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나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사람도 아니고, 내 업적도 평가받을
가치가 없다. 나는 단지 좋아서 수학을 공부했고 연구했을 뿐이다.”
- 그리고리 페렐만,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폐증에도 불구하고 100년의 난제를 풀어낸 괴짜 수학자의 일대기
2000년, 세계 최고의 수학자들이 파리에 모여 수학 분야 전반을 점검하는 밀레니엄 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는 미국 사업가 랜든 클레이가 수학을 대중에게 홍보하면서 수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기구인 클레이 수학 연구소가 주최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 ...
“나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사람도 아니고, 내 업적도 평가받을
가치가 없다. 나는 단지 좋아서 수학을 공부했고 연구했을 뿐이다.”
- 그리고리 페렐만,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폐증에도 불구하고 100년의 난제를 풀어낸 괴짜 수학자의 일대기
2000년, 세계 최고의 수학자들이 파리에 모여 수학 분야 전반을 점검하는 밀레니엄 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는 미국 사업가 랜든 클레이가 수학을 대중에게 홍보하면서 수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기구인 클레이 수학 연구소가 주최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 클레이 연구소는 수학자들의 도전을 가장 성공적으로 물리친 일곱 문제들을 제시하면서 각 문제의 정답에 100만 달러씩의 상금을 걸었다. 그들 중 앙리 푸앵카레가 제시한 문제인 푸앵카레 추측은 그것을 푸는 데 실패한 버클리 대학교 교수가 「푸앵카레 추측을 풀지 못하는 방법」이라는 논문까지 썼을 정도로 무려 한 세기 동안 수많은 유명 수학자들을 괴롭혀왔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이 문제가 수십 년 안에 풀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불과 2년 뒤인 2002년 11월 12일, 당시 36세였던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은 자신이 푸앵카레 추측을 풀었으며, 관련 논문을 코넬 대학교 도서관의 웹사이트인 arXiv.org에 올렸다는 이메일을 여러 수학자들에게 발송했다. 그리고 1년 반 뒤인 2004년 여름, 네 명의 수학자들이 그의 답이 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하여 클레이 연구소가 내건 상금의 주인은 결정되었고, 남은 일은 페렐만이 심사 절차가 있는 학술지에 정식으로 자신의 논문을 기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거부하면서 상금뿐만 아니라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 메달과 세계 최고 수준 대학들의 교수직 제의도 거절했다. 곧이어 언론은 물론 동료 수학자들과의 접촉까지 거부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어머니의 아파트에 은둔해버렸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돈과 명예에 초연한 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두 명의 중국 수학자들이 푸앵카레 추측을 푼 건 자신들이라고 선언했다가 뒤늦게 페렐만의 논문을 표절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최근 러시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와의 인터뷰에서 영재 교육을 받던 시절에 “예수가 물 위를 걸을 때 얼마나 빨리 걸었나?”를 계산하는 훈련 등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던 페렐만은 지금도 종종 집에서 외부로 전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 중 대부분은 자신을 죽은 사람으로 여겨달라는 것이다.
이 책은 선천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100년의 난제를 해결하여 이 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등극한 한 젊은 천재가 그 업적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는가, 위대한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을 만들어낸 주변 환경과 주변 사람들은 어떠했는가를 추적했다. 아울러 한 개인이 보유한 돈이나 명예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 현대 사회에서 조선 시대의 고명한 선비들처럼 살아가는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을 통해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한다.
특이한 수학자에 대해 수학 영재였던 언론인이 품은 세 가지 의문
옛 소련에서 태어나 수학 영재 교육을 받았으며 현재 러시아와 미국에서 저널리스트 겸 작가로 활동하는 이 책의 저자 마샤 게센은 그리고리 페렐만에 관한 세 가지 의문을 품었다. 페렐만의 정신에 어떤 특징이 있기에 유독 그만이 푸앵카레 추측을 풀 수 있었을까? 그는 왜 성공 후 수학계는 물론 세상마저 등졌을까? 그리고 왜 상금 100만 달러를 계속 거절할까? 하지만 칩거한 채 지인들과의 접촉마저 거부하는 페렐만을 인터뷰할 수 없었던 게센은 페렐만의 은사들과 친구들, 그리고 푸앵카레 추측에 관한 전문가들을 인터뷰하여 ‘천재 수학자이자 괴짜로 불리는 인간 그리고리 페렐만’을 재구성했다.
