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성에 멈춰 있지 않고
농촌, 농민문제에 대한 고발과 추궁과 대안을 강구한
한상준 농민 소설 『푸른농약사는 푸르다』

“농촌 문제에 대한 집요한 추궁”
- 송태웅(시인)

“씨앗을 매개로 한국농업과 농민의 의식과 실태를 다룬 소설”
- 변현단(농부작가, 토종씨드림 대표)

“파괴되고 있는 세계 농업에 대한 통곡”
이중기(시인)

“한상준의 농민소설은 우리가 마땅히 귀 기울이고 공명해야 할 울림을 낭랑하게 연주하는 이 시대의 생명문학이다.”
구자명(소설가)

한상준의 소설은 씨앗 이야기를 통해 씨앗이 되는 이야기다. 그의 단편 「응에 티 투이」를 읽고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 씨앗 이야기로 ‘토종주의’에 대한 경고를 날렸기 때문이다. 다국적종자산업에 대한 얘기를 소설화시킨 것이라든지 종자기업에 근무하는 주인공의 농부권과 산업권의 갈등을 보여 주는 등 그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씨앗을 매개로 한국농업과 농민의 의식과 실태를 다루고 있는 소설가이다.
토종 씨앗을 잃어버린 것처럼 농자천하지대본도 사라진 지 오래다. 농민소설은 오죽하랴. 출판사가 귀농·귀촌 관련 기술서, 에세이 등엔 눈을 밝혀도 농민소설에는 한 치의 눈도 주지 않는다. 도시농부, 귀촌자, 귀농인, 농업인이 있을 뿐 농민은 없기 때문이다. 토종 씨앗도 농민에게로 되돌아와야 현지 보전되는 것처럼, 우리 이야기도 농민소설로 되돌아와야 농자천하지대본의 꼬리라도 잡지 않을까. 한상준의 『푸른농약사는 푸르다』  는 그래서 필독의 책으로 많은 사람들의 서가에 꽂혀 있기를 갈망해 본다.
- 변현단(농부작가. 토종씨드림 대표)

소위 농민시를 썼던 내가 시에서 농업·농촌·농민을 버렸다. 감히 말해 나는 훼절했다. 그러나 나는 한 나라의 식량주권에 관한 한 민족주의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보수주의자다. 슬픈 가리옷의 훼절이 어찌 역사에서만 있었겠는가. 신자유주의가 다국적기업을 앞세워 마침내 이 땅의 농업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박물관에 처박아 버렸다. 2차대전이 끝나고 미국 콜로라도주 콜린즈 요새에 십만 종이 넘는 외국 종자가 보관된 뒤, 이 땅에서도 종자전쟁이 일어났다. ‘토종 씨앗’이 사라진 농촌과 유전자 변형 기술로 생식 능력을 빼앗아 버린 “자살씨앗” 문제를 다룬 일련의 연작들은 오래된 이야기이나 여전히 충격적이다. 이주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를 GMO와 비교하며 2세 갖기를 고민하는 농촌 사내 이야기 또한 아프게 읽었다. 『강진만』 이후, 12년 만에 이 경박하고 맹랑한 세상 어디에 눈 밝고 진득한 독자들이 있다고 한상준 형은 이토록 무거운 이야기를 들고 강호로 돌아왔는가? 나는 파괴되고 있는 세계 농업에 대한 통곡으로 『푸른농약사는 푸르다』  를 읽었다.
- 이중기(시인)


‘진리로 가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뿐인데, 아름다운 글과 농사이다.’ 이 중국 격언을 삶에서 체화하고 사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농사에 대한 아름다운 글을 쓰는 것을 자기 삶의 중심에 둔 이는 말해 뭣하랴.
한상준 작가는 그 흔치 않은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는 의외로 여리고 섬세하여 시인의 감수성으로 우리 농업, 농촌의 현실과 비전을 폭넓고 깊게 조망하며 시인의 필치로 소설을 쓴다. 그것도 찰지고 흐드러진 남도 사투리로 노래하듯 읊어 댄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는 운율이 있다. 아무리 척박하고 열악한 현실을 핍진하게 이야기하는 것일지라도 그의 작품들은 노래가 된다. 청산별곡도 되고 귀거래사도 되고 농가월령가도 되고 사철가도 되고 심지어 전원일기 랩송도 된다. 그가 부르는 농가(農歌)는 ‘슬프고 귀찮더라도’ 우리가 되찾아야 할 인간살이의 본질에 대한 것이다.
가시를 매달고 피어나는 찔레꽃은 아프고 슬프지만 그 향기와 붉은 열매는 얼마나 명징하게 아름다운가. 한상준의 농민소설은 우리가 마땅히 귀 기울이고 공명해야 할 울림을 낭랑하게 연주하는 이 시대의 생명문학이다.
- 구자명(소설가)

작가의 말
두 번째 소설집 『강진만康津灣』을 낸 뒤 12년이 지났다. 농업·농민소설로만 이뤄진 『강진만』처럼 이번에도 농업·농민소설만으로 소설집을 내려다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 농업과 농촌 풍경 또한 그 세월만큼의 변화가 있었다. 농촌 인구는 가파르게 감소되었으며 한편으론, 인구 감소의 폭보다 더 빠르게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푸른농약사는 푸르다』는 그런 농촌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아울러 농촌이 다시 살아나 일어서는 싸라기만한 움직임이라도 부여잡고 싶었다. 그걸 길러내느라 투여한 시간이 이래저래 길었음은 능력 부족과 게으름이기도 하여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나무람을 떨궈내지 못한다.

(중략)

일곱 편 중 네 편은 ‘씨앗이야기1-4’를 부제로 달고 발표했었다. 이번 작품집을 내면서 부제를 뺀 건, 인간사와 자연사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러서이다. 토종씨앗도 들여다보니, 아주 오래 전 이 땅에 전래되어 토질에 적응하고 지역과 기후, 입성에 맞는 우리 씨앗이 되는 과정을 거쳐 토종씨앗이 되었으니, 이제 새로이 들어오는 씨앗 역시 세월이 흐르고 흘러 우리 고유의 씨앗으로 발아하게 될 터이다. 화학적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GMO 등은 씨앗이라는 개념으로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아예 디아스포라적 은유를 담고 있지도 않다. 인류의 노마드적 디아스포라가 21세기 인류문명의 발전과 영욕을 담보하고 있느니, 이제 씨앗 자체가 디아스포라임을 깨닫게 된 건 내게 큰 소득이라, 자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