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팩터공학자인 글쓴이가 과학기술의 본능적인 창조자이되 그것의 간섭 아래 살고 있는 인류의 오늘을 반성하고 보다 나은 삶, 보다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 책. 문제 설정과 해결을 위해 칫솔, 소변기 등에서, 원자력발전소, 여객기, 우주항공기에 이르는 기술-기계-디자인(시스템)을 살피면서 인간 본성의 요구를 무시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들인 방대한 사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나아가 기술만능주의와 결합한 인간 본성의 또 다른 약점 - 타성과 관료주의를 명쾌하게 분석해 인간이 기계와 관료주의가 불러일으킨 좌절감을 극복하고 기술 과잉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을 제시한다.

출판사 서평
호모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만드는 사람.’ 아리스토텔레스가 개념을 세운 뒤 18세기 이후 산업경제시대가 방점을 찍어준 ‘인간 본성’ 또는 ‘인간 특질’의 한 면이다. 농업 혁명(관개 및 수리),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라는 말을 통해 잘 드러나지만 인류 역사는 과학기술과 문명 이기의 발전사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더구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과학기술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아예 제2의 자연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어느덧 자연과 맞먹는 인류 생존의 또 다른 조건이 되기에 이른다.
《호모파베르의 불행한 진화(원제: The H...
호모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만드는 사람.’ 아리스토텔레스가 개념을 세운 뒤 18세기 이후 산업경제시대가 방점을 찍어준 ‘인간 본성’ 또는 ‘인간 특질’의 한 면이다. 농업 혁명(관개 및 수리),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라는 말을 통해 잘 드러나지만 인류 역사는 과학기술과 문명 이기의 발전사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더구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과학기술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아예 제2의 자연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어느덧 자연과 맞먹는 인류 생존의 또 다른 조건이 되기에 이른다.
《호모파베르의 불행한 진화(원제: The Human Factor)》는 휴먼팩터공학자인 글쓴이가 과학기술의 본능적인 창조자이되 그것의 간섭 아래 살고 있는 인류의 오늘을 반성하고 보다 나은 삶, 보다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테크놀로지를 제재로 삼아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을 아우른 명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글쓴이의 전공인 휴먼팩터공학(human factor engineering)은 인간을 과학기술에 끼워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맞는 설계를 추구하는 공학의 한 분야다. 그 핵심에는 기술 과잉 시대의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무시해온 ‘인간의 본성’ 또는 ‘인간요소’(이를 일러 휴먼팩터Human Factor라고 한다)에 대한 고려가 자리한다.
글쓴이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기술 없는 인간은 공허하며 인간 없는 기술은 무의미(게다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파고든 것은 단순히 인간이냐, 기술이냐 하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소통하는 미래의 길을 찾고 기술과 인간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조화로운 접점을 다시 설정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그 문제 설정과 해결을 위해 칫솔, 소변기, 전기기타, 가스레인지에서부터 병원 수술실, 원자력발전소, 여객기, 우주항공기에 이르는 기술-기계-디자인(시스템)을 살피면서 인간 본성의 요구를 무시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들인 방대한 사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나아가 기술만능주의와 결합한 인간 본성의 또 다른 약점 ― 타성과 관료주의를 명쾌하게 분석해 인간이 기계와 관료주의가 불러일으킨 좌절감을 극복하고 기술 과잉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을 제시한다.
[주요 내용]
1. 과학자와 보통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지만 글쓴이는 ‘휴먼팩터공학’ ‘휴먼팩터’라는 말 자체가 낯선 평범한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 때문에 비근하면서도 유명한 사례를 들어 어떤 독자라도 읽을 수 있도록 본문 전체를 알기 쉽고 친절하게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인간과 기술 사이의 문제를 사회와 정치 수준까지 포괄해 논의함으로써 이미 흔히 보아온 상투적인 ‘기술 이야기’를 뛰어넘고 있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과학기술의 근본 조건’에 대한 성찰을 동시대의 보통 사람들과 나누려는 것이다.
2. 문제는 정치다!
