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정말로 이 임박한 위기를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을까?
얼마 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제작한 〈자본주의 5부작〉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흔히 경제 관련 다큐는 경제이론을 설명하기보다는? 역사적 배경이나 현상에 대한 개괄적인 해설이기 쉬운데, 이 5부작 다큐는 주제마다 자본주의가 가진 본질적인 경제이론을 피하지 않고 다룸으로써 일반인들 누구나가 경제학의 기본원리와 자본주의의 속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었다.
흔히들 ‘금융자본주의’ 하면 ‘돈’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돈(화폐)은...
정말로 이 임박한 위기를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을까?
얼마 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제작한 〈자본주의 5부작〉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흔히 경제 관련 다큐는 경제이론을 설명하기보다는 역사적 배경이나 현상에 대한 개괄적인 해설이기 쉬운데, 이 5부작 다큐는 주제마다 자본주의가 가진 본질적인 경제이론을 피하지 않고 다룸으로써 일반인들 누구나가 경제학의 기본원리와 자본주의의 속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었다.
흔히들 ‘금융자본주의’ 하면 ‘돈’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돈(화폐)은 자본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 책을 쓴 제프리 잉햄 역시 《돈의 본성》이란 책으로 한국 독자들과 먼저 만났다. 〈자본주의 5부작〉가운데 1부인 ‘돈은 빚이다’에서 잉햄 교수는 대체 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돈은 ‘장막’ 같은 것으로, 진짜 경제를 보려면 이것부터 열어젖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본주의 특강》으로 다시 한국 독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지구적 차원의 자본주의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옛날 고전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경제이론을 알지 않고서는 이 복잡하기 짝이 없는 자본주의 체제를 알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동안 ‘경제학’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전혀 다루지 않았거나 등한시해 온 자본주의에 관한 갖가지 물음을 하나하나 찾아 나선다. 애덤 스미스부터 마르크스, 베버, 슘페터, 케인스에 이르기까지 고전 경제이론을 살피고 난 뒤,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 경제학·정치학·사회학·사회심리학·인류학적인 시각에서 지구적 시장 자본주의를 고찰해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바로 그 질문, “정말로 이러한 임박한 위기를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을까?”에 대해 최근 미국의 금융 사태(서브프라임 부도 사태, 엔론 사건, 리먼브러더스 몰락 등)를 중점적으로 살피면서 정면으로 낱낱이 파헤친다.
금융자본주의라는 유령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globalization)를 옹호하는 이들은 지구적 시장 자본주의가 부를 증대시켜 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좀 더 평등한 분배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자유 시장경제를 확실하게 표방하고 있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는 경향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들 나라의 하위 계층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무른 데 반해, 상위 1% 이하에 해당되는 최상위 계층에서는 유례없는 막대한 부을 거머쥐게 되었다. 엔론 사태를 통해 확인했듯이, 이러한 현상은 화폐자본이 금융 부문(특히 새로 생겨난 투기적 파생상품 시장과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집중되면서 자본주의의 ‘도박적’ 요소들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의 평등한 분배를 실현할 것이라던 자본주의의 ‘지구화’는 글로벌 ‘금융화’로 나아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지구적 금융 및 통화 위기의 원인만 제공한 꼴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자본주의의 역사는 광기, 패닉, 폭락의 빈도와 심도가 날로 증대해 온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순수한 금융 투기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역사 전반에 걸쳐 늘 모종의 의심이 제기되어 왔다. 케인스는 자기 삶의 대부분을 자본주의를 구출하는 데 바치면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도박적’ 요소들을 철저하게 제한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투기와 노름을 구별하여 자본주의 체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금융자산 거래에 긍정적인 기능을 부여한 것은 금융자본의 헤게모니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시점에서야 이루어졌고, 그나마도 여전히 금융자본에 대한 여러 의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자본주의의 ‘금융화’가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의 기능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거대한 금융 시스템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이 금융자본의 권력과 결탁하여 이루어 낸 교묘한 전략의 산물이었다.
