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바는 201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의 ‘올해의 여행가’상을 받았고,
도바의 모험은 ‘해피 올로？올렉 도바의 즐거운 이야기’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무동력 카약으로 대서양을 횡단하다
“2017년 9월, 카약을 탄 일흔한 살의 남자가 노를 저으며 프랑스 북부 르콩케 해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남자는 취재진을 비롯해 그를 마중하는 많은 이들의 환호 속에 110일간의 긴 항해를 마쳤다. 2017년 5월 미국에서 출발해 무동력의 작은 카약 하나로 대서양을 건넌 것이다. 이것은 그의 세 번째 대서양 횡단이었다.”
근육을 유일한 동력으로 노 하나에 의지해 카약을 타고 대서양을 건넌 사람이 있다. 예순다섯에 시작한 그의 모험은 일흔한 살까지 세 번의 대서양 횡단으로 이어졌다. 세계 최초로 카약을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폴란드 모험가 알렉산데르 도바의 이야기이다.
대서양은 태평양 다음으로 넓은 바다다. 유럽과 북미 사이 가장 먼 지점이 8,800㎞에 이르니 서울-부산 거리의 22배인 셈. 도바는 각각 99일, 167일, 110일 동안 세네갈에서 브라질, 포르투갈에서 미국, 미국에서 프랑스 사이의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다. 《도바의 바다》는 알렉산데르 도바의 가장 길었던 2013년 두 번째 대서양 횡단을 중심으로, 도바의 모험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폴란드 그래픽노블이다.

카약으로 대서양을 횡단하려면?
혼자서 돛의 도움을 받지 않고 7m 카약과 노 하나만으로 대서양 12,437㎞를 횡단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준비물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도바의 바다》는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대서양 횡단을 준비하는 도바의 여정을 꼼꼼히 따라간다.
시작부터 단순하지 않다. 5개월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배 위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도바와 무거운 짐을 싣고도 강한 파도나 폭풍에 뒤집어지거나 부서지지 않을 카약이 필요한 것이다. 도바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담은 설계와 숙련된 전문가들의 노력 끝에 카약 ‘올로(Olo)’가 탄생한다. 길이 7m, 최장 너비 1m에 무게가 300㎏에 달하는 ‘올로’는 카약 치고는 큰 편이지만, 긴 여정 동안 도바에게는 집이나 다름없었다.
여러 번의 시험 운항과 개량을 거친 ‘올로’에는 건조식품을 포함한 각종 식료품, 운항용품, 안전용품, 옷가지, GPS기기, 담수화 기계, 침낭 등이 실렸다. 어떤 항로를 이용할지도 중요한 문제였다. 해류와 바다 밑 지형을 고려하고 바람을 피해 가장 효과적인 길을 찾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GPS와 나침판은 물론 별과 구름, 바닷물의 상태로 날씨를 판단할 수 있는 노련함이 필요했다.

바다 위 생활
도바는 카약에서 먹고 마시고 씻고 잠을 잤다. 흔들리는 파도 위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파도가 심하거나 항로가 바뀔 것을 염려해서 세 시간 이상 자는 일은 흔치 않았다. 거의 모든 시간을 노 젓는 데 썼지만, 도바의 하루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뜨거운 태양과 피부를 상하게 하는 짠 바닷물과 싸우는 것은 일상이었고, 때로는 거센 해류에 맞서거나 고장 난 카약을 수리해야 했다. 해적이나 유령선 같은 컨테이너선을 만나기도 했다. 준비한 자동 담수화 기계가 고장 나거나, 통신이 두절되어 한동안 연락이 끊기자 구조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물론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도바에게 적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도바는 대서양 한가운데서 커피를 만들어 마시거나 따뜻한 바닷물로 목욕을 했다. 도바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뱃사람들을 위해 깨끗한 셔츠로 미리 갈아입고 만남을 준비하기도 했다. 물고기들은 길동무면서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항해 내내 카약 옆에서 호위하듯 신나게 따라오는 마히마히를 훈련하는 일은 도바의 외로움을 덜어 주었고, 볼일을 보거나 목욕을 할 때면 상어의 눈치를 봐야 했다. 이따금 카약으로 날아든 날치는 훌륭한 횟감이 되었다.

그래픽 디자인 강국 폴란드의 그래픽노블
《도바의 바다》는 폴란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그래픽노블이다. 20세기 초 사회주의 영향을 받은 폴란드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목판화를 비롯한 민속 예술과 다양한 현대 사조가 혼합, 발전하였고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로 대표되는 독특한 전통과 문화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바의 바다》는 최근 다시 주목받는 폴란드의 논픽션 그래픽노블의 주요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음영의 검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흰색만으로 표현한 《도바의 바다》의 색채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어둠과 빛만이 함께한 도바의 모험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하다. 판화를 연상케 하는 기법으로 섬세하게 표현해 낸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시각적으로 강렬하면서도 정보를 충실히 담아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폴란드 그림책과 그래픽노블을 앞장서 소개해 왔으며,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알부스 갤러리의 아트 디렉터이기도 한 이지원 선생이 번역을 맡았다.

바다 화장실
카약에서 어떻게 볼일을 봤을까? 카약에는 가려진 공간이 없다. 도바는 뻥 뚫린 하늘 아래서 휘어진 손잡이를 잡고 배 뒤쪽에서 일을 봐야 했다. 하늘을, 아니 사실은 도바의 엉덩이를 군침 흘리며 바라보는 위험한 물고기들과 함께하곤 했다.

바다 목욕
태양이 뜨겁게 타올랐다. 따뜻한 바다에서 하는 목욕은 상쾌할까? 계속해서 노를 젓느라 덥고 등이 땀에 젖은 도바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바닷물에 적신 스펀지를 머리 위에서 짜거나 물을 끼얹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깊은 바다로 들어갈 때가 된 것이다! 도바는 노를 잘 묶고, 카약 벨트를 매고 배 끝에 앉아 만족스럽게 발을 물에 담갔다. 그 순간 바다에 거대한 지느러미가 나타났다. 상어와의 목욕은 대단한 모험임에 틀림없지만,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다. 도바는 얼른 발을 끌어당겼다. 주위에 물이 가득했지만, 목욕은 바가지로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