옛 소련 체제에서 공립 교육은 철저히 획일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는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그렇지 못한 학생들과 ‘보조를 맞출 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국격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우주 로켓과 미사일 개발 경쟁에서 미국을 이기려고 했던 소련은 수학 영재들을 모아 외부 환경으로부터 철저히 보호(격리)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페렐만 또한 대학교 수학과의 우수한 학생이었던 그의 어머니 루보프를 기억해준 교수의 도움과, 일찍이 그가 두각을 나타낸 수학적 재능 덕에 그런 환경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경우가 많은 수학 천재들은 그런 환경 속에서 서로의 특수한 행동을 묵과해주었고, 그럼으로써 페렐만은 평범한 사회에 적응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점은 수학 문제에 대한 페렐만의 비범한 체계화 능력과 집중력을 심화시켰을 것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또한 페렐만의 친구들은 그가 수학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기꺼이 상세하게 오류가 없게끔 설명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선천적 지병을 재능 계발에 이용한 페렐만은 푸앵카레 추측에 도전했던 역대 수학자들의 실패를 발판 삼아 100년의 난제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페렐만은 영재 교육을 받으며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하던 시절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러시아의 유명 대학들이나 연구소에서 수학자로 활동하던 때에도 자기 몸을 돌보지 않은 채 오직 수학을 위해 수학만 하면서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업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동료 수학자들이 자신에게 박수쳐주는 것만을 진정 가치 있는 찬사이자 영광으로 여긴다. 아울러 페렐만은 이미 다 푼 문제의 풀이 과정일 뿐인 ‘업적’을 제대로 이해할 능력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절차’에 맞춰 다시 정리하는 데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페렐만은 그의 머리가 돌아가고, 답을 향해 질주하고, 답에 도달하고, 그리하여 인정을 받는 기쁨을 만끽할 때 사랑, 진리, 희망, 정의를 한꺼번에 선사받은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다. 오히려 돈 혹은 에스파냐 왕 같은 유명인사가 증정하는 필즈 메달 같은 것으로 자신의 업적을 치하받는 것은 모욕이라고 생각했으며, 심지어 모종의 불미스런 의도가 그 배후에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페렐만의 은사인 세르게이 루크신이 저자에게 한 다음과 같은 말이 페렐만의 생각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페렐만이 모든 과학들 중에서 가장 정직하다고 여겼던 수학의 세계가 그에게 다른 면모를 보여준 겁니다. 그 세계는 오염되어 있었고, 시장의 상품으로 변해 있었던 거지요.”
〔주목〕 페렐만의 은사 루크신이 지금도 영재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파티(Party) 문제
① 어느 엄마가 성별이 같은 자식을 적어도 두 명 가지려면 얼마나 많은 자식을 낳아야 할까? (정답: 세 명)
②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중 서로 아는 사람이 적어도 세 명이거나 모르는 사람이 적어도 세 명이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석해야 할까? (정답: 여섯 명)
③ 비둘기 둥지가 N개 있는데 적어도 한 개의 비둘기 둥지에 두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살려면 얼마나 많은 비둘기가 있어야 할까? (정답: N+1마리)
마샤 게센은 우리에게 두 개의 창을 열어준다. 하나는 천재의 정신을 향해 열린 창, 다른 하나는 러시아 수학계를 향해 열린 창이다. 어느 쪽이든 다 매혹적이다.
마리오 리비오, 『신은 수학자인가?』와 『에바리스트 갈루아 한 수학 천재를 위한 레퀴엠』의 저자
자폐인인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아온 천재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의 정신을 아주 흥미롭게 들여다

목차
1. 상상 속으로 달아나다
2. 수학자 만들기
3. 아름다운 학교
4. 만점
5. 성인으로서 따를 규칙들
6. 수호 천사들
7. 미국 생활
8. 문제
9. 증명에 이르다
10. 광기
11. 100만 달러짜리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