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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화
(1970.00.00)1970년 전주에서 태어나 고려 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출판사에서 일했다. 지금은 파리 누벨소르본 대학교 문학부에서 박사과정 중이며, 여러 권의 어린이 그림책 및 교양서를 비롯해 다양한 인문, 문학 서적을 번역했다.
역서 《아프리카 우화집》, 《중국 민화집》, 《심연들》, 《그날들》, 《클레브 공작부인》, 《나의 레몬 하늘》, 《세상의 모든 아침》, 《정글북》, 《보리가 싹트기 위해서는 씨앗이 죽지 않으면 안된다》, 《전설의 땅 고대 그리스》, 《루이 14세》, 《왜 이래요 왜 이래》, 《음악의 모험》, 《난 작지만 내 나무는 진짜 커요》, 《크리스마스 캐럴》등이 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1908년 브뤼셀에서 태어나 2009년 100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사망한 레비-스트로스는 20세기 인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세계적 석학으로, 철학을 비판하며 철학에 대항하는 인간과학으로서의 인류학을 정초했다. “수시로 변하는 현상 뒤에 숨은 어떤 근본적인 내적 원리”를 집요하게 탐색한 그의 사유는 ‘구조주의’라는 총체적 현상으로 지칭되었다. 1960~70년대 사람들은 구조주의를 철학과는 또 다른 하나의 사유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레비-스트로스를 비롯해 푸코, 라캉, 바르트 등을 구조주의자로 분류했지만, 레비-스트로스는 그것은 근거 없는 혼합이며 자신의 지적 계보는 벤베니스트와 뒤메질, 베르낭 정도라고 말했다.
1930년 파리 대학 법학부와 문학부에 입학하여 조르주 뒤마의 강의를 듣고 임상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에 흥미를 가졌으며, 루소의 저작들도 이때 탐독했다. 이후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그는 교육실습에서 메를로-퐁티와 같은 조가 되어 우정을 맺는다. 1933년 로위의 [원시 사회]를 우연히 읽고 인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대학교수를 지내면서 카두베오족과 보로로족 등을 방문조사하며 여러 논문을 발표했고, 1941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신사회조사연구원에서 문화인류학을 연구했다. 이때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태생의 언어학자 야콥슨을 알게 되어 언어학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그와 공동 연구를 하기도 했다.
박사학위논문 [친족 관계의 기본 구조](1949)가 출판되어 프랑스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산문 기록처럼 쓰인 [슬픈 열대](1955)는 공쿠르상 후보작이 되기도 했다. 1962년 발표한 [오늘날의 토테미즘]과 [야생의 사고]는 원시인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사상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날것과 익힌 것](1964), [꿀에서 재까지](1965), [식사예절의 기원](1968), [벌거벗은 인간](1971)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레비-스트로스 신화학의 체계를 완성했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을 지내면서 [먼 시선](1983), [보다 듣다 읽다](1993) 등 굵직한 저서를 다수 내놓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누벨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레비스트로스의 말》 《보다 듣다 읽다》 《오늘날의 토테니즘》 《달의 이면》,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라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부인》, 다니엘 아라스의 《서양미술사의 재발견》, 조에 부스케의 《달몰이》, 뮈리엘 바르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검은 기쁨》, 츠베탕 토도로프의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등이 있다.