주제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글쓴이는 “물리-심리-팀-조직-정치”라는 모식도를 제안한다. 이것을 ‘휴먼-테크 사다리’라고 한다(p. 82 표 참조). 예를 들어 ‘설계’나 ‘디자인’이라고 하면 인간의 물리적, 심리적 특성 외에 다른 어떤 요소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다 높은 단계로 올라가면 설계의 초점은 더 이상 물건이나 도구에 한정되지 않는다.
초점이 팀, 조직, 정치 단계와 관련된 휴먼팩터와 맞아떨어지려면 권위 관계, 인사 정책, 법률, 규제 등 패턴이나 개념의 세계에 해당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들 요소는 기술 시스템 속의 물리적 대상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휴먼-테크 사다리에서는 정치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라고 제언한다. 글쓴이에 따르면 복잡한 기술 시스템은 곧 사회 기술 시스템(sociotechnical systems)이다. 설계자라면 물리-심리-팀-조직-정치의 모든 단계를 고려해 시스템을 작동시키거나 거기에 영향을 받을 인간의 행위와 능력에 부합하는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지미 핸드릭스는 왜 스트라토캐스터를 선택했을까?
사례는 수없이 많다. 먼저 물리 단계를 보자. 지미 핸드릭스는 몸에 꼭 맞으므로 ‘악기에는 신경 쓰지 않고’ 진짜 목표인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기기타 최초의 명품 ‘스트라토캐스터’의 애호가가 되었다. 설계자와 연주자 사이의 끝없는 피드백의 결과였다. 또 다른 예로 보통 사람들의 칫솔질 습관을 수집해 디자인을 개선한 리치 칫솔은 세계 칫솔 시장을 선도했다. 이는 단순한 물리 단계의 휴먼팩터만을 고려하고도 인간이 이룬 휴먼-테크 혁명의 예가 된다.
4. 사람을 존중할 때에만 기술은 진화할 수 있다
인간과 기술 사이의 생산적인 상호 작용을 위해 심리 단계로 넘어가면 우리를 분통 터지게 하는 ‘자동 응답 시스템을 지나칠 수 없다. 은행이나 보험사의 자동 응답 시스템 이용자가 화를 내다내다 지치는 이유는? 시스템 디자인이 각 회사의 조직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정작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눈길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상호 작용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설계-다자인은 사람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고 인류에게도 더 큰 공헌을 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화구 네 개짜리 가스레인지(p. 121 참조)가 있다. 이 단순하지만 혁신적인 디자인 혁명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의 전투기 추락 사고의 교훈을 소화한 덕분에 가능했다.
5. 시민과 과학자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 인간의 삶과 기술은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
사다리가 팀-조직 단계로 올라갈수록 우리 삶에 대한 영향력은 더 커진다고 보아야 한다. 정보 이동, 기능 배분, 보상 구조, 인사가 모두 포괄되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인류는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 챌린저 호 폭발 들을 깊이 반성하면서 휴먼-테크 사다리의 최종 단계인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법률, 예산, 정책 의제 같은 요소는 조직 행동에 강항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리치 칫솔이나 교토의정서 모두 인간이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탄생했다. 전자와 후자의 예로 대표되는 물리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공통점은 시스템 디자인이 ‘눈에 보이는 실체’만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복잡한 기술 시스템은 하드테크놀로지와 소트프테크놀로지 모두를 포괄할 뿐 아니라, 법률 제정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실체까지 포괄한다는 점을 설계자나 시민 모두 잊지 않아야 한다.
