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전 세계 약 30억 축구족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
- 세기의 화제작『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축구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 『축구 종족』으로 귀환했다!
불멸의 스포츠 축?구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재미와 교양을 함께 담은 최고의 책!
이 책은 190여 장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선수, 열성팬, 코칭스태프, 챔피언을 꿈꾸는 모든 축구족들에게 바치는 축구 현장 보고서다. 저자는 특히, 축구가 없어도 살 수 있다고 믿는 많은 이들을 위해서도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축구 종족》은 불멸의 스포...
전 세계 약 30억 축구족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
- 세기의 화제작『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축구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 『축구 종족』으로 귀환했다!
불멸의 스포츠 축구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재미와 교양을 함께 담은 최고의 책!
이 책은 190여 장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선수, 열성팬, 코칭스태프, 챔피언을 꿈꾸는 모든 축구족들에게 바치는 축구 현장 보고서다. 저자는 특히, 축구가 없어도 살 수 있다고 믿는 많은 이들을 위해서도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축구 종족》은 불멸의 스포츠인 축구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만약 우리가 축구 규칙과 의례, 상징물, 팀과 선수들, 그리고 열성팬들의 삶을 ‘과학적’으로 관찰해 본다면, 축구란 부족의 일원임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 보이는 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축구의 역사, 전략과 규칙, 조직과 열정, 프로정신과 열광적인 지지, 난폭함과 천진함 등 필드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22명의 남자들이 공을 다투는 것만 보는 사람들은 축구에 내재된 기하학, 발레의 미학, 심리적 깊이,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 본성을 가장 충실하게 대변하는 축구에는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그리고 축구가 주는 재미와 즐거움, 전술이 번창하는 곳에 축구족이 존재한다. _조제 모리뉴 서문 중에서

축구에는 원시 시대 사냥 과정과 유사한 요소가 많다. 시합을 치르기에 앞서 전략을 세우고, 시합을 치르는 동안 전술을 쓴다. 들짐승을 잡는 상징적 행위, 즉 골을 넣기 위해서는 선수들 사이에 적극적인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또 축구 경기에는 심각한 부상을 당할 위험이 상존한다. 추격전을 벌이려면 단련된 신체가 필요하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경기 속도를 따라가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고, 장시간 뛰어다니려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위해 특별한 기술을 연마한다. 축구의 예측 불가능성은 상상력을 촉진하고 이는 창의적인 몸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 이러한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근력이 필요하고, 긴박한 순간에는 냉정한 판단력이 필수다. 선수들은 시야가 넓어야 하고, 특히 골문 앞에서 슈팅을 날리는 순간에는 정확히 명중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강렬한 목적의식 그리고 상대 선수의 거친 공격에도 결코 움츠러들지 않고 용맹하게 반격할 줄 알아야 한다. _28쪽 <축구의 여러 가지 얼굴> ‘축구는 사냥 의식이다’ 중에서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축구 선수를 칭찬할 때 쓰는 표현이 바로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어떤 선수를 높이 평가하는가? 열심히 노력하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선수다.‘노는 사람(player)’을 평가할 때, 그가 얼마나 열심히 움직였는지 ‘노동량(work-rate)’을 따지는 게 말이 되는가? ‘노는 사람’에게는 ‘놀이량(play-rate)’이 있을 뿐이지만 그런 건 고려되지않았다. 오로지 ‘노동량’만을 중요시했다. 이는 프로축구팀의 구성원이 놀이의 참가자가 아니라 노동자였음을 의미한다. 사회주의 비평가가 보기에 축구는 노동자들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여가 시간마저 자본주의적 노동윤리관을 심는 데 이용하려고 고용주들이 마련한 술책이다. _40쪽 <축구의 여러 가지 얼굴> ‘축구는 대중의 마약이다’ 중에서

축구가 지닌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로 사람들은 ‘단순함’을 꼽는다. 기본적으로 공 하나와 너른 공간, 골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물건만 하나 있으면 축구를 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마당이나 들판의 한 귀퉁이, 뒷골목이나 길가 혹은 자투리 공터만 있어도 공을 찰 공간은 충분하다. 골대는 나뭇가지나 옷가지, 헌 상자 혹은 돌담에 그어놓은 선만으로 충분하다. 그럴듯한 장비가 없어도 얼마든지 축구를 할 수 있다. 뒷골목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들도 공을 찰 때 느끼는 재미만큼은 대도시의 번쩍번쩍한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는 스타 선수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_50쪽 <축구 종족의 규칙> 중에서

