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1978년 고등학생이었던 김호철은 이중섭의 엽서 그림 전시회를 보고 그 길로 우체국에 가서 엽 서를 사다가 자신만의 아트웍으로 그림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일기는 무 려 18년이나? 지속되었고, 아주 잘 보관되었으며, 2016년에 이르러서야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그 리 특별할 것 없는 손바닥만 한 관제엽서에 정말 다양한 도구들(몇 가지만 나열하자면 색연필, 유성 마카, 크레파스, 아크릴 칼라, 젯소, 신나, 먹지와 침핀, 신문, 전동 타자기 등이 있다)을 이 용하여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그의 사랑과 불안의 ...
1978년 고등학생이었던 김호철은 이중섭의 엽서 그림 전시회를 보고 그 길로 우체국에 가서 엽 서를 사다가 자신만의 아트웍으로 그림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일기는 무 려 18년이나 지속되었고, 아주 잘 보관되었으며, 2016년에 이르러서야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그 리 특별할 것 없는 손바닥만 한 관제엽서에 정말 다양한 도구들(몇 가지만 나열하자면 색연필, 유성 마카, 크레파스, 아크릴 칼라, 젯소, 신나, 먹지와 침핀, 신문, 전동 타자기 등이 있다)을 이 용하여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그의 사랑과 불안의 시간들. 한 장 한 장 자세히 들여다보 면 우선 그의 완벽함이 눈에 띌 것이고,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시간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새로 운 것을 시도하고자 그의 도전이, 그리고 다 읽고 난 후에는 학생 때에도, 사회인이 되어서도, 부 모가 되어서도 같은 일을 놓지 않았던 그의 꾸준함이 당신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광고인이라기보다는 예술가에 가까운 사람, 광고인이라기보다는 시인에 가까운 사람, 김호철.
그가 1978년부터 38년 동안 새겨두었던 마음속 문신들을 세상에 공개한다.
저마다 자신감만을 드러내려는 세상, 하지만 그는 누구나 깊숙한 곳에 감추고 싶어 하는 불안을 세상에 툭 던진다.
과연 남다르다.
자신의 길을 고집스럽게 가는 그가, 나는 참 멋지다!
- 김기영 / 이노션 ECD 제작본부장

 

그에게 엽서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 유리창문이었다.
그리움에 솔직하고 충실하기 위해 매일 연필을 깎았다.
그리고 매끈한 지면 위에 문신하듯 몸에 깊게 새겼다.
매일 밤 세상 밖으로 탈주하려는 미끄러운 몸은 수정되어 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엽서는 그를 키워냈다.

 

엽서는 거울과 다른 기능을 한다. 새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엿보기 구멍이다.
이 책은 전에 없던 남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당장 엽서를 사러 나가자. 겨우 310원이다.
- 원명진 / 을지대학교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대학 들어가 1주일도 안 된 코흘리개일 때, 아직도 군기 잡힌 말투의 갓 복학한 김호철 선배를 처음 만났다. 그때 선배는 이미 엽서를 쌓아놓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었다. 남들은 다 당구 치고, 생맥주 마시러 다니고, 캠퍼스 잔디에서 통기타 노래 부르고, 혹은 데모하느라 정신없을 때 이게 뭐 하는 거냐고, 이게 디자인이냐고 내가 묻자 선배는 한마디로 "조형실험"이라고 답했다. 이 실험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완성될 때 디자인도 되고, 일러스트레이션도 되고, 광고도 되고, 순수예술도 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해야 녹슬지 않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디자이너로서 죽은 거라 하였다. 실제로 선배는 그 후 10 년이 지난 후에도, 20년이 지난 후에도, 이제 3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언제 어느 때 만나도 한결 같이 이 "조형실험"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여행중엔 엽서들과 함께 필통에 간단한 필기구를 가지고 다니기까지 하였다. 그런 것들이 세월을 따라 켜켜이 쌓여 나갔을 테고, 거기에서 그만의 조형 언어와 조형 감각이 탄탄해지고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을 발견한다. 나아가 이런 것들이 결실을 맺어, 이제는 어떤 매체나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이 선배가 제작한 작품 같은데..." 를 맞출 정도로 그 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드러나는 제작물들이, 모두 이 엽서 한 장 한 장 모여서 우러 나온 것임을 확인하게 한다. 이러한 한 크리에이터의 연습장이자 일기장을 한 데 묶는 것은 큰의미가 있다. 한 사람의 창조성, 아이디어, 스타일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평소 사상과 컨셉, 집중하는 관심 분야, 시간에 따라 발전하는 표현 방법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같은 길을 가는 다른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 이다.
- 이준희 /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이 친구가 엽서를 그리는 20여 년 동안 옆 책상에서 눈으로 그의 작업을 본 해는 이삼 년뿐이었다. 그때는 우리 모두 20대 말을 역사적인 88올림픽과 함께 보냈으며, 첫차를 한대씩 뽑았던 기억에 남는 청춘이었다.
쉰이 넘은 지금, 이 작가는 변한 것도 없고 변할 것도 없다고 해도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전하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도 그대로라는 말도 어색하다.

 

친구의 오랜 작업 묶음을 시간의 순서대로 넘겨 보고 있자니, 문득 이 일기 같은 인생들은 어떤 순서로 뒤섞어도?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서라는 게 그다지 작가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을 것 같았고, 엽서, 말 그대로 작가의 인생 나무에 잎사귀들이 무성하게 달려있는 기분이었다. 어떤 잎이 먼저 생겼으며, 메마른 잎사귀는 왜 생겼는지도 궁금해야 할 관찰대상은 아닌 듯하다.

 

첫 엽서로 등장하는 타자기로 만든 “타자새”가 여전히 자주 출연해 마음이 놓였다. “사막의 새”란 이 새는 여전히 가는 몸뚱이에 양 날개를 일자로 딱 붙이고 엽서 네 모퉁이 하늘을 코너링하듯 날고 있었다.

 

이 새가 잠드는 것도, 앉아서 쉬는 것도, 훨훨 나는 것도 본 적은 없다.
그래도 지난 20여 년 동안 분명 사막에 알맞은 새로 적응하고 있고, 사막도 자연의 일부로 이새를 받아들이며, 지켜주고, 먹을 것을 내어주고, 물도 마시게 하는 듯보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작가가 말하는 '자유'란 늘 무엇으로부터의 탈출 같은 느낌이다.
엄격한 자로 잰 듯한 파괴,반드시 그 길을 뒤집어가는 회귀, 그리고 반복적 정밀한 성실함 속에 서도 자유가 깃들기 바라는 마음이다. 언젠가는 이 엽서에 등장한 모든 사람과 자연과 사건들이 고요함 속에, 평안함을 찾길 바라는 마음도 든다. 끝으로 끈덕짐으로 탄생한 이 엽서 인생 나무에 푸른 에너지가 지속되길 바라며 마친다.
- 최혜정 / 국제NGO 본부장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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