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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ISBN: 9791155113585
505쪽
150 x 212 (㎜)
지금 이책은
- 판매지수 : 346
- 주간 소설: 4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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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저자 소개
- 구분 : 저서
- 국적 : 대한민국
- 분류 : 문학가 , 기타
- 인기지수 : 47
포챙이라는 이름으로 조아라에서 연재 중.
트위터 @pochaeng
메일 pochaeng@naver.com
작가 공방 <피어나> 소속.
책 속에서
앞서 말했듯이 이곳은 지옥입니다. 생전에 업을 지은 인간들은 저승에서 열 명의 시왕들께 판결을 받게 돼요. 선한 사람들은 상제上帝께서 머무시는 극락으로 가지만 죄질이 좋지 않은 인간은 지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죄질이 나쁘면 팔열지옥八熱地獄과 저승길 너머의 팔한지옥八寒地獄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저는 지옥에서 주인님을 모시며 살고 있지만, 이곳 말고도 여러 곳이 존재해요. 극락이라든가, 인간들이 산다는 지상이라든가. 팔열지옥과 팔한지옥 말고도 다른 지옥들도 많아요.
“요아.”
“네!”
오늘도 제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려나 봐요. 저를 부르는 주인님의 목소리는 심기가 영 불편해 보이세요. 목소리만 듣고도 기분이 어떠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길기 때문이죠.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시는 주인님의 눈이 벌써 날이 섰어요. 저런 눈은 정말 위험해요.
“먼지가 많은지 기침이 가시질 않는다.”
꾀병은 아니셨던 모양인지 기침을 하는 소리가 꽤 거칠어요. 사실, 주인님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요. 정말 치명적이라 가까이서 모시는 저와 언니들, 그리고 할멈밖에는 모른답니다. 주인님께서는 기관지가 참 약하세요. 그래서 지옥불 앞에 오래 계시지도 못해요. 창문을 열어 두어 고뿔이라도 걸리는 날엔 말도 못 하실 정도예요. 과도한 운동 또한 무리입니다.
“주인님, 아쉽지만 저는 먼지까지 잡는 재주는 없어요.”
“그래서 내가 널 고용한 것이다. 내가 잡아서야 되겠느냐.”
“먼지는 너무 작은걸요.”
봐 보세요, 이렇게 잡히지도 않아요.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먼지를 보여 주었지만 주인님은 여전히 고집스러우세요.
주인님의 하루 일과는 언제나 똑같아요. 아침 일찍 저를 깨워서 불평불만을 늘어놓으신 다음, 긴 장포를 입고 나가시는 것입니다. 주인님의 훤칠한 키를 다 덮고도 끌리는 아주 긴 옷이랍니다. 그리고 제게 해 주시는 말은 항상 같아요.
“방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라.”
“네에.”
저는 힘차게 대답합니다. 힘없이 대답하면 주인님께선 트집을 잡으실 거예요. 주인님께서는 제가 방에라도 들어올까 노심초사하시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쪽으로 기울일 관심이 없습니다. 여유가 있다 해도 호기심 많은 저를 어찌 알고는 할멈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방 쪽으로 눈을 돌릴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잠이 깼으니 주인님의 방을 청소해야 해요. 주인님의 냄새는 참으로 좋습니다. 하루 종일 죄인들을 감시하러 가서 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을 텐데도, 탄 냄새라든가 살이 썩는 역한 냄새는 나지 않아요.
할멈이 깨기 전까지 저는 주인님의 이부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곤 해요. 저와는 달리 참 좋은 향이 나거든요. 보료도 푹신한 것이……. 그러다 잠에 빠지고 저는 어김없이…….
“아!”
“주인의 침실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너처럼 잔망스런 계집도 처음이다.”
할멈의 두툼한 손이 제 등을 내리쳐요. 정말 아파요. 할멈은 오늘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여요. 왜냐하면 장난기 많은 혼들이 농작물에 장난을 쳐 놨거든요.
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옥에서 농작물이 자라기란 정말 기적과도 같습니다. 자란다 해도 지상의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고 시들시들해요. 대부분은 땅 위로 올라가 인간들의 땅에서 구해 오곤 하지만, 요즘 윗동네에 시끄러운 일들이 많아 그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그런데 짓궂은 혼들이 할멈의 농작물을 망친 모양입니다. 아주 힘겹게 키운 것인데 말이에요.
“이놈의 쓸데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할멈은 농작물을 망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하지만 그런 할멈의 반응이 재미있어 망령들이 더 농작물 주위를 배회한다는 것은 모를 거예요. 본래 형체 없는 저것들은 재미있고 시끄러운 일에 몰려들기 마련이니까요. 저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다면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해요. 바로 저처럼요.