■ 서구식 문명이 새롭게 재생하거나 비약할 수 있을 만한 고유한 바탕이 이젠 없는데, 소박하고 겸허하며 사실 최근까지도 무시당하고 있는 서구 영향 밖에 있는 인간 혹은 개인에게 무엇을 가르친단 말입니까? 수십여 년 전부터 사상가, 학자, 실천가 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또한 인류학이 제기하는 문제도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현대 세계에 집중하는 여타의 사회과학들은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그늘 속에 있던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9쪽)
■ 더 넓은 맥락에서 인류학은 ‘인간 현상’에 대한 연구입니다. 물론 이것은 자연현상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동물의 경우와는 다르게 인간 현상은 항상적이고 특수한 성격을 띠므로, 별개의 독립된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7세기 이후 제가 지금 말하는 맥락의 인류학적 호기심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옛 사료에 따르면 문무왕의 이복형제가 있었는데, 백성의 생활을 살피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익명으로’ 왕국의 도처를 비밀리에 돌아다닌 후에야 대신이 됩니다. 여기서 민간을 살핀다는 행위의 초기 형태를 엿볼 수 있습니다. (20~21쪽)
■ 이른바 ‘원시’사회는 우리가 어떤 단계의 과거를 거쳐왔는지 조명해줄 뿐만 아니라, 인간 조건의 공통분모라 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양과 동양의 고도 문명이 오히려 예외성을 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인류학의 발전으로 더 많은 조사가 이뤄지면서, 소위 ‘반품’처럼 취급되고 주변부 지역으로 밀려나면서 소멸될 운명이라 여겨졌던 뒤처지고 소외된 사회들이 도리어 본연적 삶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는 한, 완벽한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그런 원시사회인 것입니다. (29쪽)
■ 우리가 사는 방식과 믿고 있는 가치가 가능한 유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인류학자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삶의 유형과 다른 가치 체계를 통해서도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류학은 우리로 하여금 허영심을 자제하고, 다른 삶의 방식들을 존중할 것을 권유합니다. 놀라고 충격을 받거나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을 다른 관습과 관례를 알게 됨으로써, 다시 한 번 물음을 던져볼 수 있을 겁니다. (52~53쪽)
■ 인류학은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간주하는 것이 사실은 사물의 질서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 문화에 고유하게 있는 제약이나 습관적 편견 등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눈가리개를 벗기고, 우리 사회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혐오스러운 추문으로까지 여겨지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다른 사회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토록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그런 이상한 일을 행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75~76쪽)
■ 인간 사회는 경제적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다양한 수준과 분야에서 여러 상이한 태도를 취합니다. 경제활동 모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존재합니다. 인류학자가 연구하는 생산양식들이기도 한 열매 따기, 채집, 사냥과 수집, 원예, 농업, 장인의 수공 등등은 그만큼 다양한 유형을 대변합니다. 우리는 흔히 그렇다고 믿지만, 사실상 이런 양식들이 연속적 단계를 거쳐, 우리가 본보기로 제안하기도 하는 가장 진보된 단 하나의 모델에 이르는 것은 아닙니다. (81쪽)
■ 이들이 개발과 산업화에 저항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흔히 비경쟁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다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을 비난할 때 언급하는 수동성과 무심함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접촉으로 인해 생긴 외상의 결과일 뿐입니다. 더욱이 우리에게 결핍이나 부족으로 보이는 것을 통해, 그들 사이에 또는 그들과 세계가 맺고 있는 독창적인 관계도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뉴기니에 살던 사람들은 선교사를 통해 축구를 배웠고, 기꺼이 환호하며 그들의 놀이로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둘 중 한쪽의 승리를 추구하기보다는 각 진영의 승리와 패배가 균형을 이룰 때까지 경기를 계속 되풀이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우리처럼 승자가 나오면 경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패자가 없다는 확신이 들 때 경기를 끝냅니다. (85쪽)
■ 19세기와 20세기 전반기에 걸쳐 인종이 문화에 영향을 주는지,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주는지 하는 문제들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우리는 이것들이 다른 맥락에서 펼쳐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물학적 진보의 방향과 리듬이 넓은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로 과거를 살고 현재를 사는 방식이며,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채택하는 문화의 형태라는 것입니다. 문화가 인종에 따라 달라지느냐 아니냐 하는 질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종이―인종이라는 용어는 여기서 부적절해 보이기도 합니다만―문화의 또 다른 기능이라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114~115쪽)
■ 인류학자는 이러저러한 종교 체계 혹은 사회 조직 형태에서 각각의 상대적 가치를 끌어내어 그 위에서 다시 지적인 혹은 도덕적인 판결을 할 수 없을뿐더러, 그것을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면서 시작합니다. 인류학자가 볼 때 사실상 도덕성이라는 기준은 하나의 가정으로서, 그 기준을 채택한 사회의 기능일 뿐입니다. 다른 문화와 비교하여 가치를 따지고, 판단을 부여해 도식화하는 것은 인류학자 스스로 반드시 금해야 합니다. 인류학자는 연구하는 민족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뿐입니다. 근본적으로 각 문화는 다른 문화에 대해 있는 그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바로 그것이 문화입니다. 왜냐하면 문화는 그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평가를 해도 상대주의의 포로가 되며, 이를 벗어날 별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137~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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