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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말 것. 간단한 답을 얻으려고도 하지 말 것. 그저 읽고 웃고 감탄하라!_디벨트
아이들을 위한 존 어빙(『가아프가 본 세상』), 말하자면 ‘요나스가 본 세상’이다._쥐트도이체차이퉁
메타픽션과 슬랩스틱 요소가 교차되는 이 희비극은 특유의 가벼운 어조로 사춘기 이야기를 풀어내며 깊은 감명을 준다._2011 독일 청소년 문학상 심사평
얀 더 레이우
(1968)1968년에 벨기에 알스트에서 태어났다. 책이 한 권도 없는 집에서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늘 글을 쓰고 싶어 했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틈틈이 『올빼미의 침묵』『밤의 나라』 등 청소년 소설을 써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현재 플랑드르 언어권 청소년 문학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신예 작가이다. 2011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 후보에 오른 『냉동실에 숨긴 엄마』는 벨기에와 독일의 유수한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독일 파르카우에 극장에서 연극으로도 상연되었다. http://home.scarlet.be/jandeleeuw
이유림
경희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을,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영화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책과 영화를 번역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옮긴 책으로 『질문의 책-마틸다의 숨은 행복 찾기』, 『바람 저편 행복한 섬』, 『사슬옷 베티』, 『어느 날 빔보가』 등이 있다.
붉은빛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었다. 담요가 바닥에 흘려내려 와 있었다. 엄마는 아빠 티셔츠를 입은 채 침대에 누워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천장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
파리 한 마리가 전등 주위에서 윙윙거렸다.
“엄마?”
엄마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침대 옆 탁자를 보니 하얀 편지 봉투가 와인 병에 기대어 있었다. 빈 약병이 바닥에 뒹굴었다.
“엄마?”
파리가 엄마 이마에 앉았다가 눈과 코를 지나 입술 사이로 사라졌다._본문 19쪽
순간의 열기에 휩쓸려 비밀을 누설한 경험도 없을 테고 너무 순진하거나 잔인해져 본 적도 없을 거야. 네 심장, 방마다 이런저런 생각이 꽉꽉 들어찬 상처 받기 쉬운 네 가슴을 낯선 이의 손에 맡겨 본 적도 없을 테지. 인생에 목말라 본 적도 없을 테고 뭔가 경험하고 싶은 나머지 푸른 수염의 성에라도 들어갈 만큼 애태워 본 적도 없을 거야. 너는 절대 그러지 않지. 그래서 나는 네가 경탄스러워._본문 107-108쪽
“난 네가 유난을 떤다고 생각해.”
“무슨 뜻이야?”
“네 메일. 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요, 징징대는 거.”
“내가 유난을 떤다고?”
“그래, 넌 이제 열여섯 살이야.”
“그런 말은 아예 꺼내지도 마. 나는 아직 젊다고, 인생 전체가 내 앞에 놓여 있다고, 언젠가는 저절로 올 거라고.”
“너는 아직 젊어, 인생 전체가 네 앞에 놓여 있어, 언젠가는 저절로 올 거야.”
헬렌의 손이 갈퀴로 변해 요나스를 움켜잡으려고 했다. 요나스가 슬쩍 피했다._본문 113쪽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도 난 별로 나쁠 것 같지 않아. 그럼 인생에 질서가 생기잖아.”
“거짓말! 우리가 왜 묘지에 몰래 들어가려고 애쓰니? 그게 다 네가 네 동생을 지켜 주고 싶기 때문이잖아. 내가 그것도 모른다고 생각해? 나도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애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 세상은 바로 저기 놓여 있는데… ….”
헬렌의 팔이 테라스를 빙 둘러 훑었다.
“난 거기 닿지 못해. 저기 세상에서는 딱 하나뿐인 찬란한 축제가 열리는데, 난 바깥에서 유리창에 코를 바짝 댄 채로 사람들이 웃고 춤추는 모습을 바라볼 뿐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어!”
“넌 우리 엄마가 맡은 칼럼을 알잖아. 독자 편지 안 읽었어?”
“읽기만 해? 자근자근 씹어서 아예 삼켜 버린다!”
“거기 차곡차곡 쌓이는 불행, 하도 많아서 뭐가 뭔지 알 수도 없잖아. 그게 다 누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야. 그 사람들은 다 병자야! 너도 그렇게 되고 싶어?”
