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책의 자료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2010년 11월 장학사로서 업무를 끝내고 교감으로 나가기 전, 그냥 혼자서 작성해 본 「교육방법 혁신을 통한 공교육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계획을 발견하였다. 그 주요 내용이 프로젝트 학습과 함께 공부하는 교사공동체 운영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년 전 그 시절이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데 나의 생각이 줄곧 하나로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때에도 내가 이런 것을 꿈꿨던가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융합교육과 교사학습공동체’,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누구도 선뜻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들인데, 왜 내가 이것을 놓지 못하고 공부하고 실행하고 지금 이 책을 쓰고 있는 것일까? 수업을 바꾸고 협업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 공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나의 막연한 생각이 교감, 교장으로 생활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실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발전했고, 이제 나는 이것을 더욱 넓게 퍼뜨려 모두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혁신학교가 처음 도입되는 시기에 교감으로서 새로운 정책이 학교에 적용되는 과정을 겪었는데 그런 경험이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정책이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함으로 이어져 ‘개혁의 확산’ 이론을 공부하게 되었으며, 지금은 한 학교를 넘어 하나의 지역에 적용하고자 노력하는 지점에 까지 이르게 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학교의 변화는 교장이나 교감이 한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들인 학생, 교직원, 학부모님들이 모두 함께 한 것인데 마치 내가 모두 한 것인 양 책으로 낸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자료 분석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해 온 우리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의 인터뷰 전사 자료를 읽고 또 읽으며, 학교는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힘들게 함께 노력하셨던 많은 분들의 노고와 마음이 새롭게 느껴졌다. 나와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2019년 겨울

[에필로그]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오랜 기간 지속됨으로 인해,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만남과 모임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이제 각자의 집에서, 비대면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팬데믹 상황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이제나 저제나 등교 개학을 기다렸던 학교와 학부모 모두 지금은 언택트(untack) 상황에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 책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또 다른 변화 상황이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글을 느리게 쓴 것인지 세상이 빨리 변화한 것인지, 아마 내가 게을렀던 것 같다.
연일 코로나19로 인해 다시는 그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더욱 빨리 변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안 그래도 많은 것들이 어려운데 그러한 말들은 더욱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코로나 블루’, 단어는 예쁜데 그 의미는 매우 답답하다. 나와 같은 불안감과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매일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면서 옆사람의 기침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마스크를 벗은 사람만 봐도 빨리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물며 성인인 내가 이럴진대, 아이들은 오죽할까.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어야 할 아이들이 서로를 멀리해야 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을 가져야 하나 의심과 두려움을 갖게 되니 미래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협업과 공동체 역량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현재, 캠퍼스 없이 온라인 위주의 영상토론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미네르바 스쿨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대학 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초 · 중등교육에 있어서도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수업 체제를 지속하며 교사들에게 더욱 발전된 에듀테크를 적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상태가 조금 더 지속되면 조만간 학교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교사들에게 위기이다.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한 현 상황에서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너무나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교육의 방향은 언제나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원하는 좋은 학교는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교사들이 함께 협력해서 가르치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의 꿈을 찾을 수 있는 학교이다.
우리는 변화와 개혁에 너무 급진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다소 위협적으로 들리는, 미래시대가 정말 더 빠르게 올 수도 있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일 것이다. 변화와 개혁을 강요하는 시대. 하지만 조금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기술발전이나 사회변화로 인해 혹시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우리의 마음과 정서를 돌아보아야 한다. 개혁의 확산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나 또한 개혁을 추진할 때 급한 마음을 지녔었지만 조금 천천히 그리고 마음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집필한 이 책은 학교개혁을 어떻게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조직 안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그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개혁을 시도하지만 구성원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그들이 자발적인 동기를 가지고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핵심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또다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AI와 빅데이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IT기술이 교육에 접목되는 에듀테크 시대에 학교는 마땅히 미래사회로의 빠른 변화에 맞추어 학생들에게 에듀테크 교육과 스마트 학교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지금까지 높은 가치로 생각해 왔던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역량과 공동체 의식,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등을 지닐 수 있도록 교육도 해야 할 것이다. 부디 코로나19가 끝나고 또 다른 변화의 계기가 온다 하더라도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적 역량에 더해 그 옛날부터 교육의 본질이었던 학생들의 인성교육, 즉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간과되지 않아야 하고,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은 바로 현장의 학교이며 교사들이다. 지금까지 잘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다가오는 새로운 개혁요구에 멋지게 응대하리라 생각하며, 이 책을 통해 이야기했던 변화의 매직이 모든 학교에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2020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