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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의 누 큰글자책

    혈의 누 큰글자책

    • 이인직(李人稙) 저
    • 이만영 역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26년 10월 30일
    •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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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43018922 122쪽 210 x 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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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청전쟁(日淸戰爭) 총소리는 평양 일경이 떠나가는 듯하더니, 그 총소리가 그치매 청인의 패한 군사는 추풍에 낙엽같이 흩어지고 일본 군사는 물밀듯 서북으로 향하여 가니…”
    한국 최초의 근대 소설이 일본을 지시하는 ‘일(日)’ 자로 시작한다는 것은 곱씹을 수록 묘한 대목이다. 《혈의 누》는 ‘청일전쟁’을 ‘일청전쟁’이라 부르는 데서 비롯하는 소설이다. 1906년 7월 22일부터 같은 해 10월 10일까지 《만세보(萬歲報)》에 연재된 최초의 신소설. 광학서포에서 간행된 단행본과 대조해 완성한 정본 《혈의 누》로 소개한다.

    출판사 리뷰

    ■ 개화 주체의 탄생과 자기 부정의 서사
    많은 근대 소설이 ‘가족’의 문제를 다룬다. 근대적 의미의 ‘개인’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한 개체가 ‘집 밖’으로 떠날 때만이, 비로소 근대적 개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청전쟁’(1894~1895)의 총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혈의 누》는 평양을 초토화했던 평양회전 직후 뿔뿔이 흩어진 김옥련 가족의 이산과 재회의 서사를 그린다. 부모와 생이별한 일곱 살 여아 옥련은 일본인 군의관 정상(井上, 이노우에)의 구함을 입어 오사카로 보내지는데, 군의관이 전사하자 그의 부인으로부터 다시 한 번 버림받는다. 집 밖에 나서 방황하던 옥련은 우연히 구완서라는 조선인 청년을 만나 함께 요코하마에서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워싱턴에 닿아 공부를 하게 되며, 훗날 거기서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평양에서 오사카, 그리고 요코하마와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최종적으로 워싱턴에 이르게 되는 김옥련의 여정은, 정확하게 문명 세계에 이르는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김옥련이 ‘집 밖’을 유랑하는 중에 문명 의식을 획득하는 과정은, 가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근대적 개인으로서 자율성을 획득하는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혈의 누》는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것으로 ‘자기’를 구성하고자 하는 근대적 기획과 연동되어 있다.
    그러나 《혈의 누》는 ‘청일전쟁’을 ‘일청전쟁’이라 부르는 데서 비롯되는 소설이다. 이인직의 구상은 조선의 식민화를 찬동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그가 말하는 과거와의 단절과 새로운 자기 구성이 조선의 자생적인 근대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일본의 힘에 의거한 근대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또는 일본인의 도움 없이 《혈의 누》의 서사는 성립하지 않는다. 김옥련의 어머니 최씨 부인을 겁간의 위기에서 구해 준 이도 일본인이며, 김옥련이 일본으로 유학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이도 일본 군의관으로 설정되어 있다. 요컨대 《혈의 누》는 개화 주체의 탄생을 그리는 근대 지향적인 소설이지만, 그 정치적 지향점이 궁극적으로 일본을 향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즉 《혈의 누》의 근대화 전략은 민족적 허무주의를 노정하고 있기에 문제적일 수밖에 없다.

    ■ 정본 《혈의 누》
    이 책은 1906년 7월 22일부터 같은 해 10월 10일까지 《만세보(萬歲報)》에 연재된 판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일부 오자나 탈자로 의심되는 대목은 광학서포에서 간행된 단행본과 섬세하게 대조해 정본화한 정본 《혈의 누》다. 전북대학교 국문과 이만영 교수(고려대학교 문학박사)가 편집을 책임졌다.
    이인직이 친일파라는 사실에 끊임없이 연연하되, 그가 남긴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 두는 것. ‘최초의 신소설’이라는 문학사적 평가를 잠시 치워 두면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인 김옥련과 구완서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함께 읽을 신소설
    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은세계》,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
    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귀의 성》,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
    이인직·김교제 지음, 이만영 옮김, 《치악산》,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
    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모란봉/빈선랑의 일미인》,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

    저자 소개

    이인직(李人稙)

    이인직(李人稙, 1862∼1916)은 고소설에서 근대소설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창작 활동을 했던 신소설 작가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인직은 1900년 39세에 관비유학생으로 선발된다. 같은 해 9월 동경정치학교에 입학하고, 다음 해 11월에는 《미야코신문(都新聞)》의 견습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미야코신문》의 견습생으로 있으면서 〈한국잡관〉, 〈한국실업론〉, 〈한국신문창설취지서〉 등의 기사·논설과 일본어 단편소설 〈과부의 꿈(寡婦の夢)〉을 발표했다. 1904년 2월 2일 일본 육군성 제1군 사령부 소속 한어 통역관에 임명되어 활동했고, 통역관으로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1905년 1월 일본 육군성으로부터 80원의 사금(賜金)을 받게 된다.
    이후 그는 신문사 견습생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1906년 2월부터 친일 단체였던 일진회의 기관지 《국민신보》에서 주필을 맡게 된다. 《국민신보》에 재직하면서 〈백로주강상촌〉을 연재했고, 1906년 6월에는 자신이 직접 《만세보》를 창간하고 주필로 활동한다. 《만세보》 주필로 있으면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혈의 누》와 《귀의 성》을 연재하게 된다. 그리고 1907년 6월 29일 《만세보》가 문을 닫게 되자 이완용의 후원을 얻어 같은 해 7월 18일 이완용의 친일 기관지인 《대한신문》을 창간하고 사장에 취임한다. 이후 1908년 9월에는 유일서관을 통해 《치악산(상)》을, 같은 해 11월에는 동문사를 통해 《은세계》를 출판한다. 곧이어 1911년에는 일제가 설치한 경학원(經學院)에서 사성(司成)의 임무를 부여받아 1916년 11월 25일 사망할 때까지 《경학원잡지》의 편찬을 주관하게 된다.
    이인직의 정치적 노선이 친일적이었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이인직이 차지하는 위상은 쉽게 부정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안확은 이인직의 소설을 두고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성격을 묘사하고 그 심리 상태를 그림이 극히 정묘한 지경에 이르렀다”(《조선문학사》, 1922)고 상찬을 한 바 있고, 김태준도 “조선 문학운동사에 있어서 첫 사람으로 추앙”(《증보 조선소설사》, 1939)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때 사회주의 문학운동을 주도했던 임화마저도 이인직을 “가장 우수한 신소설 작가일 뿐만 아니라 실로 신소설이라는 양식을 창조한 사람”(《속(續) 신문학사》, 1940)으로 호명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이인직이 남긴 일련의 소설은 한국 근대소설사에서 중요한 좌표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자 소개