“그렇게 되고 싶어 죽겠어!”_본문 116-117쪽
“정말인가요?”
요나스는 그 편지를 엄마에게 들이밀었다. 엄마의 휑한 두 눈은 대답하지 않았다. 요나스는 엄마 얼굴에 침을 뱉은 다음 냉동실에 집어넣고 문을 쾅 닫았다. 집 안으로 들어간 요나스는 편지를 손에 든 채 사라의 방으로 갔다. 쌕쌕 고른 숨소리에 15분쯤 귀를 기울이자 쿵쿵거리던 심장도 가라앉았다.
요나스는 침대 밖에서 흔들리는 사라의 팔을 이불 속에 다시 넣어 준 다음 살며시 문을 닫고 옆방으로 갔다.
그 방은 어두웠다. 거리의 불빛이 커튼 아래로 거의 스며 들어오지 않았다. 요나스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침대 가장자리에 머리를 댔다. 인형들이 텅 빈 눈으로 요나스를 내려다보았다. 바깥은 여름이었지만 이 방은 냉동실보다 더 추웠다.
요나스는 편지를 바닥에 펼쳐 놓고 반듯하게 폈다. 너무 어두워서 글자들이 눈앞에 어룽거릴 뿐 다시 읽을 수는 없었다.
요나스는 편지를 열 쪽으로 가늘게 찢었다. 한 쪽씩 입에 넣고 자근자근 씹어 삼키자 편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_본문 132쪽
첫 번째 이야기에서 너는 통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이야기꾼이 다음에는 어떤 놀라운 일을 소맷부리에서 털어 낼지 알고 싶겠지. 그 이야기에 시체가 한둘 들어 있다면 더 좋을 거야. 사람은 죽음과 마주할 때 자기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마련이니까. 게다가 이 이야기에는 해결책도 있어. 비록 현실은 혼란스럽고 꿰뚫어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실 이야기는 진짜 인생이 아니야.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수많은 두려움을 견디고 피바다를 첨벙거리며 건너. 마지막에는 나쁜 사람이 벌을 받고 세상은 좀 더 안전하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
다른 종류의 이야기에선 당장 시체에 걸려 비틀거리진 않아. 가장 중요한 건 등장인물과 함께 느끼는 거야. 물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살길 원해. 하지만 우리는 그와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엇갈리고 두 사람 가운데 하나가 죽거나 외롭게 남는 비극적인 결말도 참아 주지.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믿는 것보다 더 현실주의자일까?_본문 138-139쪽
너는 내가 뚜껑을 덮고 있는 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서 아내를 떠난 그 남자 같다고 했지.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척했어. 하지만 그건 거짓이었어. 그 남자는 상자를 열었어. 상황을 보았어. 그는 절대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되돌아갈 수 없어. 나도 너를 알지 못하던 때로 되돌아갈 수 없어. 네가 부엌문을 닫고 나갔을 때…… 힘들었어.
언젠가는 너도 누군가 좋아할 수 있길 바란다. 진심이야. 그게 꼭 나일 필요는 없어. 네가 누군가 찾아내길 바랄 뿐이야. 비록 아프더라도. 내 말 믿어, 그건 아파. 하지만 그게 네가 정말 원하는 거라면……._본문 172쪽
“그게 거짓말이라고 누가 그래?”
요나스가 헬렌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챘다.
“내가 쓴 편지와 똑같은 내용이 이 안에 적혀 있을지도 모르잖아.”
“열어 봐, 그럼 당장 알 수 있을 테니까.”
요나스는 장미를 편지 봉투에 꽂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안 돼!”
요나스가 물속으로 던지자, 편지는 이내 그들 발아래로 미끄러졌다. 두 사람은 다리 건너편으로 가서 장미의 하얀색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오래오래 지켜보았다._본문 192-193쪽
“어쩌면 이번에는 다를지도 몰라.”
요나스가 헬렌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첫 별이 지나가며 하늘에 꼬리를 남겼다.
“아니, 아무 느낌도 없다니까.”
헬렌이 거듭 말했다.
“쉽사리 포기해선 안 돼. 나는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희생할 수 있어.”
요나스의 너스레에 헬렌이 빙긋 웃었다.
“요나스, 넌 정말 착해.”
“내가 누구니? 깨진 가슴을 위한 전문가, 요나스 박사야. 그러니 책임을 져야지.”
“그건 차차 두고 보자.”
헬렌이 말했다._본문 195-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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