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재남을 아시나요?
그게 뭔데?
답답한 재주를 가진 남자.
그런 것도 재주라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발 빠른 재주를 가져도 모자란 세상에 답답한 재주를 가진 남자가 있다. 고구마 백 개는 삼켰을 법한 사나이는 책 표지 속 얼굴만큼이나 쓸데없이 해맑다. 눈치코치 따위 개나 줘버렸을 지도 모를 남자는 어쩌다가 이따위 재주를 갖게 된 걸까.

착한 것도 흠이 되나요? 열심히 사는 것도 민폐라면서요?

소설은 대중적이지 못하지만 유쾌하다. 불친절하고 냉소적이지만 솔직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공교롭게도 소설 속 인물들은 무턱대고 열심히 살거나, 쓸데없이 올바르거나, 시도 때도 없이 착하다. 그래서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흠을 남긴다. 요즘을 살아가기에 부적합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집합소 같은 소설이다. 차마 끝내지 못하고 마무리된 소설의 끝자락에서 작가는 과연 무슨 말을 남기고 싶었을까?
저자는 독자에게 되묻고 있을지 모른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독자들은 따지고 싶다. 진짜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고.

비록 쳇바퀴 인생일지라도 언젠간 높이 뛰어보고 싶은 게 인생 아니겠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때가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들은 이미 저만치 가버리고 없다. 쳇바퀴를 열심히 굴리면서 자신이 정작 쳇바퀴를 굴리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 언젠가는 높이 뛰어오를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구름판 위에서 열심히 발을 동동 굴렀는데 결국은 쳇바퀴를 한 번 더 굴렸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그리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살아서 뭐하냐고 물으며 좌절한다. 그럼 도약하지 못하는 수많은 인생은 어쩌란 말인가. 다 죽으라는 말인가.
소설 속 주인공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신의 삶이 무너져 내릴까봐 두려워 쩔쩔맨다. 자신의 처지에 실망하고 꾸짖고 학대하다 망가뜨리기도 한다. 자신이 죽어라 달려온 그 길은 결코 ‘수고했다’ 한마디로 동정 받고 끝날 길이 아니니까. 그러면 자신이 버티고 서 있던 삶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한때 드라마에서 유행한 대사가 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웃픈 대사가 소설은 읽는 동안 내내 머릿속에 맴돈다. 등장인물들은 소설 속에서 누군가의 비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지만 저자는 말한다. 당신은 둘 중 하나라고. 민폐를 끼치면서까지 열심히 살아가거나, 그런 누군가를 비웃고 있거나.
세상은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말한다. 하지만, 열심히 사는 것만큼 자신에게 뿌듯한 삶도 없지 않을까. 그것은 누군가의 인정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인정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열심히 사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에게 행복은 절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 소설이라니. 그것도 단편이래. 작가가 누군데? 듣보잡

참신하고 센스 돋는 에세이들이 즐비한 출판 시장에 뜬금없이 무명작가의 단편소설집이 등장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거나, 대중들로부터 독점적 인기를 검증받았거나, 권위 있는 문학상도 받았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작가는 그저 비정규직 글쓰기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짬짬이 쓴 소설들을 책으로 엮었을 뿐이다. 무엇 하나 눈에 띌 게 없다는 점이 오히려 눈길을 끄는 소설이라니. 세상물정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작가는 답답한 재주를 가진 남자와 어딘가 모르게 닮은 듯도 하다.

독자서평
ID: 최감독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동시대를 살면서 공기 중에 존재하는 미세먼지처럼 답답한 현대인들에게 바치는 책이얌.

ID: CinePhile
답답하고 순응하는 삶 가운데 일어나는 작은 흔들림과 구겨짐에 대한 이야기
안쓰럽고 애처로운 우리네 이야기

ID: ai**34
지리할 정도로 평범한 인물들 사이에서 작은 차이로 비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데뷔작이라 생각되지 않는 능란한 구석들이 계속 읽게 만드는 이야기

ID: sy**e914
각 꼭지에서 주인공들은 기성세대가 물려준 구조 속에서 참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결과가 열심히 사는 것을 보상해주진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무엇을 바꿔야할지 답은 모른다. 상대에게 작은 어퍼컷을 날리거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그 결과를 받아들일 뿐이다. 세상이 주는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감당하기만 하는 그들이 답답한 구석도 있는데 그 소심함이 그저 나와 다른 성격인건지 아니면 이미 공고한 사회구조가 그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것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어쨌든 이 답 안 나오는 구조를 만든 장본인 세대인 것만 같아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낀다.