20세기 말에 적용되었던 축구 규칙을 오늘날의 규칙과 비교해보면, 축구족들이 기존 규칙을 경전처럼 받들며 거의 그대로 유지해왔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20세기에 새롭게 추가해 공표한 주요 규칙은 하나도 없다. 축구 규칙은 19세기 말까지 17개가 있었고, 지금도 17개 조항뿐이다. _52쪽 <축구 종족의 규칙> 중에서

각 축구족들에게는 그들만의 거대한 신전인 스타디움이 있다. 홈구장은 부족민들에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는 거룩한 성지다. 부족민들은 경기가 없는 날에도 스타디움을 보면 왠지 모를 기대감과 흥분에 가슴이 설렌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 서 있어도 그들의 귓가에는 자기네 부족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을 때 들려오는 팬들의 함성이 울린다. 홈구장이 충성스러운 부족민에게 지니는 의미는 외부인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초창기에는 스타디움의 네 귀퉁이에 부족민의 토템 기둥인 거대한 조명탑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었다. _60쪽 <축구 종족들의 영토> 중에서

구단과 코치진 역시 협회의 제재에 달리 대응할 여지는 거의 없다. 다른 공급자가 없는 독점시장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축구협회는 모든 축구 활동을 통제하는 유일한 상급 기구다. 스튜디오와 갈등을 빚는 할리우드 배우는 언제든 스튜디오를 옮길 수 있고, 방송사 임원도 방송사를 옮기면 그만이다. 직장인도 일터를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축구족은 축구협회에 대항하면 갈 곳이 없다. 만약 축구협회와 싸우려면 추방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 역시 군대와 유사한 점이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축구계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독재자와 같은 권위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PFA(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 같은 기구에서는 이적 자유 등 계약상의 문제라든가 고용 조건 개선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_85쪽 <축구 종족의 처벌 규정> 중에서

축구 전술사 100여 년을 돌아볼 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극단적인 공격 전술에서 차츰 강력한 수비 전술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초창기에 팀들은 경기에 패배하는 두려움보다 승리의 영광을 더 중시했다. 상대에게 득점을 많이 허용하고, 자신들은 더 많이 득점을 올리는 전략을 썼다. 모든 전력을 공격에 투입했다. 그러다가 감독의 역할이 커지고 감독을 숭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것이 점차 강화되면서 공격 일변도의 전술이 사라지고 이중, 삼중으로 골문을 차단하는 수비 전술이 등장했다. 선수들은 용맹하게 돌격하는 기마병이 아니라 입을 굳게 다물고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었다. 시합을 하면 소수의 저격수만 적군 진영에 남겨두고 다들 뒤로 물러나 인간 장벽을 쌓았다. 그 결과 예전처럼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던 짜릿함은 사라지고, 심심하고 지루한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_88쪽 <축구 종족의 전략> 중에서

축구족의 일주일은 가장 중요한 의식, 즉 경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들의 신경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는 90분간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집중되어 있다. 축구 경기는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중간에 짧은 휴식이 있으며, 주심의 날카로운 휘슬 소리에 경기를 시작하고 마친다. 열성적인 축구족이라면 이 시간만큼은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그라운드만 존재한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라운드에 몰입하는 축구족들은 심장이 쪼그라들 정도로 긴장하거나 참을 수 없는 희열을 맛보기도 하고, 한없이 참담해지거나 날아갈 듯 기쁨이 샘솟기도 한다. 이 뜨거운 열정을 이해하는 열쇠는 축구 경기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다. 모든 축구 경기는 모순덩어리다. 한편으로는 눈에 뻔히 보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안갯속이다. 규칙이 워낙 단순하고, 딱히 어려운 전술도 없어서 관중은 모든 움직임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제는 극히 한정되어 있지만 그 변주는 무궁무진하다. 이와 같은 모순성 때문에 경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아무리 노련한 축구족이라도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_120쪽 <가장 중요한 의식> 중에서

축구족 의식의 메인 무대인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을 때다. 오늘날엔 이 행위를 가리켜 ‘골을 넣다(scoring a goal)’라고 묘사하는데, 이 말이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골(goal)이라는 단어는 그 뜻이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쳤다. 본래 이 단어는 일종의 장애물이나 장벽을 의미했다. 그러다가 한계 또는 경계를 의미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돌, 기둥, 나무 막대기 등으로 표시한 경계의 뜻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떤 경주의 출발점이나 종착점을 뜻하는 지표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골’은 양 팀이 경쟁을 벌이는 스포츠에서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의미하게 되었다. _128쪽 <의식의 절정> 중에서

