전반적인 감소를 촉진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당시의 극심한 취업난은 사범대학 이외의 일반 대학 졸업자들에게 교사 자격증(준교사)을 남발하게 되었는데, 사회과는 일반사회 영역에 집중되었다. 이는 학교 현장에 일반사회 교사 수요를 증대시키는 압박요인으로 작용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지리교육의 축소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지리교육과정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
현재의 지리교육과정 속에는 과거의 방대한 지리학 및 지리교육적 논의들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무수한 인과적 혹은 지향적 관계가 포함된 복합적인 층위를 만들면서 지금도 퇴적되고 있다. 예전 사람들보다 현재 사람들이 과연 행복할까에 대해 항상 의문이 들듯이, 역사가 계속 진보한다고 정의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현재 지리교육과정에는 제1차 교육과정기를 비롯한 지난 교육과정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지리교육과정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현재 맥락에서 이러한 흔적들의 의미를 찾는 동시에 선택적인 복원 및 제거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리가 축적해 온 자연 및 인문 환경에 대한 포괄적인 관점과 학문적 소산을 바탕으로, 현재보다 더 많은 교육적 의미를 가진 교과목으로 변경해 나가는 노력이 전제되어야만 우리들이 살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지리가 어떠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을 학생들 본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향후 지속적인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이러한 노력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목차
머리말
서론
I. 지리교육의 현재와 문제 설정
1. ‘언제’부터, 그리고 ‘왜’인가?
2. 선행 연구의 흐름과 시사점
1) 지리교육 부문
2) 사회과 교육 부문
II. 연구의 층위와 구성
제1부 지리교육과정 인식의 재개념화와 문제의 재설정
제1장 교육과정의 재개념화와 지리교육과정사
1. 교육과정의 재개념화와 텍스트적 이해
1) 교육과정의 재개념화
2) 텍스트로서의 교육과정 이해
2. 교육과정 인식의 한계와 재개념화의 필요성
1) ‘교과’ 인식 측면
2) 교육과정 시대 구분 측면
3. 지리교육과정사에 대한 텍스트-콘텍스트적 접근
1) 교육과정사와 텍스트-콘텍스트
2) ‘시간’의 의미와 교육과정
3) 퇴적과 발굴의 관점에서 본 지리교육과정
제2장 현 지리교육과정의 혼란상과 문제의 재설정
1. ‘지리’와 ‘지구과학’ 내용의 혼란상
2. 혼란의 기원과 표면화
1) 혼란의 기원
2) 혼란의 표면화
3. 혼란의 재인식과 문제의 재설정
1) 혼란의 재인식
2) 문제의 재설정
제2부 1950년대 지리교육과정의 텍스트-콘텍스트
제1장 1950년대 ‘지학’의 등장과 지리교육과정의 변화
1. 자연지리의 분리과정과 지학의 등장
1) 1953년 교육과정 시간배당 기준표(안)의 구성
2) 일본 지문학의 도입과 변화
3) 전후 일본 ‘지학’의 내용 구성
4) 자연지리 내용 구조의 변화
2. 지학의 정체성 논란 및 학교 현장의 반응
1) 지학의 정체성 논쟁
2) 지학을 자연지리로 인식한 학교 현장
3. 지학의 정착과정
1) 대학전공과 교사 자격증
2) 교원 자격시험문항과 지학의 정착
제2장 1950년대 ‘일반사회’교육과 지리교육
1. ‘일반사회’의 등장 배경과 맥락
1) 해방 이후 일본의 영향
2) 교육당국과 교육관료의 성향
3) 한국전쟁과 사회재건주의
4) 사회재건주의 교육방법 및 교육과정 조직논리의 선택적 적용
5) 1950년대 진보주의(새교육)에 대한 당시의 평가
2. ‘일반사회’와 ‘일반’의 의미
1) ‘일반사회’의 등장과 그 의미
2) ‘일반’의 의미
3. ‘일반사회’ 과목의 강화와 지리교육
제3장 1950년대의 사회적 텍스트-콘텍스트와 지리교육
1. 취업
2. 입시
1) 입시와 취학률
2) 입학시험 문항 및 과목
3. 지하자원과 과학기술 교육
4. 문과와 이과
결론
부록
고등학교 ‘경제지리’ 과목의 역사적 기원과 의미
1950년대 일본과 우리나라 교육과정 시간배당 기준표
대학별·학과별 입학시험 과목(1964학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