ID: syl**11
생각할 것도 있지만 그저 읽는 재미로라도 충분한 책이다. 작가의 문장도 중간 중간 머리와 가슴을 한 번씩 내리치는 재주가 있다.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ID: da**13
청춘들이 감내할 수 없는 무게를 내던지는 현실을 담담하고 유머스러운 필체로 펼쳐낸다. 스스로 정식등단하지 못한 작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작가라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결코 ‘회사가 내세운 좋은 인재상이 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가진 작가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놀라울 정도로 잘 읽히고 여운이 있는 이야기들을 간직한 소설집이다.

ID: chuk**03
빨리 읽어도 두 번 읽어도 좋은 소설. 취업에 힘들어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고자 여러 권 구입했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이야기이기를, 그들의 청춘이 조금이나마 덜 외로워지기를 바라면서.

ID: olaju
영화를 전공한 작가라 그런지 캐릭터, 플롯, 장면과 심리묘사 등에서 고른 강점을 보인다. 각 영역점수를 꼭지점으로 그리면, 예쁜 N각형이라고나 할까? 전반적인 정서는 비슷할지 몰라도 자기복제성 단편집이 아니란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뚜렷한 개성과 읽는 ‘맛‘이 있다.

ID: mulddung2
이 땅의 한심한 청춘들에게 젠체하며 서툰 위로를 건네지 않고 나 같이 사는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었구나..라는 작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작은 위안에 한동안은 좀 먹먹해졌다. 불필요한 수사가 없는 간결한 문장과, 작가의 지식을 뽐내는 어려운 단어가 없어 가독성도 뛰어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권태로 빚은 청춘>이 가장 좋았다.
끝에 있는 <아주 고약한 독백>과 <그를 죽인 목격자들>은 앞선 단편들과 톤이 살짝 다르긴 하지만 작가가 가진 풍부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단편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소한 팁 하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작가가 프롤로그에 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대사를 다시 한 번 더 음미해보면 묘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ID: oi**een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마냥 착하기만 하면 부적응자가 되는 현실, 적당히 살면 적당히 산다고, 열심히 살면 열심히 산다고 비난받는 현대인들의 삶.
작가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덤덤하게 풀어나간다.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 읽고 덮었다가도 자꾸 다시 펴서 읽게 되는 건 나의 이야기와 너무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삶이 힘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순진하기는. 원장은 일단 지르고 보는 거야. 그러고 싶음 그래도 되고, 안 그러고 싶음 안 그래도 돼. 그게 갑이라는 거야.
-어퍼컷 036

이번에 새로 들어온 여자가 있는데 나보다 경력이 짧은데도 실장이다. 왜긴 왜야, 인 서울 4년제 출신이니까 그렇지. 우리 병원장이 스펙을 그렇게 밝혀. 진짜 재수 없지 않냐. 아, 요즘에 진짜 일할 맛 안 난다. 걔가 나한테 뭐라고 한 적도 없어. 그냥 잘 부탁한다고만 했지. 근데 그게 더 재수 없는 거 있지.
-권태로 빚은 청춘 069

학교 땐 잘 몰랐는데 나이 먹고 보니까 성진이 형 같은 사람도 없는 것 같아. 사실 성진이 형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었잖아. 조 짜서 과제할 때나 찾았지. 너무 열심히 하는 것도 민폐라는 걸 가르쳐 준 형이었는데, 알고 보니 내 입 하나 덜기도 바쁜 세상에 후배까지 챙겨주는 사람이었다니.
-답답한 재주를 가진 남자 098

음, 그러니까……. 살인사건이에요. 내 아들이 내 동생, 그러니까 지 삼촌을 죽였거든요. 동생이 근무하는 병원 주차장에서 칼로 배를, 열, 열, 일곱 번 찔렀어요. 네,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아들은 현장에서, 잡혀갔어요. 지금 경찰서에 있는데 곧 검찰로 넘어갈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아주 고약한 독백 140

씨발, 전 때릴 생각 없었어요. 그런데 그년이, 아니 걔가 갑자기 예전에 미안한 표정을 짓는 거예요.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 쪽팔리더라고요. 내 마음 갈기갈기 짓밟아 놓고 짓던 표정이었는데, 지금도 그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니까 이성을 잃었던 것 같아요. 그때처럼 볼품없고 저 좋아서 벌벌 기는 놈이 아닌데, 걔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그를 죽인 목격자들 188

프롤로그
어퍼컷
권태로 빚는 청춘
답답한 재주를 가진 남자
아주 고약한 독백
그를 죽인 목격자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