    이만영

    이만영은 고려대학교 교양교육원 초빙교수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근대 초기 문학의 전개 양상 및 지성사, 한국 근대 독서문화사 등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다.
    연구자의 삶을 시작하면서 이인직, 이해조, 신채호, 박은식 등과 같은 근대 초기 작가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2011년에 〈이인직 신소설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논문에서는 이인직의 장편 신소설에 구현된 ‘가족의 해체 및 회합(會合)’ 구조가 이인직의 근대화 전략과 어떠한 연계를 맺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한국 근대 초기 지성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8년도에 〈한국 초기 근대소설과 진화론〉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1910년 경술국치 이후부터 3·1운동 직후인 1920년대 초반까지 발표된 비평 및 소설 텍스트를 대상으로 삼아, 식민지 조선에서 진화론이 하나의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진화론의 대항 담론이 구축되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검토했다.
    〈보편에 이르는 길*최재서의 국민문학론 형성 과정을 중심으로〉로 2012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우수논문상을 수상했고, 〈한국 근대소설의 진화론 비판 양상과 주체의 구성에 관한 연구〉로 재단법인 솔벗에서 수여하는 2017년 한국학연구기금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며, 〈한국 초기 근대소설과 진화론〉으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수여하는 2018년 지훈 신진 학술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21년도에 출간한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진화론》이 2022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2014년에는 〈분열증적 서사 혹은 (탈)주체의 윤리학*윤이형론〉으로 계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이후 〈희미해지는 ‘것’들을 위한 존재론 : 신인 작가들의 상상력〉(2015), 〈폭력 너머, 혹은 폐허 이후〉(2016), 〈도시의 묵시록, 지옥에서의 글쓰기〉(2018), 〈차이의 페미니즘과 연대의 조건〉(2020) 등 다수의 평문을 발표한 바 있다.

    책 속에서

    “옥련이가 피란 갈 때에 모란봉 아래서 부모의 간 곳 모르고 어머니를 부르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난데없는 철환 한 개가 넘어오더니 옥련의 왼편 다리에 박혀 넘어져서 그날 밤을 그 산에서 목숨이 붙어 있었더니, 그 이튿날 일본 적십자 간호수가 보고 야전 병원으로 실어 보내니 군의(軍醫)가 본즉 중상은 아니라. 철환이 다리를 뚫고 나갔는데 군의 말이, 만일 청인의 철환을 맞았으면 철환에 독한 약이 섞인지라 맞은 후에 하룻밤을 지냈으면 독기가 몸에 많이 퍼졌을 터이나, 옥련이가 맞은 철환은 일인의 철환이라 치료하기 대단히 쉽다 하더니, 과연 3주일이 못 되어서 완연히 평일과 같은지라.”
    _본문 중에서

    (정) “설자야, 네가 옥련이를 말도 가르치고 언문도 잘 가르쳐 주어라. 말이나 알아듣거든 하루바삐 학교에 보내겠다.”
    (설자) “내가 작은아씨를 가르칠 자격이 되면 이 댁에 와서 종노릇을 하고 있겠습니까.”
    (정) “너더러 어려운 것을 가르쳐 주라 하는 것이 아니다. 심상소학교(尋常小學校) 1년급 독본이나 가르쳐 주라는 말이다. 네 동생같이 알고 잘 가르쳐 다오. 말을 능통히 알기 전에는 집에서 네가 교사 노릇 하여라. 선생 겸 종 겸 어렵겠다. 월급이나 많이 받으려무나.”
    (설자) “월급은 더 바라지 아니하거니와 연희장(演戱場) 구경이나 자주 시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 “설자야, 우리 옥련이 데리고 잡화점에 가서 옥련에게 맞는 부인 양복이나 사서 가지고 목욕집에 가서 옥련이 목욕이나 시키고 조선 복색을 벗기고 양복이나 입혀 보자.”
    _본문 중에서

    옥련이가 구 씨의 권하는 말을 듣고 조선 부인 교육할 마음이 간절하여 구 씨와 혼인 언약을 맺으니, 구 씨의 목적은 공부를 힘써 하여 귀국한 뒤에 우리나라를 독일국(獨逸國)과 같이 연방을 삼아서, 일본과 만주를 한데 합하여 문명한 강국을 만들고자 하는 비사맥 같은 마음이요, 옥련이는 공부를 힘써 하여 귀국한 뒤에 우리나라 부인의 지식을 넓혀서 남자에게 압제를 받지 말고 남자와 동등 권리를 찾게 하며, 또 부인도 나라에 유익한 백성이 되고 사회상에 명예 있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할 마음이라.
    _본문 중에서

    목차

    혈의 누

    해설 : 개화 주체의 탄생과 신소설의 길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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