“오늘은 쑥떡을 해 먹으려 했더니 이것들이 다 망쳐 놨어.”
“맙소사.”
할멈이 당한다고 웃고 있을 때가 아니었어요. 사실 방금 제 등을 때린 할멈을 생각하니 고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저 망령들 때문에 제가 그리도 좋아하는 떡을 먹지 못하게 됐잖아요. 할멈이 떡을 만들어 주는 건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에요.
“어, 어어…… 그럼 오늘은 못 먹는 건가요?”
“저것들이 다 헤쳐 놓질 않았니. 망할 것들. 쯧쯧.”
“아, 아, 안 돼요. 저는 떡이 너무 먹고 싶어요, 할멈.”
“그렇담 네가 매일 밤 이 밭을 지키고 있으면 되겠구나.”
그건 또 싫단 말이에요. 저는 주인님의 이불을 깔아 드려야 하고, 또 옷을 험하게 입으시니 찢어진 옷에 바느질도 해 드려야 하고…… 주인님께서 그토록 골치를 썩고 계신 먼지도 잡아야 하는걸요.
“할멈, 쑥떡은 포기해요.”
“식욕이 멈췄더냐? 그리 쉽게 꺼질 배가 아닐 텐데.”
“갑자기 다른 것이 먹고 싶어졌어요.”
물론 거짓말이에요. 저는 쑥떡을 가장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잠을 못 자는 건 더 괴로워요.
“오늘은 떡을 포기하고 복남이와 복순이에게 밥을 줘야겠어요.”
복남이와 복순이는 제가 연못에서 기르는 잉어들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눅눅해진 과자 부스러기입니다. 사실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너희들이 그렇게 맛있게 먹으니까, 내 배가 다 부르다.”
그럴 리가요. 더 배가 고파져 오는 기분입니다.
과자 부스러기를 떨어뜨려 주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요. 정말 성난 황소가 따로 없군요. 큰 주둥이가 뻐끔거리며 꽤 큰 과자를 한입에 삼켜 버립니다. 저러다가 체하면 누가 치료해 주나요? 주인님께서는 물고기들을 싫어하시니 치료도 해 주시지 않을 거예요. 죽은 것이 기쁘셔서라도 박수를 쳐 주실 겁니다.
하지만 복남이와 복순이를 이렇게 쳐다보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곧 할멈의 불호령이 떨어질 테니까요. 저는 졸졸 물이 흐르는 곳에 가서 맑은 물을 담아 왔어요. 주인님이 아끼시는 술잔과 자기瓷器들을 닦을 시간입니다.
저는 지옥에서 주인님을 모시며 살고 있지만, 이곳 말고도 여러 곳이 존재해요. 극락이라든가, 인간들이 산다는 지상이라든가. 팔열지옥과 팔한지옥 말고도 다른 지옥들도 많아요.
“요아.”
“네!”
오늘도 제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려나 봐요. 저를 부르는 주인님의 목소리는 심기가 영 불편해 보이세요. 목소리만 듣고도 기분이 어떠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길기 때문이죠.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시는 주인님의 눈이 벌써 날이 섰어요. 저런 눈은 정말 위험해요.
“먼지가 많은지 기침이 가시질 않는다.”
꾀병은 아니셨던 모양인지 기침을 하는 소리가 꽤 거칠어요. 사실, 주인님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요. 정말 치명적이라 가까이서 모시는 저와 언니들, 그리고 할멈밖에는 모른답니다. 주인님께서는 기관지가 참 약하세요. 그래서 지옥불 앞에 오래 계시지도 못해요. 창문을 열어 두어 고뿔이라도 걸리는 날엔 말도 못 하실 정도예요. 과도한 운동 또한 무리입니다.
“주인님, 아쉽지만 저는 먼지까지 잡는 재주는 없어요.”
“그래서 내가 널 고용한 것이다. 내가 잡아서야 되겠느냐.”
“먼지는 너무 작은걸요.”
봐 보세요, 이렇게 잡히지도 않아요.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먼지를 보여 주었지만 주인님은 여전히 고집스러우세요.
주인님의 하루 일과는 언제나 똑같아요. 아침 일찍 저를 깨워서 불평불만을 늘어놓으신 다음, 긴 장포를 입고 나가시는 것입니다. 주인님의 훤칠한 키를 다 덮고도 끌리는 아주 긴 옷이랍니다. 그리고 제게 해 주시는 말은 항상 같아요.
“방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라.”
“네에.”