그 결과는 실로 참담한 것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도 사태 이후 촉발된 금융 시스템의 해체는 전 세계를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여러 주요 국가들은 은행 시스템을 구제하는 데 수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느라 재정 상태는 심각하게 악화되었고, 생산과 소비, 공공 서비스 할 것 없이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최악의 상황을 낳고 말았다. 늘 그렇듯이 언제나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되는 이들은 사회의 가장 빈곤한 계층들이었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예고된 결과, 금융 위기
사실상 정통 경제학을 신봉하는 주류 경제학계에서도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유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설교하면서 금융시장 최고의 사제로 군림해 오던 앨런 그린스펀 역시 미국 의회에 불려 나가서, 이제까지 자신이 믿고 있던 이론은 잘못된 것이었으며 이 이데올로기는 ‘흠결이 있는 것’이라고까지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금융시장이 근본적으로 효율성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는 비합리적인 실수 또는 무작위적인 충격 때문에 어쩌다 일어난 ‘일탈’이기에 얼마든지 바로잡고 개혁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편 이 책의 지은이 제프리 잉햄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체제에서 이러한 사태들은 지극히 당연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예고된 결과이고, 글로벌 ‘금융화’로 모든 족쇄에서 풀려난 화폐자본이 어마어마한 자기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작동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해 제아무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운다 할지라도 현대자본주의에서 혼란과 불안정성은 피할 수 없다고 내다본다. 즉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이론 체계가 없는 상태라면, 이런 태도로는 정치적 혼란만 불러일으킬 뿐 그 어떤 근본적인 대안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함정
21세기 들어 지구적 차원의 자본주의의 문제는 갈수록 그 범위와 깊이가 확장되어, 이제는 인간과 사회뿐 아니라 넓은 의미의 생태적 영역 전체가 그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역동성에 인간과 사회와 자연 전체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상태가 된 것이다.
어째서 우리 삶에서 그토록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자본주의라는 현상에 대해 여러 사회과학 이론들은 이토록 무지한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일까? 주된 원인은 경제학이 다른 사회 연구와 분리되고, 그것이 엉뚱하게도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모방하여 사회현상과 동떨어진 채 독자적 인과 관계의 체계로서 ‘경제’라는 영역을 구성해 온 데 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에 대한 연구는 현실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몇 가지 변수들 사이의 함수 관계로 환원하여 마치 수학 방정식들을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완전히 변모하게 되었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이야기는 기껏해야 100년 전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를 고유명사와 숫자만 바꾸어 놓았을 뿐 21세기 자본주의 현실에 대해 이렇다 할 어떠한 설명도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 규모의 금융 위기와 만성적 실업 사태가 지구 전체를 휘감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해명할 만한 제대로 된 자본주의 이론이 갖추어지지 않은 현재로서는 이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만한 행동과 실천 방향도 찾을 길이 없다. 백 년 동안이나 지겹게 들어 온 낡은 처방들을 오늘날에도 반복해서

목차
머리말
1부 고전 이론들
1장 스미스, 마르크스, 베버
애덤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의 조화 속에 있는 시장
카를 마르크스 착취 그리고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치명적 모순들
막스 베버 자본주의의 역사적 특성: 합리성, 계산, 지배
2장 슘페터와 케인스
조지프 슘페터 ‘자본주의 총본부’ 화폐시장
존 메이너드 케인스 자본주의를 더 잘 작동시키기
3장 자본주의의 기본 요소들
통화 시스템과 은행-신용화폐
시장 교환
사기업의 상품 생산
국가
문화와 자본주의
2부 제도
4장 화폐
화폐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적 신용화폐
화폐시장과 신용화폐의 생산
자본주의의 화폐적 무질서
5장 시장 교환
경쟁적 시장
독점적 경쟁과 대량 소비
갈등과 모순들
6장 기업
자본주의 기업에 관한 이론들
자본주의 기업의 간추린 역사
기업의 잉여를 놓고 벌이는 투쟁
7장 금융 및 자본시장
투자은행이 과점해 버린 주식시장
기업이 상품이 되다: 인수 합병
금융 리스크 관리와 투자
엔론 사건
8장 국가
사회적 평화: 강제와 정당성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와 자유민주주의
경제에 참여하는 국가 활동
9장 결론
지구화(Globalization)
자본주의의 ‘변종들’
자본주의는 앞으로도 지속될까?
에필로그: 2007년 이후의 금융 위기
막강하지만 깨지기 쉬운 ‘금융자본’
‘서브프라임’ 부도 사태에서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으로
각국이 구제금융에 나서다
위기의 결과
무엇을 할 것인가?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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