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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ISBN: 8972882194
98쪽
148 x 210 (㎜)
지금 이책은
- 판매지수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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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은
우연의 이름으로 찾아오는 일상의 테러리즘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을 통해 일상에 잠재해 있는 테러리즘의 공포스러움과 끝나지 않고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과거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 구분 : 저서
- 국적 : 대한민국
- 분류 : 문학가 , 인문/철학자 , 기타
- 인기지수 : 191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1983년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문학사상』에 허윤석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쓴 평론 「소설의 의미 구조 분석」을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한 그는 1988년 계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중편소설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를 발표하여 소설가로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회색 눈사람」으로 동인문학상, 1994년 「하나코는 없다」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치밀하고 정교한 사유와 문체 미학으로 한국문학에 하나의 획을 그은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장편소설 『너는 더 이상 너가 아니다』, 『겨울 아틀란티스』, 『숲 속의 빈터』, 『마네킹』, 소설집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 『속삭임, 속삭임』, 『첫 만남』, 수필집 『수줍은 아웃사이더의 고백』 등이 있다. 다수의 작품이 영어, 프랑스어, 독어, 스페인어, 일어, 중국어, 터키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2011년 현재 서강대학교 프랑스문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 속에서
“화란아, 세상에서 제일 늦잠꾸러기 고진희 씨 좀 가서 깨워라!”
곧 이어 열어놓은 문으로 화란이가 흙 묻은 네 발로, 이불을 마구 밟으며 맹렬히 뛰어들어왔다. 한번 그러고 나면 이불 빨래를 다시 해야 했기에 평소 같으면 우리가 제일 질색하는 일. 그러나 그날 아침 나는 화란이인 줄 알고서도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가상적인 위협에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한순간 서서히 온몸의 피가 어디론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은 이완의 상태로 빠져들어갔다.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여전히 쇳대를 움켜잡고서. 무엇을 감지했는지 화란이도 내 옆에 얌전히 앉아 내 손을 한두 번 가볍게 핥았다. 방안에서 계속되는 침묵이 이상한 듯 그때서야 민구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러고 있니?”
“빨리 나가서 앞산 빈터에 아직도 누가 있는지 보고 와줘. 부탁이야.”
나는 작은 목소리로 겨우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왜 그래 대체?”
그래도 민구는 나갔다가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데? 무슨 일이야.”
나는 민구에게 내가 본 것을 더듬더듬 말했다.
“그럴 리가 있니? 네가 잘못 본 거겠지. 그냥 웃통 정도 벗고 체조 나온 건너편 집 사람 아니겠어?”
단번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도 민구는 빈터에 그런 방식으로 모습을 나타낸 남자에 대해서보다는 나의 설명에 불쾌한 기분을 역력히 얼굴에 내보였다. 나는 민구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민구 말대로 거기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투명하게 맑은 날씨, 희고 커다란 뭉게구름의 그림자가 언저리에 드리워져, 앞산의 전나무 숲에 더 깊고 검푸른 색조를 부여했을 뿐이었다.
“잘못 보지 않았어. 사람이 있었다구! 벌거벗은 늙은 남자였어.”
나의 목소리는 어느새 더한층 약해져 있었다. 혹시 몇 달 전 자동차 안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나도 모르는 장소에 옮겨져 잠시 의식의 왜곡상태를 겪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 때문에. 그러기나 했으면.
그날은 그럭저럭 지나갔다. 신선한 야채로 점심을 해먹고 목욕탕 공사에 매달리다보니 아침의 일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먼 옛날 일만 같았다. 민구 말대로 내게 착시현상이 일어났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악의 없이 산속에서 나체로 체조를 했던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 생각하기로 했다.
곧 이어 열어놓은 문으로 화란이가 흙 묻은 네 발로, 이불을 마구 밟으며 맹렬히 뛰어들어왔다. 한번 그러고 나면 이불 빨래를 다시 해야 했기에 평소 같으면 우리가 제일 질색하는 일. 그러나 그날 아침 나는 화란이인 줄 알고서도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가상적인 위협에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한순간 서서히 온몸의 피가 어디론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은 이완의 상태로 빠져들어갔다.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여전히 쇳대를 움켜잡고서. 무엇을 감지했는지 화란이도 내 옆에 얌전히 앉아 내 손을 한두 번 가볍게 핥았다. 방안에서 계속되는 침묵이 이상한 듯 그때서야 민구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러고 있니?”
“빨리 나가서 앞산 빈터에 아직도 누가 있는지 보고 와줘. 부탁이야.”
나는 작은 목소리로 겨우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왜 그래 대체?”
그래도 민구는 나갔다가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데? 무슨 일이야.”
나는 민구에게 내가 본 것을 더듬더듬 말했다.
“그럴 리가 있니? 네가 잘못 본 거겠지. 그냥 웃통 정도 벗고 체조 나온 건너편 집 사람 아니겠어?”
단번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도 민구는 빈터에 그런 방식으로 모습을 나타낸 남자에 대해서보다는 나의 설명에 불쾌한 기분을 역력히 얼굴에 내보였다. 나는 민구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민구 말대로 거기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투명하게 맑은 날씨, 희고 커다란 뭉게구름의 그림자가 언저리에 드리워져, 앞산의 전나무 숲에 더 깊고 검푸른 색조를 부여했을 뿐이었다.
“잘못 보지 않았어. 사람이 있었다구! 벌거벗은 늙은 남자였어.”
나의 목소리는 어느새 더한층 약해져 있었다. 혹시 몇 달 전 자동차 안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나도 모르는 장소에 옮겨져 잠시 의식의 왜곡상태를 겪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 때문에. 그러기나 했으면.
그날은 그럭저럭 지나갔다. 신선한 야채로 점심을 해먹고 목욕탕 공사에 매달리다보니 아침의 일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먼 옛날 일만 같았다. 민구 말대로 내게 착시현상이 일어났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악의 없이 산속에서 나체로 체조를 했던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 생각하기로 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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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숲 속의 빈터
작품 해설
작가의 말
숲 속의 빈터
작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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