저는 힘차게 대답합니다. 힘없이 대답하면 주인님께선 트집을 잡으실 거예요. 주인님께서는 제가 방에라도 들어올까 노심초사하시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쪽으로 기울일 관심이 없습니다. 여유가 있다 해도 호기심 많은 저를 어찌 알고는 할멈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방 쪽으로 눈을 돌릴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잠이 깼으니 주인님의 방을 청소해야 해요. 주인님의 냄새는 참으로 좋습니다. 하루 종일 죄인들을 감시하러 가서 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을 텐데도, 탄 냄새라든가 살이 썩는 역한 냄새는 나지 않아요.
할멈이 깨기 전까지 저는 주인님의 이부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곤 해요. 저와는 달리 참 좋은 향이 나거든요. 보료도 푹신한 것이……. 그러다 잠에 빠지고 저는 어김없이…….
“아!”
“주인의 침실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너처럼 잔망스런 계집도 처음이다.”
할멈의 두툼한 손이 제 등을 내리쳐요. 정말 아파요. 할멈은 오늘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여요. 왜냐하면 장난기 많은 혼들이 농작물에 장난을 쳐 놨거든요.
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옥에서 농작물이 자라기란 정말 기적과도 같습니다. 자란다 해도 지상의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고 시들시들해요. 대부분은 땅 위로 올라가 인간들의 땅에서 구해 오곤 하지만, 요즘 윗동네에 시끄러운 일들이 많아 그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그런데 짓궂은 혼들이 할멈의 농작물을 망친 모양입니다. 아주 힘겹게 키운 것인데 말이에요.
“이놈의 쓸데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할멈은 농작물을 망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하지만 그런 할멈의 반응이 재미있어 망령들이 더 농작물 주위를 배회한다는 것은 모를 거예요. 본래 형체 없는 저것들은 재미있고 시끄러운 일에 몰려들기 마련이니까요. 저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다면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해요. 바로 저처럼요.
“오늘은 쑥떡을 해 먹으려 했더니 이것들이 다 망쳐 놨어.”
“맙소사.”
할멈이 당한다고 웃고 있을 때가 아니었어요. 사실 방금 제 등을 때린 할멈을 생각하니 고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저 망령들 때문에 제가 그리도 좋아하는 떡을 먹지 못하게 됐잖아요. 할멈이 떡을 만들어 주는 건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에요.
“어, 어어…… 그럼 오늘은 못 먹는 건가요?”
“저것들이 다 헤쳐 놓질 않았니. 망할 것들. 쯧쯧.”
“아, 아, 안 돼요. 저는 떡이 너무 먹고 싶어요, 할멈.”
“그렇담 네가 매일 밤 이 밭을 지키고 있으면 되겠구나.”
그건 또 싫단 말이에요. 저는 주인님의 이불을 깔아 드려야 하고, 또 옷을 험하게 입으시니 찢어진 옷에 바느질도 해 드려야 하고…… 주인님께서 그토록 골치를 썩고 계신 먼지도 잡아야 하는걸요.
“할멈, 쑥떡은 포기해요.”
“식욕이 멈췄더냐? 그리 쉽게 꺼질 배가 아닐 텐데.”
“갑자기 다른 것이 먹고 싶어졌어요.”
물론 거짓말이에요. 저는 쑥떡을 가장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잠을 못 자는 건 더 괴로워요.
“오늘은 떡을 포기하고 복남이와 복순이에게 밥을 줘야겠어요.”
복남이와 복순이는 제가 연못에서 기르는 잉어들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눅눅해진 과자 부스러기입니다. 사실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너희들이 그렇게 맛있게 먹으니까, 내 배가 다 부르다.”
그럴 리가요. 더 배가 고파져 오는 기분입니다.
과자 부스러기를 떨어뜨려 주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요. 정말 성난 황소가 따로 없군요. 큰 주둥이가 뻐끔거리며 꽤 큰 과자를 한입에 삼켜 버립니다. 저러다가 체하면 누가 치료해 주나요? 주인님께서는 물고기들을 싫어하시니 치료도 해 주시지 않을 거예요. 죽은 것이 기쁘셔서라도 박수를 쳐 주실 겁니다.
하지만 복남이와 복순이를 이렇게 쳐다보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곧 할멈의 불호령이 떨어질 테니까요. 저는 졸졸 물이 흐르는 곳에 가서 맑은 물을 담아 왔어요. 주인님이 아끼시는 술잔과 자기瓷器들을 닦을 시간입니다.
목차
목차
하녀 요아
까치의 보은
비사사
여우고개
전조
희생
영산
종장
볕 좋은 날
외전 시우 바라
외전 도깨비 각시
외전 어느 날의 일기
작가 후기
하녀 요아
까치의 보은
비사사
여우고개
전조
희생
영산
종장
볕 좋은 날
외전 시우 바라
외전 도깨비 각시
외전 어느 날의 일기
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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