오늘날 축구 스타들은 진정한 민중의 영웅이요 전사다. 그들은 대부분 그들을 추종하는 열성팬들과 동일한 배경, 즉 노동자 계급 출신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초창기 축구족의 전사들은 이튼이나 해로우, 옥스퍼드 같은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는 부유한 학생들이었다. 잉글랜드에서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에게 축구를 보급했고, 직업 선수가 등장하면서 판도는 180도 달라졌다. 공장 노동자들이 관중석을 채웠으며, 노동자의 자녀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축구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양상이 반복되었다. 경기장에는 주로 그 지역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산업화된 대도시의 뒷골목과 제멋대로 팽창하는 도시의 빈민가에서는 소년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공을 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업혁명 세대의 후손들은 주차장이나 골목, 먼지투성이 도로나 쓰레기장 근처 어디든지 공을 찰 공간만 있으면 축구 꿈나무로 자라났다. 이들 가운데 몸놀림이 빠른 아이들은 유소년 팀에 들어가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했고, 운이 좋게 재능을 타고난 소수의 아이들은 유능한 신예를 발굴하러 다니는 스카우트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 스카우트의 눈에 띈 소년들은 지역 구단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고, 가능성을 보여주면 누구나 탐내는 프로 선수로서의 삶을 예약할수 있었다. 구단과 계약을 하고 나면 수개월에 걸친 훈련을 받으며 기술을 연마한 뒤 성인팀에 합류해 유료 관중 앞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_142쪽 <그들의 탄생 배경> 중에서

현대의 축구 스타는 그라운드에서도, 그라운드 밖에서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빠른 스피드와 슈팅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두뇌 회전이 빨라야 하고 교활한 술수로 상대를 속일 줄도 알아야 한다. 프로에 막 입문한 선수나 감독들은 머지않아 게임 못지않게 게임스맨십(gamesmanship)이 중요하다는 사실, 즉 자기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기 위해 속임수와 술수가 만연하는 세계에 들어왔음을 실감한다. 아마추어 선수들과 달리 프로 선수는 2가지 경기를 치른다. 하나는 공식 경기이고, 다른 하나는 술수가 난무하는 비공식 경기다. 게임스맨십은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모든 구단이 치르는 ‘심리전’이다. 두 팀은 본격적으로 시합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심리전을 펼치는데, 축구족들은 두 팀이 주고받는 말과 행동의 행간을 해석하면서 이 특별한 게임을 관전한다. _168쪽 <게임스맨십> 중에서

폭력에 가까운 반칙이 비일비재한 현대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들어가는 행위 자체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부상으로 응급처치 받는 일 없이 90분 경기가 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그라운드에서 한 번이라도 신체적인 고통을 경험하지 않고 한 시즌을 무사히 넘기는 선수도 거의 없다. 이 같은 부상의 위협에도 축구 선수들이 물러서지 않는 건 폭력성을 축구 경기의 속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프로축구 선수가 되려는 야망을 품은 소년들은 그라운드의 영광에는 고통과 상처가 동반한다는 사실을 어려서부터 학습한다. 훗날 그들은 원시부족 남성들이 반흔 문신을 자랑하듯 자신이 당한 부상의 상처들을 훈장처럼 여길 것이다. _190쪽 <그라운드의 용맹한 전사> 중에서

축구와 관련해 가장 이례적인 사망 사고는 실제 전장에서 벌어졌다. 1916년 이스트 서리(East Surrey) 연대는 독일군 진지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때 한 대위가 부하들에게 축구공을 차며 돌격하라는 전술을 지시했다. 한 종군기자는 이때의 사건을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중대장은 4개 소대에 축구공을 하나씩 나눠 주고는 적군의 진지까지 2킬로미터쯤 되는 거리를 축구공을 차며 돌격해 먼저 도달하는 소대가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원들은 참호에서 나와 대형을 갖췄고, 각 소대장이 공을 킥오프하는 것을 시작으로 목숨을 건 대회가 시작되었다. 선봉에 나섰던 중대장은 그 과정에서 총탄에 맞아 일찌감치 쓰러졌고, 중대원들도 쏟아지는 기관총 세례를 받아 하나둘씩 쓰러졌다. 하지만 남은 대원들은 적군을 향해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고 아군을 독려하며 자욱한 연기 속에 숨이 끊어질 때까지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영국군은 포격과 백병전으로 독일군을 소탕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전투가끝나고 서리 중대원들은 그들의 축구공을 찾아 나섰고 독일군 진지에서 축구공 두 개를 발견했다. 이 축구공 두 개는 전투의 승리를 기념할 트로피로서 킹스턴에 있는 연대본부에 보내 보존하기로 했다” _194쪽 <그라운드의 용맹한 전사> 중에서