끝으로 지은이는 시장점유율과 삶의 질 가운데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문화를 강력히 비판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더 나은 삶과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의 요구가 기술에 앞서야 하며, 제품의 잠재적 사용자가 처음부터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시제품 형성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접근은 두 가지 유형의 키클롭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족)를 탄생시켰다. 즉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기술에는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외눈박이 인문론자와 기술에 대해서는 알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모르는 기계론자 말이다. 우리 모두는 눈 하나는 감은 채로 떠돌고 있다”(p. 49)

“기술만을 고려하는 기계론적 경향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인간 없는 기술’ 또는 ‘기술 없는 인간’이라는 키클롭스식 개념을 생각하기보다는 인간과 사회의 요구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것, 즉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p. 65)

목차
머리말
1부 거대한 파괴를 가져오는 기술
01 삶의 질을 위협하다_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기술
02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이유_한쪽 눈만으로 세상을 보다
두 개의 낡은 시각: 기계론적 세계관과 인문론적 세계관 |
기술을 위한 기술: 마법사가 빠지는 함정 | 하드웨어 대 소프트웨어 |
인간 운명의 논리: 변화의 선구자가 겪는 과도기적 불안정성 |
상식에 바탕한 해결: 휴먼-테크 혁명 | 휴먼-테크 | 개념의 로드맵: 휴먼-테크 사다리
2부 인간을 위한 첨단 기술
03 우리 몸에 편안한 기술_인간의 신체와 조화를 이루는 기술 설계
손: 사용자에게 적대적인 화장실용 화장지 디스펜서 |
인체: 왜소한 외계인을 위한 자동 선반 | 항공 안전: 조종실의 보이지 않는 손 |
로큰롤 혁명: 셔츠처럼 몸에 꼭 맞는 전기기타 | 시장에서 성공한 히트 상품_리치 칫솔 |
인체와 기능: 소변기의 파리 | 어두운 이면: 사형수 친화적인 처형 장치
04 마음에 귀를 기울이다 1_일상의 심리학
당신의 전화가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미로 같은 자동응답 시스템 | 편
안한 운전을 위해: 매직라운드어바우트 | 이봐, 빌리. 너희 집은 몇 시야?: 설명서 이해하기 |
작은 변화 큰 효과: 네 개의 화구 | 어느 쪽으로 넣어야 하지?: 자동차 열쇠와 배터리 |
피드백의 힘: 지퍼락 | 휴먼-테크 설계가 환영받다: 팜파일럿 |
되돌아온 어두운 이면: 기만과 조작
05 마음에 귀를 기울이다 2_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심리
파워 피그: 절전 | 보이는 대로 나온다: 종이를 절약해주는 복사기 |
원자로의 노심 용해: 원자력발전소 | 테러리스트를 적발하다: 공항 보안 |
자가 통증 조절 장치: 약물 과다 투여로 인한 죽음 | 환자가 우선: 마취학이 길을 안내하다
06 손발 맞추기_팀워크를 발휘하다
성가신 전구: 에버글레이즈로 추락한 비행기 | 팀워크 훈련: 조종실의 자원을 관리하라 |
수술실의 난투극: 의학의 팀워크 | 스마트 더미: 팀워크 개발을 위한 시뮬레이터 |
세계화의 부산물: 팀워크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요인
07 관리가 중요하다_학습 조직 마들기
한밤의 전화 회의: 챌린저 호 사건 | 정말 몇 시지?: 첨단 VCR 시계 |
인간은 죽기 전까지 경험으로부터 배운다: 항공 안전 보고 시스템 |
사악한 죽음의 사이클: 빈크리스틴 사고 | 희생양 찾기와 생명 구하기 1: 덴버 간호사 소송 |
희생양 찾기 대 생명 구하기 2: ‘비난하고 모욕 주는’ 문화 |
단순하지만 혁명적인: 의료 분야의 휴먼-테크 개혁
08 정치적인 과제 1_더 나은 것을 위한 기술인가, 더 나쁜 것을 위한 기술인가?
손자병법: 최고의 전술가가 저지른 9.11 | 자동화를 이용한 대량 학살: IBM과 홀로코스트 |
인권을 위한 기술: 로테크가 휴먼-테크다 |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비디오카메라와 인터넷
09 정치적인 과제 2_공공의 이익을 지키다
설계로서의 정치: 정책 목표, 법적 규제, 예산 배정 |
마시는 물 또는 치명적인 독?: E. 콜리 박테리아의 습격 |
역동적인 사회의 위험 관리: 라스무센 프레임워크
3부 우리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다
10 진보의 길_기술만으로 불가능하다
권리 행사를 방해하다: 나비형 투표용지 | 때가 왔다: 가득찬 과도기적 불안정성 |
차이를 만들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변화를 위한 청사진
주석 및 참고문헌
옮긴이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