엘튼 존은 자신의 콘서트 일정과 겹치는 경기가 있으면 헬리콥터를 타고 경기장으로 날아갔고, 구단의 경영에도 충실하게 참여했다. 1979년에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현재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왓포드 클럽입니다. … 물론 음악이 내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음악이 왓포드에 대한 책무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아요.” 구단주가 되고 나서 엘튼 존에게 불만이 있었다면, 축구 경기를 예전처럼 맘껏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저 자리에 앉아서 우리 팀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고문이에요. 그냥 이사였을 때는 껑충껑충 뛰면서 즐거워했는데, 이제 자리에 근엄하게 앉아 있으려니 괴롭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 팀이 졌을 때는 표정 관리하느라 죽을 맛입니다.” _255쪽 <부족 위원회> 중에서

축구계에는 축구 선수와 감독, 구단 이사들 위에 쌀쌀맞고 오만한 재판관들이 존재한다. 각 지역의 축구 구단 원로들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이들 조직은 국내 리그를 운영하는 축구협회와 국제대회를 주관하는 FIFA, 그리고 심판들이다. 이들은 축구족들 간에 치르는 전투의 규칙을 강제하고, 논란이 발생하면 판정과 징계를 내려 이를 해소한다. _256쪽 <축구 종족의 재판관> 중에서

모든 부족에는 주문을 외워 질병을 치료할 마법사가 필요하듯 축구족에도 주술사가 필요하다. 구단에서 그런 역할을 맡은 사람을 우리는 감독 혹은 코치라 부른다. 그가 할 일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마법을 부려 냉소적이고 고집 센 프로선수들을 설득해 그들이 축구족의 대의를 위해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아니 적어도 사지 중에 하나는 내놓을 각오로 투지를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저 반복된 하루 일과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싸우는 충성스러운 전사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주술사가 되기 위해축구 감독은 최면술사이자 심리치료사이자 훌륭한 선수여야 한다. _262쪽 <축구 종족의 주술사> 중에서

축구 리그 시합이 있는 날이면 마치 중세 병사들이 전쟁을 치르기 위해 속속 집결하듯 거대한 경기장 출입문에 사람들이 운집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밝은 색상의 의상을 차려입은 열성팬들은 손에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원형 경기장에 삼삼오오 모여들며 북을 치고, 뿔피리를 불고, 정해진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친다. 그리고 자신의 부족과 영웅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가를 부른다. 이들은 특정 부족(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들이다. 이들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의 흥을 돋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포터들이 형성하는 열기와 그들이 보여주는 뜨거운 충성심과 의리가 없다면 축구라는 스포츠는 곧 무너지고 말 것이다. 금전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고뇌와 환희가 사라지면, 축구의 정체성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_268쪽 <서포터의 다양한 유형> 중에서

불행히도 몇몇 나라에서는 축구장 폭력을 일으키는 집단을 고립시키고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 오늘날에도 이탈리아에서는 중요한 국제대회가 열리는 날에는 대개 경찰이 출동한다. 이탈리아 축구장의 분위기가 이렇게 과열된 이유는 1969년에 일어난 일과 관련이 깊다. 바로 가장 열성적인 팬들의 집단인 ‘울트라스(Ultras)’의 탄생이다. 울트라스가 곧 훌리건은 아니지만,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그들이 벌이는 광적인 응원은 사람들을 몹시 흥분시켰고, 열기가 뜨거워지다 못해 폭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_304쪽 <서포터들의 폭력> 중에서

현대 축구 경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하나는 축구팬들이 경기장에 모여 단체로 부르는 응원가다. 전 세계적으로 축구 경기장에서 응원가가 울려 퍼지지만, 영국의 여러 구단에서 울려 퍼지는 응원가만큼 복잡하고 강렬한 노래는 어디에도 없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서포터들이 응원가를 부르는 의식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축구에 문외한인 사람이 시합 당일에 영국의 축구 경기장을 지나친다면 그 안에서 열리는 행사가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종교 축제나 국제 음악 경연인 줄로 착각할 것이다. _340쪽 <축구 종족의 노래> 중에서

 

목차
1장 축구족의 뿌리
2장 축구족의 의례와 절차
3장 축구족의 전사들
4장 축구족 의복과 장신구들
5장 축구족의 원로들
6장 축구족의 신봉자들
7장 축구족 언어
8장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